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를 재는 방법은 지난시간에 말한 대로, 그냥 1초에 해당하는 기준을 정해놓고 비교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우리가 1초의 기준을 그냥 시계추에 맞추어 둔다면 재기 쉽겠지만, 프랑스에 있는 국제 도량형 표준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계추는 온도에 따라서 길이가 변할 수도 있고, 때가 타서 무게가 변할 수도 있고, 바람이 불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10억분의 1초까지 정확한 1초의 길이를 재기 위해서 아주 좋은 재료는 아니기 떄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온도에 따라서 변하지도 않고, 때가 타지도 않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흔들림"을 이용해서 측정할 수 있다. 바로, 전자파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그 전자파의 주기를 재서 1초를 정의하게 된다. 그럼, 전자파의 주기를 어떻게 재는것인가?

가장 기본 원리는 우리가 매일 야식 먹을 때 쓰는 바로 그 장비,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실 제로, 국제 표준 시계로 사용하고 있는 세슘 원자 시계는 초정밀 장치이고, 모든 종류의 잡음과 오차를 막기 위하여 엄청나게 복잡한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거기서 시간 재는데 필요없는거 다 떼어내고 나면, 남는건 전자레인지 하나와 라디오 하나가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가 전자레인지 하나 사서 원자시계를 만들 수 있는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파를 라디오로 수신해서 맞추는 것이다. 헛소리라고 생각하기 전에 조금 더 상세히 설명을 하겠다.

전 자레인지는 전자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물론 요리 하는데 쓰는 장치인데, 그 근본에는 전자파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전자레인지를 그냥 돌리면 될까? 그렇지 아니하다. 우리는 세슘 원자를 기준으로 쓰기로 했으니 세슘 원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전자레인지에서 방출된 강력한 전자파가 세슘을 쉐킷쉐킷 해준다. 전자레인지는 세슘 원자를 마구마구 흔들어 대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파가 나온다. 물론 전자파를 뿌려대고 있으니 당연히 전자파는 나오는 것인데, 우리가 넣은 것 말고 다른 전자파도 나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전자레인지에서 흔들어 주는 전자파는 진동수가 정해져 있다. 세슘은 그 전자파에 따라서 이리비틀 저리비틀 오락가락 할 뿐이다. 이 상태로는 그냥 받은 전파를 그대로 내보낼 뿐이다. 하지만 세슘은 그 전자파를 그냥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흡수했다가 내보낼 수도 있다. ??? 흡수??


여기서 말하는 흡수는 그네를 흔들어 주는 그 따스한 손길을 뜻한다. 그네를 흔들어 줄 때 박자 맞춰서 흔들어 주면 그네가 점점 크게 흔들리다가 확...


물론 여기서는 그네는 세슘이고, 흔들어주는 손은 전자레인지이다. 문제는, 그네를 흔들어 주는데 지 멋대로 흔들어 준다는 것이 문제일 뿐.


지 멋대로 흔들어 주고 있으니, 그네를 탄 사람은 정신이 없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 와중에 확 뛰어 내리는 것이다. 세슘 원자의 경우에도 에너지를 그렇게 흡수하다보면 그만 흡수하고 확 뛰어 내리게 되는데, 사람은 그렇게 뛰어내리다가 다쳐서 비명을 지르지만 원자는 뛰어내릴 때 전자파를 방출한다.


이 전자파를 검출하면 되는데, 이걸 검출하는데 라디오를 사용한다. 우리가 라디오 주파수 맞춘다고 지지직 거리면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잘 돌리면서 또르륵 맞춰가다보면 어느 순간 띠링 하고 세슘이 내지른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물론 귀에 들리지는 않겠지만.


이 방법을 이용해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출 수 있는데, 주파수는 1초에 흔들리는 횟수이고, 우리는 세슘이 90억번 흔들리면 1초가 지나갔다고 정했으니, 주파수를 맞추면 1초를 잴 수 있게 된 것이다.

by snowall 2012. 11. 5.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