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전공이 고체물리가 아니라 입자 이론 물리학이다. 따라서 이 글에는 잘못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혹시라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 등의 방법으로 알려주기 바란다.

밴드 스트럭쳐?

앞서 반도체 얘기에서 도체는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부도체는 그게 불가능하며 반도체는 그게 반쯤 된다고 했다. 이것을 바로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로 설명하는 것이다. 일단, band가 뭔지부터 설명해 보자. band는 영어 자체의 의미로는 "띠"라는 뜻이 있다. 그럼 무엇이 대체 띠를 이룬다는 건가!

어떤 물질이든, 여러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엄청나게 많은 수의 전자들이 존재한다. 스핀에 관한 이야기에서 얘기했었는데, 전자들은 특정한 상태에 두개 이상 못 들어간다. 즉, 한가지 상태에는 한개의 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체에 있는 원자들은 격자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칭성을 갖고 있고, 각각의 원자는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다시말해서 전자는 어느 원자에 있어도 같은 상태에 있는 것이 되고, 따라서 그 수많은 전자들은 갈곳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자들은 자기가 있어야 할 상태에서 질질 삐져나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밴드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자가 있는 상태가 있으면, 그 상태에 해당하는 에너지 값이 있다. 에너지 값이 곧 상태를 결정한다고 봐도 된다. 전자가 자기가 있을 상태에서 질질 삐져나오게 되면 에너지가 특정한 값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아래로 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밴드"가 된다.

Valence band에는 전자가 가득 차 있고, Conduction band에는 구멍이 가득 차 있다. (텅 비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Valence band에서 전자가 움직이는건 아무 의미가 없으며 Conduction band에서 구멍이 움직이는 것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류가 흐르기 위해서는 전자가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뛰어 올라가야만 한다. 이때,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를 뛰어넘기 위한 에너지를 밴드 간극 band gap이라고 부른다. 난 그냥 밴드갭이라고 부르겠다. 만약 밴드갭이 음수라면, 이것은 valence band와 conduction band가 겹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항상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도체이다. 밴드갭이 무작정 커버려서 웬만한 전기 에너지로는 뛰어넘을 수 없다면 항상 전류가 흐를 수 없으므로 이것은 부도체가 된다. 물론 반도체는 그 사이에 적당한 영역에 있는 것들이다.

Band structure는 그 밴드들의 구조를 얘기해 준다. 뭐냐하면, 원자가 갖고 있는 대칭성은 격자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때에 해당하는 대칭성이다. 가령, 어떤 원자가 격자 안에서 이웃 원자를 6개를 만나고 있다면 그 6개의 원자가 모두 똑같아 보일까? 이것은 격자의 구조에 따라서 달라지는 얘기가 된다. 더군다나 격자 구조는 완벽한 대칭성이 아니라 적당한 주기를 두고서 똑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약한 대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이웃하고 있는 모든 원자들이 다 똑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에...즉, Dispersion relation이 달라지게 된다는 건데, "분산 관계식"이라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운동량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식을 말하는데, 음? 운동량과 에너지는 그냥 운동량의 제곱이 운동에너지에 비례하는거 아니냐고? 순진한 말씀이다. 그건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경우에나 그렇다. 실제로 전자가 고체 안에서 돌아다닐 때는 원자와 다른 전자들의 영향을 받아서 그냥 움직일때보다 더 무거워지거나 더 가벼워질 수 있는데, 이것이 운동량과 운동에너지에 영향을 주고 또 받기 때문에 운동량의 제곱이 그저 운동에너지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에, 운동에너지를 운동량의 제곱이라고 가정하고서 그 비례상수를 계산하면 전자의 질량과 비슷한게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전자의 유효 질량(Effective mass of electron)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전자는 최저 에너지 상태에 있으려고 할 것이고, 운동에너지는 운동량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운동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상태인 운동량이 0인 상태에 있을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는 정지상태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게 문제다. 전자의 분산 관계식에 의해 운동량과 에너지의 관계식을 풀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운동량이 0이 아닌 경우에 최소 에너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전류가 흐른다는 얘기는 아니다.

고체물리에 관심있는 사람은 Kittel이나 Ashcroft의 책을 참고하면 좋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교재로 알려져 있다.


by snowall 2006. 8. 29.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