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려면 얼마나 많은 상상력이 필요할까?

말하면서 무슨 상상력이냐고?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말하기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다. 우선 공기를 내보내는 것을 조절해야 하고, 여기에 턱의 움직임과 입술의 움직임과 혀의 움직임을 동시에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성대의 움직임도 조절해야 한다. 이 과정을 동시에 수행하려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만하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글쎄다. 왼손으로 글씨 쓰면서 오른손으로 컵에 물을 따르고 다른 사람이랑 TV를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일을 연습하지 않고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말을 하지 못한다.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여러가지 단어를 들려주면서, 그 단어를 따라하려고 시도하다가 "엄마"라든가 "아빠"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기의 심리 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계속 옆에서 듣다보면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각주:1] 일단은 자기가 울 때 소리가 난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우는 소리 말고 저 앞의 다른 사람이 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대도 움직이게 되어야 하고, 혀도 굴려봐야 하고, 턱도 움직여 봐야 한다. 한 단어를 얘기하기 위해서, 그것과 똑같은 발음을 하기 위해서 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혀를 굴리는 것은 아니지만, 배운적이 없을 때 어떻게 움직이면 그 소리가 날까? 따라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문장구조는 따라할 수 있어도, 발음은 따라하기 힘들다. 나는 이것이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조금씩 공부해 봤지만 어떻게 해도 원어민과 비슷한 수준의 발음은 절대 나오지 않더라. 혀나 턱의 움직임이 똑같다면, 당연히 똑같은 소리가 나올 것이다.[각주:2] 즉, 같은 단어를 얘기했으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은 혀와 턱과 성대의 움직임이 원어민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혀와 턱과 성대의 움직임을 똑같이 하려면 아기때 했던 것과 같이, 어떻게 하면 그 발음이 나올 수 있는지를 상상해야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마당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상상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연습이 관건이라는 당연한 소리를 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쓴 것인가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건, 언어의 전체적인 구조는 발음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부터 의미를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발음 하나하나가 의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 다는 점이다. 물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발음에 의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치명적인 경우도 있으나, 그 경우에는 명확하게 글자를 이용해서 표현해 두는 것이 좋겠다.

  1. 이것은 어떤 점에서는 아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의 고도의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처럼 오해받을 수 있는 문장이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아기가 생각한다"는 뜻은 아주 단순하고 본능적인 호기심 정도를 이야기한다. [본문으로]
  2. 이것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상대성 원리로부터 증명할 수 있다. 물리적 상황이 똑같으면, 같은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6. 26.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