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라스 만차스 통신 : ISBN = 89-952828-9-4

16회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 "링"의 작가인 스즈키 코지가 "심사위원이 된 이후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라는 평을 했다는데, 나 역시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이다. 판타지적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는 진짜 사람같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런 류의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전개되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기묘한 대립 구도에 구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 기묘한 대립 구도는 소설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얽혀있다. 기묘하다는 이유는, 명백한 대립 관계이고 서로가 서로를 향한 투쟁의 감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대놓고 싸우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러한 분노를 마음속에 눌러담고 있던 주인공이 완벽하게 왜곡된 세상을 향해서 확 저질러 버린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어느쪽이 더 좋은 세상이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 있는 상황 자체가 싫었기에 분노를 폭발시킨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사회적 현실은 너무나 부조리한 일이 많이 있고, 말도 안되는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으며, 나쁜놈들이 득세하는 시대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훨씬, 명백하게, 객관적으로 옳고 착하며 바르고 권장할만한 길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금의 현실을 다 바꾸고 혁명을 일으키는 일은 대단히 힘들고 폭력적이며 틀리고 나쁘며 아무도 권장하지 않는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떤 현실이든간에, 바꿔야 할 부분이 있고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바꿔야 하지 않을까?

by snowall 2006. 9. 29.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