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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 고딩의 탄생

글록이란 친구에게 '시니컬 고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시니컬(Cynical, 냉소적인) + 고등학생의 조합인 이 단어는 굳이 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글록의 의견에 따르면 시니컬 고딩이란 차가운 단어를 골라 말을 하고 한 분야에서 마치 전문가인양 정보를 나열하기도 하며 대중의 대세적 움직임에 반대한다. 하지만 시니컬 고딩의 진짜 문제는 실제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지식들을 조각조각 모아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주위의 뛰어난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철학이란 책을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했던 A형의 말 : 그때는 겁이 없었어. 책을 보지 않아도 철학을 한다고? 차라리 숫자 6개만 찍으면 되는 로또대박을 노렸어야 했지.

면접관(교수)에게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주장했던 B형의 말 : 면접 당시에 내가 교수에게 했던 말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 황당한 주장을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것을 교수가 보며 어이없어 하지 않았을까?

무척이나 뛰어나고 겸손한 두 형들도 단편적인 지식으로 잘난체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시니컬 고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유치한 이야기를 하는 대중들을 보며 무엇인가 다른 자신의 위대함에 빠질 수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시니컬 고딩이 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오만함 자체가 내실이 부족한 겉멋형 지식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이성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지는 것이 아닌 (공부하기 싫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가지고 싶은 것이다. 천재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엉뚱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천재를 지향하는 한 바보가 천재들의 노력과 삶을 통찰하기는 커녕 필요없는 엉뚱한 행동을 모방하려고 애쓰는 것을 시니컬 고딩은 열성적으로 수행한다.

슬프게도 이런 시니컬 고딩이란 병에 쉽고 효과가 잘 드는 약은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서 자신의 세상이 얼마나 좁은 우물 위의 하늘에 불과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충격요법은 환자 자신이 얼마나 초라했는지에 대한 우울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 우울증에서 깨어난 뒤에도 환자가 가벼운 머리로 가벼운 입을 여전히 놀리기도 하지만 시니컬 고딩이 진짜 대중과는 다른 뛰어남을 지니고 있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우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애쓸 것이다. 물론 자신의 우물 속에서 나와봐야 자신이 지금까지 있었던 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인물들의 벽 속에서 좌절하겠지만 이제부터는 훨씬 쉽게 타고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겸손은 안가지면 그만이고 가지면 좋은 것이 반드시 지녀야만 벽을 넘을 수 있는 필수적인 도구이다.


by snowall 2007. 7. 30.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