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한다는 건, 자신이 그렇게 포장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가령, A라고 부르는 특징이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하자. A를 가진 사람과 갖지 않은 사람으로. 만약 A를 가진 사람과 갖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없다면, 두 부류 사이에는 어떠한 반목도 없을 것이며 심지어 가진 것과 갖지 않은 것을 분류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A라는 특징을 가진 경우에,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B라고 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대칭성이 깨진다. 공간에 점을 찍으면서 원점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A가 B를 의미하는 경우[각주:1] 사람들은 A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약 누구나 A를 가질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이 경우 모든 사람이 A를 갖게 되면서 대칭성은 복구되고 모두가 B의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A를 갖는 사람이 제한된다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제약이 있게 되면 대칭성이 복구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어떤 사람 1이 A를 갖고 있다고 판정되어 B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 1이 이익을 보는 것은 타당한가? 즉, A를 갖고 있으면 이익을 취할 권리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건가? 반대로, 1이 A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B를 얻을 수 없음이 타당한가? 이것은 A와 B에 실제 사례를 넣어서 조사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난 여기서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일 뿐이다.

위의 조건을 약화시키자. A라는 특징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 단지 사람이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 만으로 B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A는 B를 얻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인가? [각주:2]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는 것만으로 B를 얻을 수 있다면, B를 얻는데 있어서 A자체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제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변형된다. 여기서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은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어떻게 보면 메타-특징(Meta-character)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아무튼 A'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은 A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을 포함하면서 약간 더 클 수도 있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경우에만 두 집합은 정확히 같아지며 그렇지 않으면 A의 집합은 A'의 진부분집합일 수밖에 없다.
자, 이제 A와 A'의 세상이 되었는데, A'도 B를 얻는 것이 가능했다면 A'에서 A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 A'-A=a라고 부르자 - 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a가 텅 비어있지 않다면 이들은 A라는 특징이 없이도 B라는 이득을 얻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다시한번 물어보자. a가 B를 얻는 것은 타당한가? a에 포함된 사람들이 A라는 특징을 가졌다고 인정받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A라는 특징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몇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f(x)라는 함수를 테일러 급수 전개를 한 함수를 g(x)라고 부르자.  적당한 n차항까지만 적당한 x의 범위 내에서 비교하고 그것만으로 f와 g가 같은지 어떤지 본다면 두 함수 사이의 차이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이며 사실 실질적으로는 같은 함수로 두고 계산해도 적당한 x 범위 내에 한해서는 큰 오차가 없다. 문제는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 발생한다. 진짜 함수 f는 필요한 모든 범위에서 잘 정의되지만 근사함수 g는 너무 많이 벗어나면 오차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A'에 포함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보는 적당한 작업 범위 내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일을 잘 수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이 화내는 것은 a에 속한 사람들이 마치 A에 속하는 것처럼 위장을 했다는 점인데, 애초에 이상하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어차피 적당한 작업 범위 내에서 일을 시킬 것이면 A든 a든 상관이 없다. 무시할수 있는 오차를 제외하면 두 집합의 어떤 사람이 일을 하든 결과물은 똑같이 나온다. 만약 작업 범위를 벗어나는 일을 시키면 눈에 띄게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할 거면 A'에 포함되는 검증 작업을 애초에 좀더 엄격하게 했어야 한다. 또는, 일을 시킬 때 작업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자격 기준이 A가 아니라 A'이어도 충분한 것이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낭비다.
하지만 이것은 a가 B를 얻는 것이 타당하다는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애초에 B는 A와 필요충분조건이었지 A'는 B의 충분조건일 뿐이다. 만일 a가 B를 얻는 것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B의 조건을 확장하여 a도 포함하도록 바꾸거나, a를 위한 새로운 이익 B'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주어진 a, A, B의 규칙만으로는 a가 B를 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요새 우리나라를 강타한 화제가 학력 위조라 그냥 그에 대한 적당한 잡담을 적어 보았다. 웃기는건, 애초에 A인지 a인지 신경도 안쓰고 그냥 A'이라면 좋아라 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a에게 몰매를 가하는 꼴이다. 어차피 A'으로 충분한 일을 굳이 A와 a를 구별짓는 것도 멍청해 보이고.
학력위조가 이제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는건 결국 학력위조를 하는 것이 이득이 되면서 동시에 학력위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둘 다 막아야 좀 더 노력하는 사회가 될텐데.
그리고 정치인들은 거짓말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빈말과 입에 발린말을 할 수밖에 없는 동네가 정치판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애초에 쪽팔리면 부정을 저지르지를 말았어야지.
  1. 이 경우는 필요충분조건일 것이다 [본문으로]
  2. 이것은 사람이 사는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람이 이익을 얻어나가기에 가능하다. 혼자나 두명정도의 작은 세상에서는 이러한 인정 받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실제로 제대로 된 A의 특징을 갖고 있어야만 B의 이익을 얻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08.26 11:33
  • 지현준 2007.08.26 14:40 ADDR EDIT/DEL REPLY

    A가 왜 A'의 진부분집합인가요?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A를 가지지만 인정받지 못하면?

    • snowall 2007.08.26 14:48 신고 EDIT/DEL

      음, 그냥 넘어간 부분은 A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면 무조건 A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부분이 되겠군. 이 부분은 그냥 어물쩡 넘어갔는데, 사실 A라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에, 실제로 A를 갖고 있으면 언제든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A'에는 언제든지 포함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네. 다만 A라는 특징을 실제로 갖고 있으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는 것이지. 가령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쉽지. 졸업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려면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를 조사해야 하지만 졸업을 증명하려면 출신학교 한군데만 조사하면 끝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