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변칙적인 수를 두어서 이세돌을 이겼다고 하는데, 사실 여기서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 알파고가 학습한 기보에서 이런 변칙적인 수가 등장한 경우가 있었을 것이고, 그런 수가 승리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수를 학습하면 (그 수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더라도) 변칙적인 수를 두어서 승리할 수 있다. (중국어 방 문제를 생각해 보자.) 기보 학습 없이 기존의 고전적인 알고리즘으로 두었다면 아무리 빵빵한 알고리즘과 연산성능의 지원을 받더라도 알파고는 실수로 여겨지는 변칙적인 수를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현 시대의 인공지능은 일단 '흉내내기' 차원에서는 많이 발달하였다. 울프람 알파, 신문기사 자동 작성, 아이폰 시리, 구글 자동운전차 등등. 문장을 분석해서 인간이 이해하는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이 원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해한 그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직접 이해하지는 못한다. 추상적인 단계에서 인간이 이해하는 의미에 어떤 수치 또는 벡터를 만들고, 결과물이 그와 같은 벡터를 향하도록 수행하는 것이다. 이 벡터가 입력과 출력에 대해서 같으므로 인공지능이 수행한 결과물은 인간이 원하는 결과가 된다.

내 생각에 알파고는 바둑 잘 두는 기계지 '인공지능'의 레벨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적어도 강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아니다.)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으려면 내가 보기엔 100년은 더 걸릴텐데 다들 괜히 설레발 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그보다, 인공지능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을 하지 말고, 인공지능으로 절약한 인건비를 복지로 돌려서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 물론 우리나라같은 추세로 가면 한 200년쯤 후에는 기계밖에 안 남아있겠지.

by snowall 2016. 3. 11.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