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숙제 다운로드 시스템을 전격 해부하다 말아본다.

우선 숙제 다운로드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보자.

A는 숙제를 한다. B는 숙제를 해야 한다. A는 B에게 참고해서 쓰라고 숙제를 보여줄 수 있다.

이 과정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 인터넷 숙제 다운로드 시스템이다. 뭐, 이쯤 얘기했으면 어느 사이트인지 특정해주지 않더라도 독자 여러분들이 알아서 잘 찾아가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 A가 B에게 숙제를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얻을만한게 있으니까 보여주겠지. 즉, 이 사실의 원형은 다들 알다시피 술한잔, 밥한끼 얻어먹고 보자는 것이다. 현물거래가 된다. 그리고 이러는 과정에서 친구들 사이의 우정도 쌓이는 것이고, 학창 시절의 추억이 되는 거지. 여기까지는 그냥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이것조차 그다지 장려할만한 것은 아니다. 숙제라는 것은 교수[각주:1]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수업시간 외의 시간에도 공부를 할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결과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숙제를 베끼거나 참고하여 교수가 요구한 것 보다 적은 노력을 통해서 해결해 버린다면 교수가 원하는 만큼의 성취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수가 출제한 문제의 정답이 대략 정해져 있다면 사실상 원본과 사본은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각주:2] 하지만 이런식으로 학교 안에서 돌고 도는 숙제라면 이미 베낄대로 베껴져서 모두가 똑같아지게 되고 더이상 평가의 의미가 없어진다.[각주:3]
다른 사람의 숙제를 참고하여 자신의 숙제를 완성한다. 이것은 애초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아야 하며 사실상 꿈도 꾸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숙제라는 것이 항상 자신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또한 그 과목에만 매달릴 수 없을 만큼 과목마다 숙제가 대량으로 나오기에 어느정도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필요는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숙제를 참고한다거나 이미 해결한 사람에게 문제를 물어봐서 조언을 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것이다. 다른사람에게 질문하여 풀이를 얻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비슷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베꼈다고 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다른 사람의 풀이를 구하여 자신의 숙제를 해결한 경우, 그러한 풀이를 제공한 사람은 그것을 참고해간 사람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 실제로 이 문제는 학술계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인데,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인용하여 자신의 논리를 완성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용하는 경우 누구의 논문을 인용하였는지 명확하게 밝힘으로서, 인용된 논문의 원래 저자는 "명예"를 얻는다. 즉, 이것이 실질적인 수익 구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수익은 명예가 아니다. 대부분의 숙제는 이미 과거에 해결되었던 문제 중에서 교육적으로 유용한 것들을 출제하기 때문에 숙제를 해결한다고 하여 그 학생이 얻을 수 있는 명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숙제를 보여주는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수익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앞서 예를 들었던 술한잔, 밥한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가상 공간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내가 해결한 숙제를 인터넷에 올리면, 같은 숙제를 받은 학생이 그 숙제를 받아서 참고하여 자신의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초기에는 인터넷에서 누군가 작성한 다른 자료를 참고하는, 즉 도서관에서 찾아야 할 참고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구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발달하여 지식 거래라는 것으로 그 위상을 굳히고 있다. 인터넷은 현실세계와 달라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날 수가 없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술한잔, 밥한끼처럼 직접 만나서 주고받는 정도의 거래를 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온라인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수익을 생각하게 되는데, 물론 다들 알다시피 이것은 현금이다. 즉, 내가 작성한 숙제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대신 나는 적당량의 돈을 받는 것이다. 이것을 인터넷으로 중개하게 되면, 중개 사이트는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이 과정은 완전히 체계화 되어서 학생들이 숙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우선, 숙제를 제공하는 학생들의 저작권 문제는 논외로 치자. 즉, 숙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숙제는 항상 자신이 직접 해결한 것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다른 사람의 숙제를 허락받지 않고 제공하여 자신이 수익을 얻었다면 이것은 일단 저작권법 위반이며, 동시에 내가 앞으로 논의할 모든 문제도 함께 얽히게 되므로 어차피 얽히는거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는 뜻이다.
그래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숙제를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것은 왜 나쁜가?
두가지 전제가 있다. 인터넷과 거래이다. 즉, 숙제를 거래하는 것은 나쁜가? 하고 숙제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나쁜가? 라는 질문을 동시에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나씩 따져보자.
숙제를 거래하는 것은 나쁜가? 이것은 나쁘다. 숙제를 거래하여 풀이를 알게 된 경우, 대부분은 그 풀이를 이해하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베껴서 제출기한에 맞추는 데에 급급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이 문제라는 것은 그다지 심도있게 논의하지 않더라도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숙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스스로의 힘으로 모두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풀이를 참고한다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해결하는 것은 학생들이 토론하는 습관을 키우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풀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채[각주:4] 제출 기한에 맞추기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완전히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이 있거나 없거나 이것은 이것 자체로서 나쁜 일이다.
숙제를 인터넷으로 하는 것은 나쁜가? 이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인터넷은 아주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서 이제 겨우 21세기 된지 7%밖에 안됐는데도 지금까지 출판된 자료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그것이 설령 숙제와 관련된 자료라 하더라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숙제의 해결방법이 올라와 있는 경우 그것을 그대로 베껴서 제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찬가지 이유로서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
사실 숙제는 학생에게 그 과목에 대하여 이해하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서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 마주치게 될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 설령 사회에 나가서 전공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배운 문제 해결 능력은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드시 도움이 된다. 숙제를 베끼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것은 연쇄 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가 있다. 사회에 나간 학생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항상 어떤 문제를 해결해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가 특허를 하나 출원하여 특허료를 받는 것인데, 특허라는 것이 기존에 있던 어떤 실제적인 문제를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해결했고 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공적을 인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특허를 내는 것은 곧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아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만 잘해도 이처럼 먹고 살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제출 기한에 맞추기에 급급하여 베끼기만 한 사람은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는 숙제를 다운로드 받을 때 처럼 싼 값이 아니라, 남의 특허를 사용하기 위하여 비싼 특허료를 지불해야 하는 곳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벌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낸다. 이것이 바로 그 학생이 마주쳐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베끼기만 했던 학생이라면 부디 스스로 심각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오자. 숙제를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것은 나쁜가? 이것은 앞서 논의한 두 질문의 교집합에 해당하므로 물론 나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터넷 숙제 거래 사이트가 나쁜 사이트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인터넷 숙제 거래 사이트는 단지 중개만을 했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거래를 한 것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숙제 거래 사이트가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곧 멍석을 깔아주었기 때문이다. 형법에 의하면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의도가 있어야 하고 실제 행위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각주:5] 아무리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손쉽게 숙제를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더라면 숙제 거래는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숙제 거래 사이트는 학생들에게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념을 갖게 하여 올바른 사회의식 함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상에는 양심을 돈에 파는 사람도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양심도 있다![각주:6]

문제 제기를 했으면 해결 방법을 제시하랬다. 이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생각한 방법이 있기에 요약하여 몇자 적어둔다.
우선 학생들은 좀 더 이기적이 될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은,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것을 참고할 수밖에 없고, 남이 하던 것을 따라 할 수밖에 없고, 남이 하는 만큼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남이 버는 만큼밖에 벌지 못한다. 심지어 남들보다 돈을 못 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진짜로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뭣하러 인터넷 사이트에 중개 수수료까지 떼이고 남에게 돈을 줘가면서 숙제를 베끼겠는가. 당장의 시간이 절약되니까? 글쎄. 숙제를 직접 노력하여 해결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문제 해결 능력의 배양인데 이건 직접 해보지 않고는 결코 얻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 결코 얻어지지 않는 능력을 사회에서 요구하는데, 아무리 순진해도 생각좀 해보고 숙제를 하면 안될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좀 더 창의적이 될 필요가 있다. 숙제로 내는 문제가 천편일률적이기에 하나의 풀이가 이곳 저곳에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교수들 각각이 모두 다른 숙제를 출제한다면 하나의 풀이는 그 교수가 낸 숙제만을 위한 해법일 수밖에 없으므로 인터넷을 통한 숙제 베끼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가끔은 교수님들도 숙제를 인터넷에서 참고하여 출제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해결된 문제인데, 사회가 냉혹해지면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문제 해결력이 탁월한 사람은 무엇을 하든 그곳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학창시절 스스로 해결해본 숙제들로부터 만들어지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미 냉혹해질대로 냉혹해진 사회는 이미 그런 인재를 원하고 있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고 노력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문제해결력은 학창시절에 가장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성공의 비결 중의 하나가 바로 문제해결력이고, 따라서 숙제 베끼기는 당신의 성공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된다.(심지어 독이다!)

  1. 대학 교육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여기서 교수의 의미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보다 기초적인 학급에서는 교사(선생님)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2. 원본과 사본의 구별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서 숙제 복사를 근절하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복제한 것이 분명한 숙제들은 양쪽 모두를 0점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3. 그 결과 채점조교가 학생과 교수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는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 얘기는 남의 일이 아닌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남의 일이 아니다. [본문으로]
  4.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이번에는 참고하여 풀었으나 다음번에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5. 이것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이라 정확한 말은 아니다. 혹시 정확한 성립 요건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본문으로]
  6. 아마,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09.12 19:58
  • 히치하이커 2007.09.12 21:38 ADDR EDIT/DEL REPLY

    과정도 필요 없고, 모든 것을 정량화해서 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밑바탕에 깔려있기에, 그런 알량한 정보를 '지식'이란 말을 붙여 사고 파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해서 학생들은 숙제를 사고 팔고, 선생은 논문을 배끼고 조작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남의 창작물을 멋대로 즐기고 하는 이런 행동에는 모두 '지적인 무엇'을 떠받드는 체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것을 단지 무언가를 얻기 위한 하찮은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심리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게 아닌가도 싶네요. (정리가 안 된 이야기를 무턱대고 덧글로 쓰다니...정신 사나우실 듯 합니다. -_-)

    • snowall 2007.09.12 23:49 신고 EDIT/DEL

      뭐, 어차피 제 경쟁자들은 줄어들고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이지요. ^^

  • goldenbug 2007.09.13 00:01 신고 ADDR EDIT/DEL REPLY

    문제 해결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창의력이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해결능력이 있는 상태에서라야 창의력과 노력이 빛나는 법이고, 문제해결능력이 없으면 창의력과 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요? (다른 말로 기본조건이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꼼꼼하게 잘 쓰셨네요. ^^

    • snowall 2007.09.13 00:49 신고 EDIT/DEL

      글의 의도를 창의력과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없지는 않을 듯...)
      좀 강조해서 경고를 하고 싶은 생각에 강하게 써 봤습니다.

    • snowall 2007.09.13 09:10 신고 EDIT/DEL

      마지막 부분을 조금 고쳐봤습니다.

    • goldenbug 2007.09.14 06:50 신고 EDIT/DEL

      너무(?) 적절히 고치신 것 같네요. ^^
      수고하셨습니다.

    • snowall 2007.09.14 09:56 신고 EDIT/DEL

      감사합니다.^^

  • 세레 2007.09.15 00:43 신고 ADDR EDIT/DEL REPLY

    이전에 교수님 강의노트를 누군가 숙제공유 사이트에 올려서,
    충격먹은 교수님이 강의노트를 따로 사이트에 올려 주시지 않게 되었어요.
    슬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