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애니메이션은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니라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일단 아래 기사를 읽자.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01/11/200801110115.asp

충청권에 기초과학 연구단지를 만든다고 한다.

분석해보자.

차기 이명박정부가 추진할 ‘국제 과학 비즈니스벨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를 모델로 삼은 대규모 기초과학연구단지를 세운다.
분명히 밝히기를 RIKEN을 모델로 한다고 했다. 게다가 "기초과학" 연구소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장에서 반전이 나온다.
이 기초과학연구단지 안에는 최신 암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전문병원과 신물질ㆍ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암 치료기술은 기초과학이 아니라 응용과학인 "의학"이다. 신물질 개발과 신소재 개발 역시 응용과학에 가까운 분야다. 물론 기초과학인 물리, 화학분야에서 연구하기도 하지만 공대에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용과학에 가깝다. 절대로 재료공학이나 신소재공학을 폄훼하는 문장이 아님에 유의하기를 바란다. 단지 "기초과학"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들로 10명 이내의 이사회를 구성해 연구단지에서 진행할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을 모셔다 놓고 겨우 프로젝트 선정이랑 연구결과 평가를 시키는 겁니까. 노벨상 받은 세계적 석학이면 노벨상 받은 자기 분야에서 더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요.
기초과학 및 난치병 퇴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메카
암 연구소라며. 난치병은 암 뿐인가? 그리고 말했듯이 기초과학 연구는 아닌데요.
인수위 관계자들과 과학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단지는 연구병원과 신물질연구센터로 구성되며, 연구병원은 암 치료기술을 집중 연구하며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를 개발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연구병원과 신물질 연구센터. 어디에 기초과학이 있는것인가.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 건설이나 연구는 "공학"입니다. 물리학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입자 가속기가 아니예요.
신물질연구센터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응용과학 전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연구ㆍ개발하게 된다.
결국 쓰는 곳은 응용과학에 쓰는 물질 개발이다. 그리고
해외 유망 과학자 1000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에서 연구하는 한 미래는 없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수위 인사는 “기초과학연구소는 일본의 RIKEN과 비슷한 개념”
이긴 한데...
RIKEN은 2007년 예산이 894억엔에 달하며 생물학ㆍ물리학ㆍ화학ㆍ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2400여명의 연구원 중 400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화에 앞서 가고 있다.

RIKEN은 예산이 8천억원이다. 그리고 생물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한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단지는 의학이랑 재료공학인데요. 과기부 없어지고 다른데로 통합되면 예산이나 제대로 받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건 기초과학연구단지는 기초과학 발전과 무관한 연구소다.

이명박의 머릿속에 기초과학은 집짓고 운하파는데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공업인가요.

이명박을 무식한 아저씨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기자가 보도를 대충해서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기초과학연구단지에 물리학 연구소는 없을 거고, 수학 연구소도 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기초과학연구단지가 모델로 삼았다는 RIKEN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자.
http://www.riken.jp/engn/r-world/riken/form/
일단 본부에 유전자/단백질 구조 연구소가 있고(생물학) 차세대 슈퍼컴퓨터 연구소가 있다. (전산학 및 계산과학) XFEL이 뭔가 해서 봤더니 http://www.riken.jp/XFEL/ 를 찾았다. 자유전자레이저 프로젝트인데, 기초물리와 응용물리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입자 가속기 연구소(물리학) 뇌과학 연구소(생물학, 의학)가 있다. 그리고 질병 경로 연구소도 있고 알러지, 면역학 연구소도 있다.
RIKEN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단지가 저렇게 작게 시작해서 계속 성장해 나가고, 다른 분야의 연구소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응용학문은 기초가 먼저 되어야 하는 법이다. 기초과학은 고사하게 생겼는데 응용과학만 하면 뭐가 만들어지나.

기초과학은,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가령 우주공간에 질량을 가진 물체가 있으면 그 근처의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은 어디다 써야 하나. 1초를 정의할 때 양자역학적으로 세슘 원자핵이 들떴다 가라앉는 시간을 이용해서 정한다는 국제 표준은 어디다 쓰나. 대충 시계 만들어서 쓰면 되겠지. 수소를 산소와 화합시키면 폭발하면서 에너지가 방출되는거 누가 모르나? 상식이지. 어떤 점이 있을 때, 그 점을 지나는 원을 세개 그릴 수 있다는 건 산수잖아.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들을 종합해서 쓰면 최첨단 기술인 위성기반 위치 탐색 기술인 GPS가 나온다. 이외에도 기초과학을 응용해서 만들어진 기술은 셀수 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은 쓸데없어 보이는 초끈 이론에도 재정을 지원하고, 수백조원을 들여서 건설하는 LHC가 뭔지도 모르는 초미니 블랙홀을 만든다고 해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과연 외국의 석학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줄 것인가도 의심스럽다. 돈만 빼먹고 일을 대충하면 그것도 만만치 않은 손해일텐데.

by snowall 2008. 1. 13. 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