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칸트와 오리너구리"를 보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할 때 의도하고자 하는 것과 그 의도가 잘 전달되는 것 사이에는 언어라고 하는 기호가 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코가 예를 든 것 중에, 스머프에 관한 관찰이 있는데, 스머프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를 "스머프"로 바꾸어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스머프들은 "스머프가 스머프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말한 사람의 의도가 전달되느냐는 오직 스머프라는 단어 하나의 뜻에 의존한다. 즉, 위의 경우 스머프는 사람이고 또한 스머프는 희망이다. 즉, 스머프들의 사전에는 단 한개의 단어만 들어 있으며, 그것은 오직 스머프라는 단어이고, 그 설명에는 스머프라는 설명 뿐이다.

이러한 경우는 실제 생활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에코가 왜 이 예를 생각 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비슷한 예로서 도로 위에서 자동차 경적을 찾을 수 있다. 자동차 경적 소리는 일정한 톤으로 연속되는데, 사람들은 오직 경적 소리의 시간적 길이로서만 자신의 뜻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한 자동차 경적 소리의 시간적 길이에 대해 어떤 뜻이 담겨져 있어야 하는지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적이 없다. 1초동안 울리는 경적과 2초동안 울리는 경적에 대해 의미의 차이는? 하지만 운전자들은 적당히 대충 알아서 경적소리를 내고 경적소리를 듣고 행동한다.
물론 이것은 인간 세상이므로 경적 소리뿐 아니라 신호등, 주변 상황, 수신호, 말소리 등으로 추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적 소리만으로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아 경적 소리로 많은 뜻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한개의 단어로만 표현되는 언어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by snowall 2007. 12. 13. 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