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와 노래를 비교해서 감상해 보자.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은 날은 지하철을 탄다
                   - 조용우

미워라, 아름다운 사람아
눈빛을 보고도 몰랐더냐

그리운 사람이 보고싶은 날은 지하철을 탄다
책을 읽는 사람
생각에 잠긴 사람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조는 사람
저 무관한 흔들림 속에서 꼬옥 한 사람
산목련같고 수선화같은
물오른 4월의 꽃망울 닮은
내 그리운 그대를 만나네

일상사 늘 서러워 흔들거리면서 가던 길
날 위해 기도해주던 고운 손
드높고 귀한 분 우러러 갈망하던 눈빛 그대는
고단한 내 영혼에 빛나는 샛별이었네
이 세상 무성한 잡초 속에서
비비고 얼굴 내민 여린 풀꽃 한 송이
내 누이같은 그리운 사람아
버스 안에서도 합승택시에서도
어느 날은 미친 듯이 종일 거리를 헤매어도
내 그대를 영영 잃고 말았네

관객이 모두 떠난 텅빈 가설극장 쓸쓸한 외등불 밑
바람에 굴러가는 신문지조각처럼 외로운 이 도시에서
그대가 이리도 그리워져 지하철을 타면
꼬옥 한 사람 옛날 그대를 만나게 되고
나는 조용히 그대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아련한 슬픔을 지낸채로
그러나 따뜩한 위로에 싸여 자리에서 일어나네

미워라, 그리운 사람아
사실 이 시를 처음 본 곳은 서울역 지하철 아케이드이다. 거기에는 일부만 소개되어 있는데 전체를 다 읽어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느낌이 온다.
이 시에서 느끼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을 때 밖으로 나가서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 속에서 그리운 사람의 모습을 부분씩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운 사람이기에, 그리워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이쪽에서 먼저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반가운 사람이기에 그대 모습의 일부분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하철에 올라타는 것이다.

[성시경] 거리에서

니가 없는 거리에는 내가 할 일이 없어서 마냥 걷다 걷다보면
추억을 가끔 마주치지 떠오르는 너의 모습 내 살아나는 그리움 한번에
참 잊기 힘든 사람이란 걸 또 한 번 느껴지는 하루

어디쯤에 머무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 걷다보면 누가 말해줄 것 같아
이 거리가 익숙했던 우리 발걸음이 나란했던 그리운 날들 오늘 밤 나를 찾아온다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 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
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 텅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네 모습만 가득해

막다른 길 다다라서 낯익은 벽 기대보면 가로등 속 환히 비춰지는
고백하는 내가 보여 떠오르는 그때 모습 내 살아나는 설레임 한번에
참 잊기 힘든 순간이란 걸 또 한번 느껴지는 하루

아직 나를 생각할지 또 그녀도 나를 찾을지 걷다보면 누가 말해줄 것 같아
이 거리가 익숙했던 우리 발걸음이 나란했던 그리운 날들 오늘 밤 나를 찾아온다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 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
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 텅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네 모습만 가득해

부풀은 내 가슴이 밤 하늘에 외쳐본다 이 거리는 널 기다린다고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 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
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 텅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네 모습만 가득해
성시경의 거리에서 노래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헤어졌으나, 아직 나는 잊지 못한 그 사람이 그리워서. 그리움에 못이겨 무작정 밖으로 나갔지만 그리운 모습은 없다. 하지만, 사람으로 가득찬 길거리지만 그대가 없으면 텅 빈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한사람 한사람은 모두 그대의 모습이다. 추억을 되새기며 거리를 돌아다닌다.

이상, 간략하지만 나의 감상이다. 이 둘을 굳이 같이 비교하는 것은 두 노래의 모티브가 같은 곳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표절이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이 글은 둘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시사할 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베꼈다는 근거나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어떤 모습은 다른 사람의 어떤 모습과 닮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사람의 어떤 모습들을 모두 합치면, 내가 그리워하는 그 어떤 사람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모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와 닮았고, 다른 사람의 다른 모습을 합치면 나의 모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닮아가면서 살아간다. 획일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모두 똑같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닮기를 원하는 것이다. 닮아간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베낀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본질을 지키면서 비슷해진다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본질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외로우면, 찾고싶은 모습을 그리자. 그리고 나면 길거리에 나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관찰해 보면, 각자 다른 모습에, 각자 무뚝뚝한 표정 속에, 내가 그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

by snowall 2007. 6. 22.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