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아내에게 /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by snowall 2016. 11. 27.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