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믿음이 없는건가.
친구도 애인도 no! ‘나는 나만 믿는다’

위의 기사를 읽고나니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 중에서 trustworthyness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trusworthyness는 "믿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뜻한다. trust는 "믿음"인데, trustworthyness가 더 중요한 개념이다.

아무튼.

게임 이론에서 말하기를, 협력-배신의 딜레마인 경우 가장 성공적인 전략은 "처음에 협력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대로 따라하기"라고 했다. [각주:1] 사실 누구나 알다시피 서로 협력하면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남들이 모두 착하게 살 때 나 혼자 약삭빠르게 살면 나는 더욱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누군가 다른 한명이 손해를 보겠지만. 따라서 이 경우 모두가 배신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 버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지금, 현대에 살아남은 유전자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 협력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들이다.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유전자들은 이미 수억년 전에 사라진 상태다. 위의 기사를 읽어보면 배신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먼저 배신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만약 그런 전략을 모든 사람이 선택한다면 모두가 같이 멸망하는 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만 살아남은 사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단계에서나 종 단위에서는 그런 것들만 살아남아 왔다. 인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서로가 이득을 보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면 결국 같이 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선 협력하고 그 다음에 상대방의 전략을 따라하는 작전을 선택한다. 그 실천으로, 상대방의 말을 일단 믿는다. (웬만하면 -_-;)

거짓말에 속는 것은 내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고, 거짓말을 한 쪽이 나쁜놈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속지는 않는다. 믿는건 믿는거고 정보는 정보다. 앞서, 이재율씨와의 이메일에서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논문 심사의 과정은 신뢰성이 대략 보장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믿어도 좋다.

사람들은 이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믿음을 가질 수는 있는데, 바로 그것은 "상대방이 나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대방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미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증거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전혀 모르겠다면 나는 어떠한 전략도 수립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그에 따른 적절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기사에 언급된 이야기는 오히려 "믿어도 좋음"에 가깝다.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 얘기는 모순된 말처럼 들릴 것이다.

상대방이 일관되게 거짓말을 한다면, 그건 그만큼 그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히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진실이다. 커다란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상대방이 얘기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수록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시작과 끝이 다른 방향이 되었다. -_-;

  1. 죄수의 딜레마 (윌리엄 파운드스톤) 참고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12. 12.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