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내용이다.



물리과는 아니지만.. 고등학교때 물리에 관심이 많았고, 재미있게 하였으나

의도치않게 다른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생물계열) 그렇게 현재 학과로 와서, 나름 이 학과도 재미있게 다녔으나

친구 같이 부전공 듣자해서,, 3학년 1학기부터 물리학과 부전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따라가는데

조금 힘들긴 하였지만, 그래도 물리자체가 재미있어 수업도 즐겁게 들었으며 성적도 1학기는 잘받았습니다.(고전역학1, 수리물리학1(아프켄))

지금 2학기는 전자기학1, 수리물리학2를 듣고 있으며 내년에는 양자역학1, 상대성이론, 입자물리학 정도 들을 듯 합니다.

현재 수업들도 재미있게 듣고 있으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교수님께 묻거나, 타학교에서 올라온 동영상 강의등을 보며 이해할려고 하고 있습니다.

꽤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썻습니다만, 전하고자 하는것은 물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는..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할려 했으나 부전공을 계기로, 내년 졸업반인 시점에서 진로에 대해 고민이 듭니다.

물론 아직 물리과 과목을 전반적으로 듣지 못하여 속단을 하면 안되는 부분이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만약 물리과 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해두고 있는데,, 타과생이라 물리과로 대학원을 잘 갈 수 있을지 의문이고,

대학원을 졸업하여 연구원이나 교수임용이 되면 참 좋지만..그게 참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어려운부분이 있는것 같더군요(집안이 넉넉치는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1. 타과생(자연계열)이 물리과 대학원 진한을 하는데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지,

2. 진학 후 직업으로 삼을시 생계문제(직업쪽) 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단 대학원에 가게 되면 전공이랑 상관 없이 매우 고생합니다. 지도교수와 연구주제와 자신의 능력과 열정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천당에서 지옥까지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가장 나쁜 경우에는 군대를 두번 갈까 싶은 경우도 있고요. 아무튼 대학원 진학은 그 자체로 힘든 일입니다. 물론 사회생활도 만만치 않게 힘들죠. 연구는 관심만 갖고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관심, 열정, 재능, 운 등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본인이 어디까지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곳이 대학원입니다. 직장 생활은 힘들고 뭐 없어보여도 최소한 월급은 나오니까요. 대학원생은 몇년간 고생하는데 월급은 직장인의 절반도 안됩니다. 절반이면 다행이죠. 즉, 돈을 보고 대학원에 오지는 마세요. 박사 받고 나서도 고수익은 기대하지 마세요. 창업을 성공 하던가 대기업 연구원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많이 번다'는 소리는 못 듣습니다. 물론 먹고살만큼은 벌게 되므로 욕심부리지 않으면 걱정할 일도 아니긴 하죠. 비슷한 고생을 하게 되지만 의대를 가면 수입은 몇배 차이가 난다는 걸 명심하시고, 본인이 돈, 명품, 겉모습 등에 관심이 많다면 오지 않는게 좋습니다. 판단 기준의 문제긴 하지만, 그냥 적당한 수준은 괜찮아요.

집안이 넉넉치 않은 문제는, 만약 본인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라면 대학원 진학을 추천하고싶지 않네요. 집안이 어렵더라도 가장은 아니고 그냥 집안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도라면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장학금 받을 구석도 꽤 되고, 연구실에 들어가면 많든 적든 연구비도 나오기 때문에 빠듯하지만 먹고살고 연구하기는 됩니다. (딴짓 할 만큼 많지는 않죠. 물론.) 졸업 후에는 물론 어느정도 집안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수입은 생기겠지만, 최소 4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박사과정이 이어지므로 그동안은 가장 노릇을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이 아닌 경우에는 괜찮고, 가장이면 좀 곤란할 수 있어요.

생물학 주전공에 물리 부전공으로 물리학과에 온다면, 관심분야가 생물물리학인 경우는 매우 할만합니다. 생물+물리학인데 물리학 전공자들은 대체로 생물학 분야로는 어려워 하기 때문에 당연히 생물 전공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연구실 들어갈 때 지도교수 설득하기도 쉬울 거고요. 뇌 관련 연구나 생명 광학 연구, 단백질 관련 물리학 연구는 요새 많이 뜨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건 물리 베이스 전공자들에 비해서 유리하다는 것이지 거기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연구 주제가 생물이어도 연구 방법론이 물리학이므로 물리학을 못하면 당연히 실패합니다. 

생물물리학이 아닌 경우에는 좀 애매한데, 이 경우 생물학을 했다는 사실이 크게 장점이 안됩니다. (단점이 되지는 않으므로 안심하세요.)
다만 물리학 자체를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죠? 

정리하자면, 대학원 진학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물리학과 전공자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지원자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지원한다면 좀 더 철저히 대비하셔야 할 거예요. 면접 기출문제 구해서 풀어보세요. 

만약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면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이 부분은 관심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그쪽 교수님과 상담하시면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졸업후 진로는 대기업 연구원, 국책연구소 연구원, 대학 교수, 해외 포닥, 영재고 교사, 학원 강사, 치킨집 사장 등 다양합니다. 이것은 박사과정 기간 동안 작성한 논문의 질과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네이처 두세편 또는 네이처+PRL 서너편 정도면 대학 교수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거고요, PRL 여러편 또는 네이처 한편 정도로는 국책연구소 정규직 또는 해외 유명 연구소 포닥으로 가는데 충분합니다. 그냥 PRL 한편에 기타 논문 여러편은 비정규직 포닥이나 해외 포닥을 노려볼 수 있겠죠. 그냥 적당한 논문 몇편과 함께 졸업만 했다면 그냥 박사학위 소지자이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연구소로 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인맥과 운과 기타등등에 좌우되는 것들이겠네요.

학교는 이름값도 중요하긴 해요. 연구비가 많이 나오니까. 연구비가 많이 나오면 당연히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럼 취업 진로가 활짝 열릴 가능성도 많아집니다. 

정말 중요한건 논문을 많이 쓰는 거예요. 피지컬 리뷰 급 이상의 논문을 많이 쓰면 뭐라도 됩니다. 많은 연구비도, 좋은 지도교수도, 다양한 실험장비도 모두 논문을 많이 쓰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4대역학은 다 잘 알아야 하는데, 특히 양자역학, 전자기학, 광학은 매우 잘해야 합니다. 광학을 아예 쓸 일이 없는 입자 물리학 이론 분야가 아니라면 광학도 잘 해야 돼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선택은 직접 하세요. 안그러면 어떤 선택이라도 반드시 후회합니다. 


고등학교 때 상담 교육을 받았던 것 같은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 상담도 다른 누군가의 상담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일 뿐이다. 그 어떤 상담도 조언도 절대적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선택은 그 자체로 용감한 일이다.


by snowall 2014. 11. 18.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