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잡담 카테고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략과 관련된 내용이다.

http://www.microsoft.co.kr
위의 링크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홈페이지 주소다. 가보면 알겠지만, 익스플로러에서는 아주 깔끔하게 보인다. 아, 물론 파이어폭스에서도 동일한 화면이 보인다. 아마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제대로 보일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자. 질문. MS홈페이지는 어째서 다른 종류의 웹 브라우저에서도 잘 보이도록 설계가 되어 있을까? MS의 홈페이지 웹 프로그래머/디자이너들이 웹 표준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뭐. 사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저것이 MS의 전략이라고 본다. MS 윈도우즈는 명백히 "운영체제"다. 따라서 이것을 팔기 위해서 "이미" 윈도우즈가 설치되어 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품 홍보를 위해서 홈페이지가 제대로 보여야 한다면, 당연히 그 페이지는 윈도우즈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 위에서 돌아가는 웹 브라우저에서 제대로 보여야만 할 것이다. 생각해 봐라. 윈도우즈가 뭔가 알아보러 들어갔는데 글자랑 그림이랑 완전히 딴데 가서 붙어 있고, 뭐가 짝도 안맞고 그러면, 누가 사겠는가. 허접하다고 보지.

운영체제가 아닌 다른 시장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그 다음이 웹 브라우저 홈페이지이다. 대부분의 웹 브라우저를 배포하는 곳의 홈페이지는 자신들이 홍보하는 웹 브라우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깔끔하게 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각주:1] 앞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당연히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도 잘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최초로 일어난 곳은 생명체 내부의 화학 반응이다. 다들 알다시피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어서 활동 에너지를 얻는다. 만약 어떤 동물이 다른 생물과 전혀 다른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었다면, 그래서 사용할 수 없었다면, 이미 아주아주 오래전에 멸종되었을 것이다. 즉, "호환 가능성"은 생존의 중요한 요소이다. MS의 예에서, "영양분"에 해당하는 것은 사용자가 되고, 그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회사의 수익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즉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만 이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른 곳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하고, 그렇게 되려면 그 에너지 종류가 내게 적합해야 한다.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식민지 통치를 할 때에도, 단순한 무력만으로는 그쪽 국민들을 다 때려잡는 수 밖에 없다. 그쪽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하려면 그쪽 사람의 언어를 알거나, 그쪽 사람들에게 자기네 나라 언어를 가르치든가, 해야 한다는 점이다.

pdf포맷은 비록 어도비의 독점적 포맷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표준 문서 형태이다. 그것은 어도비가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생성 가능하도록 포맷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hwp 포맷은 한국의 대표적인 포맷이지만, 그저 한국의 대표적인 포맷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사람 빼면, 아는 사람 별로 없다. 그것은 한소프트에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대단한 기술이라고, 진짜로 세계로 나가려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읽고 쓰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각주:2]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실제로 사용자가 써야 말이지. 어도비는 당장 수익을 내는 것 보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한소프트는 한국에서만 놀 것 같고.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술, 태권도가 있다. 태권도가 한국의 자랑스러운 국기이고, 전통 무예이며,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무술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세계 태권도 협회는 한국 협회랑 같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질 뻔 했다. 태권도가 세계화 되기를 바라면서 한국인이 태권도 금메달을 못따면 쪽팔려한다. 말이 돼나? 물론 한국이 종주국이니까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진짜로 세계화가 잘 되었다면,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챔피언이 나오는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그래야 더 유명해지지 않겠는가. 생각해봐라. 저기 어디 한국이 어딘지 잘 모르는 나라에서 출전한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하고, 한국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하고, 태권도는 어떤 경우에 국제적으로 알려지는 걸까? 다른 나라에서 금메달이 나왔다면, 적어도 그 나라에는 태권도가 홍보가 되지 않을까? 진짜 태권도를 사랑한다면, 금메달에 목매지 말고 태권도 대회 자체를 즐기고, 좋아해야 한다.

자기가 아는 사람하고만 잘 지내는 것과, 자기를 모르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 어느것이 더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인가.

  1.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건 MS 익스플로러, 윈도우즈 버전 파이어폭스, 리눅스 버전 파이어폭스 뿐이었지만, 사파리나 오페라에서 보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본문으로]
  2. 지금은 오픈오피스에서 한글97의 hwp형식은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6. 22.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