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210/h2012102602363321000.htm

사교육이 심각한 문제인건 맞는데, 대책을 완전히 거꾸로 잡았다. 설마 박근혜 후보가 공식적인 공약으로 내놓지는 않겠지.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다른 많은 문제와 얽혀 있어서 어려운 문제다. "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그 원인을 추적하면, 대학을 잘 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잘 가야 하는 이유는? 대기업에 취직을 해야 하니까.

대기업에 취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기업이 아니면 먹고살기 힘드니까.

대기업이 아니면 먹고살기 힘든 이유는? 경제위기로 중소기업이랑 벤처기업은 언제 망할지 모르니까.

...

이런식으로 끝없이 파낼 수 있다.

본질을 살펴보자면, 애초에 대학은 대기업 취업을 위한 곳이 아니고, 중등교육이 대학을 가기 위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과도한 사교육 시장은 자식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 대학에 가야만 성공한다는 생각, 공교육만으로는 대학에 못간다는 생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작품이다. "자식이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틀렸다. 성공이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명문대에 가야 성공이고 대기업에 취직해야 성공이라면, 명문대에 간 다음엔 절대 성공할 수 없고, 대기업에 취직한 다음에는 두번 다시 성공할 수 없다. 아주 많은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면 뭔가 바뀔거라고 생각하고, 아주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직하면 뭔가 바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힘든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등학교때 공부를 아무리 잘했어도 대학교 내용은 그보다 어렵고, 대학교 때 공부를 아무리 잘했어도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그게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교육 제도에 어떤 정책과 방향을 설정해도 무조건 그에 맞춰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다. 오히려 신성장동력이 생겼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과외를 공교육 안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은 학부모에 요구해서 반응한다는 수동적인 정책이지 미래를 고민한 정책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퍽이나 좋아들 하시겠다. 어차피 과외 시킬 사람들은 과외 선생 구해서 다 시킨다.

성공해야 행복한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것이다. 행복은 성공의 근거이다. 행복은 결코 성공의 결과가 될 수 없다.

이 정책은 부작용이 문제가 아니라,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문제이다. 대학에 꼭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없앨 수 있다면 사교육 시장은 저절로 정상화된다. 즉,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을 가봐야 소용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는데, 학부모들 마음 속에는 "대학이라도 가야하지 않겠나"하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는 것이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학 가지 마라"라고 했다고 오해하면 안되는데, 중요한건 대학을 가고 안가고가 아니라 왜 대학에 가는가이다. 너는, 나는, 도대체 왜 대학에 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이 없으니까 다들 "일단 가고 보자"는 자세인데,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안가는 것이 좋다.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가 생긴 다음에 가더라도 늦지 않는다.

우리 시대가 무서운 이유는,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린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아이들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행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외에는 어떤 것도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by snowall 2012. 10. 26.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