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Tremulous라는 온라인 FPS게임을 즐겨 하는 편이다. 이 게임에 대한 정보는 http://www.tremulous.net 에서 구하자.

Tremulous에는 전체 관리자가 없다. 아무나 서버를 만들고, 서버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 회원가입도 없고 개인정보 유출의 염려도 없다. 단지 서버 관리자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서버 관리자는 그냥 자기가 서버를 켜놓고 있는 사람이라 서버를 잘 관리해야 할 의무따위는 전혀 없으며, 열받으면 서버를 그냥 꺼버려도 된다. 아니, 뭐 사실 한국에서 접속해서 게임 하는데 유럽 어딘가에서 서버 껐다고 열받아서 찾아갈 수도 없다. 그냥 다른 서버 가서 놀면 되는 것이다. 서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이다. 맵 바꾸기, 서버 끄기, 사용자 내쫒기, 사용자 거부하기, 팀 잠그기, 서든데스 시작 등등. 심지어 서버에서 사용하는 중력 상수 값도 바꿀 수 있는 것 같다. -_-;

하지만 맵 바꾸기, 사용자 내쫒기, 빌딩 권한 뺏기 등 게임에 관련된 사항들은 게이머들도 할 수 있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 투표를 통해서 결정한다. 누군가 callvote 명령을 통해서 투표를 시작하면, 게임을 하는 동안 느낀 점을 갖고 Yes나 No에 투표하여 과연 그 투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결정한다. 물론 찬반투표뿐으로, "snowall을 내쫒자"라는 식의 안건이 가능하다. 하여튼, 투표가 시작되면 20초 안에 Yes나 No의 결정을 내려야 하고, 여기에 참여 가능한 것은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만 가능하다. 구경하는 Spectator들은 투표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Yes를 찍었다면, 또는 No를 찍었다면 20초를 모두 기다리지 않고 투표를 종료시킨다.

가령, 누군가 팀킬을 하거나 이유 없이 건물을 없애는 일들을 해서 게임을 망치고 있다면 바로 kick 투표가 걸린다. 왜 내쫒아야 하는지에 대해 간략한 이유를 적을 수 있는데, "초보새끼"라든가 "팀킬러"라는 이유가 가장 많다. 만약 이유가 없으면 서버 관리자는 "왜?(=y?)"냐고 물어보고 답이 없으면 투표 자체를 취소시켜 버린다. 만약 관리자가 없으면 황당한 이유로 쫒겨나기도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투표에 의해 내보내게 되면 30분간 서버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Kick을 당하는 경우는 서버에서 너무 잘해서 누가 살펴보니 Aimbot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다. 거의 변명의 기회도 없이 나가야 한다. 가끔, 초초초고수급 플레이어들이 초초초초보 서버에 들어와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20명 합쳐서 20킬정도 하고 있을 때 혼자 100킬하다가 쫒겨나는 경우를 보긴 했다. 이런 경우는 투표를 건 놈이나 거기에 찬성하는 놈이나 사실 좀 삐져 있을 때다. 가끔 재미있는 일이 있는데, 자기가 자기 자신을 kick하자고 투표를 거는 경우이다. 플레이어들은 재미있어서 Yes를 눌러보는데, 결국 나가게 된다.

투표는 상당히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는데, "이번 판 비긴걸로 하자"는 투표라든가, "이번 판 그만하고 다음 맵으로 넘어가자"는 투표도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효력은 없지만 임의로 안건을 정해서 "난 천재다?"같은 투표도 가능하다.

Tremulous를 플레이 하다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투표로 모든 것이 결정되므로 대단히 민주적이다. 또한, 투표에 올라오는 안건은 모두 "지금 이 상황을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가?"의 형식을 가지고, 항상 Yes/No 투표이므로 유저들의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죄가 없는 유저가 초보로 오인받아서 쫒겨나거나, 고수가 고수라는 이유로 쫒겨나기도 한다.
by snowall 2007. 12. 15.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