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aterway.or.kr/blog/?no=13

이공계 문제의 원인은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연구인프라가 없는데, 연구인프라는 일단 회사가 잘나가야 생기는 거고, 회사가 잘나가려면 산업인프라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중 물류비용 절감이 중요하고, 따라서 운하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공계 문제 해결까지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

물류비용 절감까지는 동의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운하가 성공적으로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자동차보다 많은 양을 바다로 가는 배보다 빠르게 옮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여기에 건설비용을 추가하면 물류비용 자체가 싸다고 해도 건설비 투자한거 회수하느라 결국 비용절감은 없을 것 같다. 건설비를 선불로 국가가 다 지불하면 향후 수십년간 세금은 줄어들 길이 없을 것이고, 후불로 건설회사에서 통행요금 받는다면 물류비용이 줄어들 이유가 없다. 건설회사에서 지어다가 국가에 기증하고 기술력 인증만 받겠다면 모를까, 사장이 미치지 않는 한 그런 회사가 있을리 없지.

http://waterway.or.kr/blog/?no=13 에서 인용
한반도대운하 사업은 이공계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아니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사업이 계획되어야 합니다. 토목기술, IT기술, 환경, 생태, 관광, 조선, 해양 등 분야에서 이공계의 과학기술이 접목되고 실현될 수 있는 창조의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아이디어가 대운하의 물길을 타고 쏟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애초에 원하는 대운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내용만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운하 건설이라는 것이 웬만한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공학 기술이 필요하고, 당연히 이공계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억지가 숨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연 운하 건설에 투자된 돈이 이공계쪽 종사자에게 돌아갈 것인가. 실질적으로 이공계통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미래를 위한 국책사업이고 국운을 건 도전이고간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해낸 아이디어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평가에 비례하는 보수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 사업 구조를 보면 일단 건설회사 사장이 제일 많이 먹고, 하청과 도급을 거듭에 거듭하여 나머지를 다른 사람들이 나눠먹는 구조로 되어 있다. 과연 말단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내가 만든 공법이 운하 건설에 응용되어 사업비를 10억원 절감했다면 그중 1%라도 내가 받을 수 있을 것인가. IT쪽은 더 심할 것이다. 돈은 제대로 안 주면서 마감시간은 절반으로 줄이고 무조건 닦달하면서 만들어 내라고 한 다음, 어떻게든 해서 갖다 바치면 그중 대장급 몇명만 신문에서 영웅취급 해주고 보너스 몇푼 주고 끝낸다. 여전히 먹고 사는건 힘들 것이다. 특히 운하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이명박씨야말로 그렇게 때울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운하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공계열쪽 사업주의 일 시키는데 대한 근본 개념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운하 공사 시작하면 하청 주는게 사라지나? 비정규직이 없어지나? 운하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의 근로자들 월급이 올라가나? 어느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한반도 운하 사업과 이공계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공계 문제로부터 한반도 운하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건 좋지만, 운하 사업으로부터 파생되는 부가 효과들이 이공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지 않는 한, 이 주장은 무의미하다. 억지로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snowall 2007. 7. 16.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