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항상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또는 펴면서 "하나, 둘, ..." 이렇게 셈을 한다. 이렇게 세는 것으로 10까지 셀 수 있다. 옆사람을 도입하면 20까지도 셀 수 있다. 가령, 전 세계 인류를 모두 동원하면 대략 120억까지는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항상 부족하다. 숫자의 끝까지 세려면 인류가 아무리 많아야 소용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숫자를 만들었다. 세다보니 몇개나 되는지를 말로 쓰게 되고, 말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문자인데 문자 중에서 몇개인지 쓰는 부분에 해당하는 기호를 숫자라고 부른다.
해서, 아무튼 세다보니 숫자가 발명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몇개인지 세다보면 마주치는 문제가, "여기에 있는 계란이 저기에 있는 계란보다 두배 많은데, 저기에 계란이 열개가 있으면 여기엔 대체 몇개가 있을까?"와 같은 갯수를 모르는 경우에 대해 푸는 문제이다. 이것을 방정식이라고 부르고, 방정식의 해를 찾는 수학을 대수학(Algebra)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학을 하다보면 항상 문제를 만들어 내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자를 갖고서, 가로로 한칸, 세로로 한칸 가는 정사각형을 만들었는데 대각선 길이를 알고 싶은 거다. 자로 재보니까 두칸은 좀 안되는데, 그렇다고 한칸은 넘고. 해서 대충 한칸 반이라고 했는데, 한칸 반보다는 아무리 봐도 약간 모자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도전했던 사람이 피타고라스고,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은 이 문제를 땅속에 묻었다. 아무튼 그 사람은 가로가 세칸, 세로가 네칸인 직사각형의 대각선 길이가 다섯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서, 이런 문제를 풀다 보니 갯수 세는데 하등의 쓸모가 없는 무리수가 등장한 것이다. 사실 유리수의 등장은 그다지 신기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집트에서는 단위분수로 숫자를 나타내는 방법이 이미 사용되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자연수를 분모와 분자로 가지는 분수로 표현 가능한 유리수들은 그다지 무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무리수는 다르다. 아무리 끝장을 보려고 해도 끝이 없고, 아무리 정확히 쓰려고 해도 오차가 생긴다. 즉, 피타고라스는 무리수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 것 같다.
아무튼 숫자에는 유리수와 무리수가 있고, 이들을 합쳐서 실수(Real number)라고 부른다.

실수는 숫자의 집합이다.

집합이라는 것을 생각한 다음에는, 항상, 그리고 습관적으로, 그 집합이 가지고 있는 원소의 갯수를 세고 싶어한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실수의 갯수를 세기 위해 도전했다.

우선 자연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은 증명되어 있었다. 페아노의 공리계에 의하면
자연수 n은 항상 그 다음 숫자인 n+1을 가진다. 또한 1은 어떤 숫자의 다음 숫자도 아니다.
따라서 자연수는 무한히 많다.

실수는 어떻게 셀까? 일단, 두 집합에서 1:1대응 관계를 단 1개라도 발견할 수 있으면 두 집합의 "기수(Cardinality)"가 같다고 한다. 이때, 기수는 무한 집합에서 갯수를 말하는 용어이다. 원래는 기수라는 단어로 써야하지만 난 그냥 친숙하게 갯수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자연수와 정수는 대응 관계가 있다.
  1. 0
  2. 1
  3. -1
  4. 2
  5. -2
  6. ...
등등. 짝수일 때는 양수, 홀수일 때는 음수, 짝수인 경우는 반으로 나누고, 홀수인 경우는 1을 빼서 반으로 나누면 항상 대응시킬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지 않고 다르게 할 수도 있다.
  1. 1
  2. 0
  3. -1
  4. -2
  5. 2
  6. ...
규칙을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 경우는 원형으로 소용돌이치면서 돌아가는 듯한 느낌으로 대응시키는 것이다.

유리수는? 약간 복잡하지만 규칙을 찾을 수 있다. 어차피 분모랑 분자랑 정수로 떨어지기 때문에, 잘 대응시키면 분모와 분자를 이루는 숫자 2개에서 숫자 1개로 가는 1:1 함수를 찾아낼 수가 있다. 1:1함수라는 뜻은, 숫자 1개를 주면 원래의 숫자 2개가 뭔지도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수를 보자. 이 실수의 갯수에 대해 논의한 사람이 칸토어다. 증명은 다음과 같다. 실수를 셀 수 있다고 가정하자. 즉, 자연수에 1:1대응을 시킬 수 있다고 하자. 그럼, 0과 1사이의 실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1. 0.29462486294862...
  2. 0.386478472184785...
  3. 0.9389786517486714...
  4. 0.913857198571486...
  5. 0.945968194614614...
  6. 0.498472646276545
  7. ...
뭐, 쓰자면 끝도 없겠지만, 아무튼 다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다 했다고 하자. (가정이다!)
이제, 난 저 목록에 없는 숫자를 만들 수 있다.
0.399973...
이 숫자가 저 목록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첫번째 자리는 1번 숫자랑 다르고, 두번째 자리는 2번 숫자랑 다르고, ... 이런 식으로 n번째 자리는 n번째 숫자와 다르게 할 수 있다.
어떤 n을 갖고 오더라도, 아무리 황당하게 큰 n을 들고 오더라도, 난 그 n번째 숫자와 n번째 자리가 다른 숫자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상관 없다. 내가 만들어낸 숫자는 목록에 없다.
아, 딱 떨어지면? 가령 0.5랑 5번째 자리가 다른 숫자는 어떻게 하냐고? 0.50001이면 된다. 아무 문제 없다.
아무튼, 그래서 저 숫자를 적당히 끼워넣자. 목록이 부실하면 채워 넣어야지.
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숫자를 찾아낼 수 있다. 왜? 똑같은 작업을 한번 더 하면 되거든. 따라서 저 목록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부실한 목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연수는 실수보다 훨씬 적다.

이것은 무한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무한이 아니라 규모에서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문제가 생긴다. 연속체 가설(Continuum Hypothesis)이라고 하는, 풀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문제이다.
자연수의 갯수와 실수의 갯수 사이의 갯수를 가지는 어떤 집합이 존재한다.
이 가정은 어떠한 수학적 공리계와도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심지어, 이 가정의 부정형 (~존재하지 않는다)도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폴 코헨에 의해 증명되었다.
http://ko.wikipedia.org/wiki/%EC%97%B0%EC%86%8D%EC%B2%B4_%EA%B0%80%EC%84%A4

by snowall 2007.11.02 17:29
  • Rainyvale 2007.11.03 03:35 신고 ADDR EDIT/DEL REPLY

    고딩때 수학선생님이 저런 얘길 해줄때는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냐?" 했는데
    대학 갔더니 결국 공학수학 시간에 저런걸 배우게 되더군요.
    그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저거랑 공학이랑 무슨상관이람?" 했었어요. ㅋㅋㅋ
    그리고 즐겁게 빠이빠이 했었는데
    대학원 왔더니 울 지도교수 말씀이
    "실수해석학이 네 연구에 전혀 도움은 안 되겠지만,
    영문학 전공자는 전공이 무엇이건간에 세익스피어 한 번 읽어봐야하듯이,
    신호처리 전공자는 실수해석학과 measure theory는 기본으로 한 번 공부해야 하느니라"
    하시며 팔을 비트는 바람에 또 할 수 없이 수학과 대학원 수업을 들었는데
    또 나오더군요. (결국 정말 제 연구에 도움이 안 되긴 하더군요. 숙제하는데 시간만 엄청 잡아먹고... ㅋㅋㅋ)
    암튼 참 질긴 인연이예요.

    그 고딩때 수학선생님 말씀이 "수학은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 배운다" 누차 강조하셨는데,
    저 증명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요? ^^
    고딩 초 레벨의 수학 정도만 필요한 증명인데도, 수학계와 논리학의 흐름을 바꾼 증명이니...

    마지막에 괴델과의 연관성에 대해 살짝 예고편을 틀어주시는게 어떨지 생각했네요... ^^

    • snowall 2007.11.03 08:18 신고 EDIT/DEL

      불완전성 정리는 나중에 따로 얘기할 생각입니다.
      그보다는 요새 바빠서요...;;;;

  • 세레 2007.11.04 11:32 신고 ADDR EDIT/DEL REPLY

    '무한의 신비'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비록 안의 내용은 어려웠지만, 유한한 삶으로 무한을 다룬다는 점이 인상깊었어요.)

    • snowall 2007.11.04 22:52 신고 EDIT/DEL

      진짜 무한을 우리는 본적조차 없죠.

  • lll 2007.11.15 18:30 ADDR EDIT/DEL REPLY

    이 포스팅 덕분에 드디어 대각선 논법이 뭔지를 알게 되었네요. 감사감사!! >_<//

    • snowall 2007.11.15 18:41 신고 EDIT/DEL

      네,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

  • 사랑가루 2008.01.08 02:58 신고 ADDR EDIT/DEL REPLY

    따라서 자연수는 실수보다 훨씬 적다 설명이 어려워요.
    이해가 안 돼요.(당연할지도. 수학 잼병 ㅠㅠ)

    • snowall 2008.01.08 08:39 신고 EDIT/DEL

      갯수 맞춰보다가 안맞으니까 어느 한쪽이 더 적다는 뜻입니다.
      별거 없어요.
      보통, 시험 성적 맞출 때 각각 맞은 것들을 하나씩 짝지어 보면 누구 성적이 더 높은지 알 수 있듯이, 마찬가지입니다. 이쪽은 무한히 많아서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논리는 같아요.

  • 게으른둔재 lazy keizi 2015.08.11 02:41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대각선 논법 찾다가 흘러들어왔습니다.
    "새로 만든 수는 분명히 이 목록에 없다."는 부분이 이해가 안됐었는데...
    쓰신 글을 보니 확실히 이해가 되네요. :)
    감사합니다!

  • 컴파일러 2016.10.02 01:57 ADDR EDIT/DEL REPLY

    이 글을 보니까 이해가 됐네요. 행렬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지라 위키를 보고도 이해를 못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