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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로그 돌아다니다가...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이라는 책에 관한 글을 읽었다.

뭔가 해서 봤더니, 음...다 아는 방정식이었다. -_-;
(잘난척 하지 마라! 라고 하실 분은 옆에 있는 "자기소개서"를 봐 주시길)

해서, 그 블로그에 소개된 방정식에 관하여 앞에서부터 하나씩 나름대로의 해석을 달아 보았다.

E=hf
뜻은 쉽다. 입자의 에너지는 그놈의 진동수에 비례한다. 이게 왜 20세기를 만들었냐고? 플랑크가 흑체 복사 이론을 전개할 때, 이 가설을 받아들여야만 뭔가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사실 정확한 공식은 E=nhf로, 앞에 n이 써있어야 한다. n은 양의 정수이다. 즉, 1부터 시작하는 자연수를 말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뜻이 좀 바뀐다. 입자의 에너지는 그놈의 진동수의 정수배에 비례한다. 바로 이것이 "양자화 조건"이다. 이걸 하면 흑체 복사 방정식에 있는 적분이 덧셈으로 변신하는데, 그순간 마법처럼 분모에 -1이 들어가면서 실험과 이론이 딱 맞아떨어진다. (물론 수학을 마법이라고 표현한건 내 잘못이다)
또한, 이 조건을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의 해석에 적용한 아인슈타인은 덕분에 노벨상도 받았다. (물론 플랑크도 위의 연구에서 받았다. 이 공식은 20세기 초에 노벨상을 무지하게 쏟아낸 말도안되게 쉬운 공식의 좋은 예가 된다)

x(n+1)=ax(n)(1-x(n))
a는 그냥 상수다. x(n)은 숫자들을 늘어놓는 것이고 거기에 n이라는 번호를 붙어둔 것이다. 그리고 이 공식은 숫자들을 모아둔 x(n)을 지배하는 공식이다. 이 공식에 따라서 그림을 그리면 항상 어느 한 점으로 수렴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이다가 a가 점점 커질수록 수렴하지 않고 2점 사이에서 오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4점이 되고, 차츰 주기는 짧아지고 오가는 점은 무한정 많아진다. 그러다가 a가 4를 넘어가면 다시 3점 사이에서 오가고, 어느 순간 9점...
...이런식으로 계속된다.
자, 만약 x(n)을 n년도의 인구숫자라고 하자. 그럼 ax(n)은 출생률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많을수록 아기는 많이 태어나니까. 1-x(n)은 사망해서 줄어든 사람의 수와 비슷해 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많을수록 많이 죽을 것이고 그럼 더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이제 이걸 이용해서 n+1년도의 인구를 계산하면 어느 점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수렴하게 된다.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개체수가 위의 공식에 의해서 어느 특정한 점에 거의 수렴한다. 또한, 어느 특정한 해에 급격하게 늘어났어도 급격하게 늘어난 개체에 의해 급격하게 사망률이 증가해서 줄어들게 된다.
이로부터 카오스 이론이 시작되었다.

드레이크 방정식
외계 지성체가 있을 가능성에 관한 공식이다. 사실 외계 지성체라는 존재의 정의가 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걔들이랑 대화를 하려면 거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고대 상형문자 해독보다 더 어려운 수준의 언어 해독을 해야 할텐데, 그럼 말 안통하면 걔들은 무식한걸까?
각종 SF영화에서는 외계인을 비롯하여 모든 공식 언어가 영어라서 오해하기 쉬운데, 외계인들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나 적당한 의사소통 수단을 갖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우리가 그들이 알아듣도록 얘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도 무리다. 만나면 뭐하겠는가. 손 살짝 흔들어주고 빠이빠이 해야지.

E=m
더 간단하다 -_-;
광속도 상수는 귀찮아서 뺐다. 입자물리 하는 사람들은 흔히 c=1로 놓고 계산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냥 에너지=질량 이라고 쓸 수 있다. 앞에서의 플랑크의 공식과는 다르게, 이 공식은 좀 위험하다.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한 공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그 가능성이 나온건 원자가 분열할 때 더 가벼워진다는 실험적 관찰에 근거한 것이지만. 물리 하는 사람들이 반은 시대적/정치적 상황에 의해 반은 호기심에 만든 원자폭탄은 일본에서 10만명을 죽이고 100만명을 그 후유증에 빠트렸으며 일본은 덕분에 아직도 "우린 전쟁 피해자야!"라고 핑계를 댈 수가 있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아인슈타인은 이 공식에 관해서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노벨상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만한 과학적 발견에 주어지는 건데 이 공식은 사람을 죽이는 가장 파괴적인 군사 무기의 원리가 되었으니 주지 않을만도 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당시 노벨상 심사 위원들은 이 공식이 그다지 쓸데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프레온 가스의 오존층 파괴 공식
사실 전공이 아니라 대강은 이해해도 딱히 할말은 없다.

샤논의 공식
이거 사실 통계물리에서 말하는 엔트로피 공식이랑 똑같이 생겼다 -_-; 밑을 2가 아니라 e로 바꾸면 그냥 엔트로피로 공식으로 변신한다. 물리학자들한테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공식인데 모르던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나보다. 이러다보니 물리하는 사람들이 좌절한다. 물론 샤논이 만든 업적을 폄하하자는 건 아니지만(아마 샤논도 통계물리를 공부했을 것 같다) 실제로 학문을 하다보면 어느 한 분야에서 열심히 풀고 있는 문제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답도 다 있으며 응용까지 되고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학문과 학문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면 인류의 학문 발전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난 최재천 교수님의 통섭consilience개념을 좋아하는 편이다.

슈뢰딩거 방정식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인 과정에 대한 기초적인 해설을 해 주는 식이고, 동시에 아직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부분들이 많은 방정식이다. 물리학과에 오면 3학년때 배운다.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이 방정식의 해가 파동과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구경할 수 있는 음파나 전자기파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적인 파동은 확률로서의 파동을 뜻한다. 따라서 이것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더불어 불확정성 원리도 있는데, 이건 푸리에 변환에서도 유도할 수 있고 연산자 방법에서도 유도되는 아주 당연한 식이다. 그리고 수학적 정리 답게 물리학에서 이것에 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 방정식을 고체에 대해서 풀면(풀 수 있다면) 반도체가 작동하는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 과학 기술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 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디랙 방정식
우리 교수님께서 물리학계의 진정한 천재라 말씀하시는 P. A. M. 디랙이 소개한 특수 상대성 이론과 관련된 파동방정식이다. 생긴건 슈뢰딩거 방정식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게 풀다보면 사람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제대로 풀려면 물리학과 대학원에서 반년에서 1년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학부를 물리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입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 입자-반입자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며, 우주의 신비에 두걸음정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물론 실생활에 쓰이는 일은 극히 드물게 사용된다. 굳이 실생활과 연관되는 분야를 찾아본다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 정도랄까?

아인슈타인의 마당 방정식(Einstein's field equation)
아인슈타인이 만든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 방정식이다. 물론 수학적으로는 랭크가 2인 4차원에서의 텐서 미분 방정식이지만. 아무튼 저 방정식의 의미는 질량이 공간을 구부리고 구부러진 공간은 질량이 가야할 길을 알려준다는 뜻이다. 이 이상의 의미를 알고 싶으면 물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면 된다.
위에서 언급한 특수 상대성 이론과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은 이 논문으로도 노벨상을 못 받았다. 사실 실생활의 모든 일을 설명하는데는 뉴턴의 이론이면 모든것을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그다지 쓸데가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실생활과 적용하자면 GPS에서 소숫점 아래로 여섯자리정도 되는 시간 오차를 교정하는데 사용한다고 보면 되겠다.



by snowall 2006. 10. 23.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