대입

공부가 안되니 잡념만 떠오른다.

요새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내신 죽이기, 수능 무시하기, 뭐 이런건가. 내신 1등급이 수능 7등급이면 이상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대학에 가는데,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를 원한다. 평가 기준은 세가지 정도가 있다. 고등학교에서 올라온 것, 국가에서 보증한 것, 대학 자체에서 평가한 것. 이른바, 내신, 수능, 본고사(및 면접, 논술 등등 포함)를 말한다. 그럼 어떤게 가장 믿을만할까? 당연히 대학 자체에서 평가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마다 갖고 있는 인재상이 있고, 그 인재상에 맞게 평가했을 테니까 당연히 대학 자체에서 평가한 것이 대학이 원하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에는 가장 정확할 것이다.[각주:1]

그러나 본고사 금지. 대학 좌절.

내신과 수능, 두가지 기준을 두고서 뭐가 더 정확하냐, 이걸 봐야 하는데. 수능은 전국구 줄세우기고 내신은 동네 줄세우기다. 당연히 수능이 더 정확하다.

해서 수능을 보려고 했는데 등급제 전환. 대학 또 좌절.

볼건 내신뿐이다. 교육부는 내신을 50%이상 반영하라고 친절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허나 내신은 대학에서 별로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뽑을 수 있는 기준이 사라졌다.

결론은 수험생 좌절.

자, 누가 우수한 학생일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 누가 대학에 가야 할까?

생각해 보자. 학부모들은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한다. 자신이 키워낸 자식이기에, 자신이 얼마나 잘 키웠는지를 평가받고 싶은 것이다.[각주:2] 서울대에서 기준을 엄격하게 올려서 진짜 천재들만 진학하게 되면 서울대 수준은 확실하게 올라간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애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애들의 고통은 올라간다. 애초에 서울대에 갈 생각도 없고, 서울대에 갈 능력도 없고, 또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그런 아이들까지 모두 서울대에 갈 것을 요구받으며 고통속에서 살아간다. 운이 좋아서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그게 안되면 그동안의 노력은 누구한테 보상받나? 고등학교 3년간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텐데, 그걸 오직 대학교 합격이라는 엽기적인 목표 하나만 두고서 다른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그 학생의 잃어버린 3년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스스로가 원해서 그렇게 했다면 모를까, 유언 무언의 강요를 받아서 공부한 학생은 참 힘들지 않을까. 시간 낭비고. 반대로, 서울대가 시험 기준을 느슨하게 해서 많은 학생들이 진학하게 되면, 어쩌다가 진짜 천재들이 못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건 국가적 손실이다. 그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성토할 것이다.
애초에, 서울대에 가야 한다는 것, 명문대에 가야 하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 아니고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심지어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 조차 인생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갖고 개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 자체로 인생의 목적이다.[각주:3]

진짜로 세계 100대 대학이 나오려면, 대학은 진짜 천재들이나, 진짜 노력하는 사람들이나, 아무튼 될성 싶은 학생들만 입학하고, 들어와서도 베낀 레포트나 부정 시험같은 대충대충 넘어가는 공부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부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 가는 것만이 지상 목표가 아니라,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줘야 한다. 이미 "대입"이라는 것으로 목표를 한정하는 순간, 다른 꿈은 모두 죽어버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우리나라는 멀쩡한 대학 졸업하고서도 취직에 목을 매다가 자살하나?

그리고 공교육. 고등학교 교육. 여기도 문제가 많다. 고등학교의 이름이 대학교 진학률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내신 부풀리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어느 한 고등학교가 시작하면 다른 모든 고등학교가 따라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가장 좋은 해법은 제대로 된 평가 문제를 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빵점을 맞건 5점을 맞건, 100점짜리 시험에 평균이 10점이 되든 말든, 학부모들이 욕하건 말건,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내용을 시험에 내라. 가혹하다고? 학생들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그럼 진짜 쉬운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10년정도 지나면 진짜 명문 고등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피해보는 학생들은 어쩔 거냐고?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겠는가. 현 재학생들은 그냥 하던대로 하고.
대학도 취업률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학점 부풀리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마찬가지다. 제대로 가라.
어중이 떠중이 대졸자를 생산하느니, 애초에 안될 사람들을 일찍 포기시키고 다른 길 찾게 하고, 그 고난을 이겨낸 악착같은 사람들만 성공하는 것이 더 낫다.
  1. 이 부분이 본고사를 부활시키자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 선발은 대학이 원하는대로 뽑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본문으로]
  2. 원래 그게 평가기준이 될 리가 없지만. [본문으로]
  3. ...라고 나는 생각한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6. 18.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