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 :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사실 2 : 어제부로 연구실을 옮겼다. 이쪽방에서 저쪽방으로 옮긴 것이다.
사실 3 : 자취방은 길가 바로 옆이고, 하루종일 자동차가 지나다닌다.

새벽 2시에 자취방으로 들어갔는데 창문을 못 열어두기에 항상 닫혀 있다. 덕분에 매연은 안들어오지만 요즘같은 날씨에, 드디어 찾아온 열대야 덕분에 잠이 안온다. 결국 아침 6시 30분에 깨서 나올까말까 30초간 고민하다가 그냥 씻고 나왔다. 덕분에 잠은 4시간밖에 못 잤다. 그건 뭐 그냥 버틸만한데, 문제는 더워서 연구실에 나왔더니 여긴 여전히 덥다. 가장 구석진 곳으로 들어왔는데, 에어컨에서도 멀어졌다. 그도 그렇지만 나 혼자 쓰자고 에어컨 켜는 것도 그렇고, 선풍기도 없고. 해서 여전히 덥다. 뭐, 이건 자취방보다는 나아서 창문을 열 수 있으므로 그럭저럭 참을만하긴 한데, 계속해서 콧물이 쏟아지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근처에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내 책상 바로 옆에 오래된 철제 서랍장도 있고, 그 안에는 먹다 남은 시바스리갈 17년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실험용 약품이 혼재한다.[각주:1] 계속 이상한 냄새가 나서 머리도 아프지만, 콧물이 쏟아지는 것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아니, 사실 집중이 안된다는 건 공부가 안된다는 것에 대한 핑계에 불과하지만 그런 핑계 댈 꺼리도 없어야 공부가 잘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밖에 있을 수도 없고 전에 있던 연구실로 갈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이곳의 공기가 깨끗히 정화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공부는 힘들 것 같다.
음, 아무튼 이런식으로 일단 핑계를 대 놓고, 이제 대놓고 놀자는 거지...
그러나 비염이 치료되거나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 한 놀기도 힘들다. 냄새가 나서 숨을 못쉬겠다는 사람들과는 다른 이유로 숨을 못쉬겠으니, 원 난감할 따름이다.
  1. 둘이 혼합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8. 29. 0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