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논리를 따라가 봅시다.

성경은 신이 사람들에게 해준 얘기를 적은 책이다. 누가 적었을까? 당연히 사람이 적었을 것이다. 최초의 원본이 신에게서 뚝 떨어졌다고 가정해도, 지금 이처럼 수많은 사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어도 한번은 인간에 의해서 복사되어야 한다. 하물며 성경이 처음 기록될 때의 언어는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 언어는 항상 변화하는 것이어서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성경이 처음 기록될 때의 의미가 현재 사용하는 언어에서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더불어, 그 언어조차 다시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배포되고 있으므로 반드시 왜곡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아, 그런 의심은 품지 말라는 것인가? 그럼, "이 성경의 한국어판 번역은 완벽하다"라고 신이 보증이라도 해줬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신은 인간들끼리 서로 의사소통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여러 갈래로 나눠놓은 장본인이다.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번역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전설에 의하면, 성경이 처음 만들어 지고나서, 기독교가 정착되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전들이 첨가되거나 삭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첨가되거나 삭제된 내용에 인간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즉, 성경 구절의 일부분은 신이 내린 계시가 아니라 인간이 작성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구별하는 것은 서울에 사는 김서방을 찾아서 모래밭에 있는 바늘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두가지 근거로부터, 나는 성경이 완전하지 않으며 그 해석에는 항상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겠다. 물론, "바벨탑 전설"은 성경 안에 있는 얘기이고 성경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면 이 전설 역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모두 거짓말장이인 크레타인 전설"에서와 마찬가지의 역설을 불러일으키므로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당신이 기독교인이라면, 성경에 있는 바벨탑 전설에서 신의 의도를 언어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성경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우선, 최소한 우주를 신이 창조했다고 하자. 우주의 시작은 신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자. 그럼, 그 이후로 두가지 역사가 가능할 것이다. 신이 대략 6천년쯤 전에, 7일동안 삽질해서 우주 전체를 이 상태로 만들어 놨다는 것이랑, 150억년쯤 전에 우주의 시작에 불을 붙인 후, 몇가지 자연 법칙이랑 계수 몇개를 정해놓고 가만히 놔뒀다는 것이랑, 무엇이 더 믿을만한가?
앞의 이야기는 성경에 적힌 이야기고 뒤의 이야기는 과학자들이 자연을 연구해서 얻어낸 결론이다.

무엇이 신의 뜻일까?

성경은 틀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자연을 연구한 논문도 틀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대해서 설명하는 두가지 문서 중에서, 우리가 실제로 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자연을 연구한 논문이다. 신의 뜻은 신이 만들어둔 자연에 새겨져 있을까? 아니면 인간이 기록한 책에 적혀 있을까?

아니, 진짜 막말로, 성경을 처음에 쓴 사람이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해야 하는데, 며칠만에 만들었을까?" 고민하다가 "7일이라고 하자"라고 결론지었다는 것만으로 우린 7일만에 세상이 만들어 졌다고 믿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 최초의 성경 저자가 창세기를 쓰다보니 신이 땅을 만들고나서, 원핵생물 만들고, 원생생물 만들고, 균류 만들고, 식물 만들고, 동물 만들다보니 하루 추가되어 "11일이 낫겠어"라고 적었다면 1주일은 11일이었겠네. 그때 알고 있던 분류가 "동물"과 "식물"뿐이었기에 7일이지, 만약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닌 생물들이 있다는 것을 그 당시에 알았다면 창세기의 지구 창조 시간은 3일 추가되어야 한다. 이걸 믿으라는건 플랑크 상수와 빛의 속력과 중력 상수가 "정확히, 진짜 신기하게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우주의 바로 그 값이어서 인간이 태어날 수 있었다는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보다 더욱 허접한 주장이다.[각주:1]

또한, 자연과학의 논문은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지만, 성경은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가령, 양자역학은 다른 많은 것들을 설명하면서 몇가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성경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다른 많은 것들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몇가지에 대해서만 성경이 맞다고 주장한다.
천동설-지동설 논쟁때에도, 지동설이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을 천동설은 복잡하게 설명하거나 설명을 못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동설이 옳다고 말하지 못하였다. 지금도 창조론-진화론 논쟁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진화론은, 창조론자들의 주장대로 틀릴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신이 만들었다고 하자"는 주장은 자취방을 급습한 부모님에게 어질러진 방을 보이지 않기 위해 온갖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모두 옷장을 쑤셔 넣는 장면을 떠오르게 할 뿐이다. 난 지금까지 종교가 없으면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각주:2]


그냥 생각해 봐라. 신의 이야기를 인간이 기록한 것과, 신이 만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중에, 어느것이 신의 뜻을 알 수 있는지.

  1. 이 문제를 미세 조절 문제(fine tuning problem)이라고 부른다. 미세 조절 문제에 대해서도 창조론자들이 하는 많은 얘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간다. [본문으로]
  2. 라엘리즘이 종교라면 진짜로 단 한명도 못본 것이 맞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10. 17.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