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만화를 그리는 것 같지만 병맛 만화가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작가 '랑또'에 의하면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521533&no=26&weekday=sun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에서 결말을 병신으로 만들어 기승전병의 구조를 갖도록 하는 것이 병맛 만화라고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23&aid=0002552827


위의 기사가 그 정의에 잘 맞는 병맛 기사이다.


조선일보의 기사인데, 알바생들에게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주는 업주들이 매우 많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결론 부분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씨는 "최저임금에 맞춰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215만원 주면, 나는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150만원밖에 못 번다"고 했다.


알바생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월급을 주면 자기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돈을 벌게 된다는 업주 김씨. 그럼 편의점 사장은 그만두고 본인이 최저임금을 주는 다른 편의점에 가서 알바를 하면 된다. 하는 일은 똑같고, 업주가 아니므로 책임질 일도 없다. 자기가 왜 '사장님'인지 잊은건가? 물론 편의점 접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라는 제도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어디에서 일하더라도 자기가 고용인이라면 최소한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돈을 벌게 되는 자영업자들은 '자유경쟁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서 저절로 정리가 될 것이다.


편의점 사장님들, 매장의 매출이 올라서 수익이 늘어도 알바생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챙겨줄 것도 아니잖아?


현실은 이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협상 테이블 앞에 앉아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2%(350원) 오른 시간당 5210원으로 정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출이 확 뛰는 것도 아닐 테니 내년에 취재 오면 최저임금 어기는 가게만 더 늘어 있겠다"고 했다.


이게 병맛 결론의 핵심인데, 이 기사에 숨어있는 의도는 '그러므로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잘못되었다.'라는 뜻이다. 최저임금을 올린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줄 수 없을만큼 매출이 적은 편의점이 문제인 것이다. 애초에 자영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사람들인데, 매출이 그렇게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어느정도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편의점 사장은 최저임금을 다 챙겨주다보면 자기가 편의점 알바보다 돈을 더 적게 벌게 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경우 깔끔한 해법은 앞에서 말했듯, 본인이 사장을 그만두고 최저임금을 다 챙겨주는 다른 편의점 알바를 뛰는 것이다. 그게 싫으니까 사장은 알바에게 줄 월급을 가져간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편의점 점포수를 늘리면서 가맹비와 물품 도매 마진을 한푼도 손해보지 않고 다 챙겨가고 있다. 편의점이 장사가 안되는데도 본사는 돈을 번다. 바로 이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 어떻게 편의점이 돈을 못 버는데 본사가 돈을 벌까? 누군가의 돈이 새고 있는 것이다. 본사는 편의점 사장이 가져갈 돈과, 따라서 알바에게 갈 돈을 가져가고 있다. 본사의 말에 의하면, 최저임금 문제는 편의점 사장과 알바생의 고용관계에서 나온 문제이므로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 책임은 없겠지. 하지만 가맹비, 위약금, 유통마진 등에서 과도하게 수익을 챙긴 것과, 과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단 한푼의 양보도 손해도 없이 '정당한' 수익을 다 가져간 것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약자인 알바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을 더 낮춰서 알바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편의점의 수를 줄인다는 생각. 법 없이도 잘 사는 분들의 이야기다.


by snowall 2013. 7. 26.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