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얼굴에 여러가지 좋은 기운들이 보이는 사람인가보다. 오늘은 용산역에서 교회에 다니라고 권유하는 아저씨를 봤다. 2인 1조로 다니는데, 그중 한명만 내게 말을 걸었다.

CCC에서 나온 뭔가 선교지를 내밀더니
"예수님 믿으시라고..."로 시작하는 무슨 얘기를 했다. 굳이 듣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굳이 하겠다고 주장하여 굳이 하고싶으면 해보라고 얘기했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님을 지상에 내려보내..."로 시작해서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뒤집어 쓰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으로 절정에 달하고, "사흘후 예수님은 다시 부활하여 하늘로 올라가셨다"로 끝나는 얘기였다. 그리고 어쨌든 진정한 삶은 예수님을 믿어야 된다고 한다. 게다가 무려 이 책자는 영한대역본이다.

어쨌든 이 레파토리는 십자가가 아니라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은 얘기다. 누군 뭐 몰라서 안믿나. -_-;

아마 그 사람 인생에서 신보고 싸가지없는 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내가 최초일걸. 그리고 지옥에 가는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도 내가 최초였을 걸.

어쨌거나 아무리 선행을 한 사람도, 아무리 업적이 많은 사람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난 아주 많은 선행을 하고 아주 많은 업적을 쌓은 다음에 지옥에 가겠다고 했다. 대체, 착한일 많이 하고 업적 많이 쌓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천국에 가야 하는 것일까. 그는 천국에 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독교의 신은 신답지가 못하다. 너무나 인간적이다. 무슨놈의 신이 그렇게 삐져서 사람들 몰살시키고, 두번이나 심판하고. 그러고도 아직도 모자라서 싸그리 지옥에 보내라는 것인가. 애초에 나같이 신을 싫어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신이 능력이 부족함을 증명한다는 것을 그 신은 깨닫지조차 못한 것일까. 자유의지를 줬으면 가만히 놔둬라. 아님 애초에 주질 말던가.

내가 대학원 나오고 직장 다닌다고 했더니, 자신도 구로에 있는 어딘가의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아니, 그건 필요 없는 얘기잖아. 그가 나를 위해 뭔가의 기도를 올려주겠다길래 거부했다.

그는 나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며, 나 역시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그저 나를 전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았고 나는 그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있었다. 그는 그 책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증산도나 기독교나 내게 겁주려는 행위는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오면서 다른 종교를 보지 못하고 기독교만 접했었다면 지옥에 가는 것이 겁나서라도 교회에 다녔겠지. 그러나 난 증산도 사람들의 유혹도 받아봤고, 기독교 사람들의 유혹도 받아봤다. 불교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이지만 개념은 잡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종교인이라는 것들이 어째서 사람을 위협하여 자신의 종교에 귀의하도록 하는걸까. 차라리 교회 안나가면 내일 죽는다고 해라.내게는 그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래의 언젠가 내가 교회에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미래는 장담 못하는 거지. 하지만 난 분명히 "교회에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면 그들은 항상 "꼭 교회에 나갈 것이다"라고 굳이 왜곡해서 듣는다. 그렇게 굳이 왜곡해서 듣는 멍청한 자들이 교회에 있는 한 내가 교회에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종교는 신이 무서워서 가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신을 경배하기 위해 가지는 것이다. 내게 종교를 권유한 사람 중에서 신을 무서워하라는 사람은 많았으나 신을 경배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내게 죄가 있다고 하고 그걸 씻으러 가라고 한다. 아니요, 내게 죄가 실제로 있다 하더라도 내가 그 죄를 씻을 생각이 없는데 왜 가야 합니까. 하늘의 기운이 가을이 되어 수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사를 올리면 앞으로 내가 운이 잘 풀린다고 한다. 아니요, 나는 내 운을 하늘에 맡길 생각이 없는데 왜 제사를 올립니까. 그게 겁나는가요?

나라고 미래가 겁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당연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당장 내일 있을 일이나 몇시간 후의 일만 상상해도 몸서리쳐지게 두렵고 무섭다. 그러면서도 종교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는 종교들 사이의 특색이 없이 위에서 말한것과 같이 사람을 겁나게 해서 종교에 귀의하도록 유혹하기 때문이다. 난 그들의 유혹이야말로 사탄의 유혹이고 마귀의 유혹이라고 본다. 기분나쁘면 자신이 사탄이나 마귀가 아니라는 것을 내게 증명하길 바란다. 기적이나 부활같은건 요구하지도 않을 거고, 사탄이면 그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거 말고, 자신이 정말로 사탄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 보여라.

나한테 전도할 시간이 있으면 길거리에 쓰러진 노숙자나 도와주기를. 전도지 인쇄할 돈이 있으면 돈없어서 내쫒기는 사람들이나 도와주기를 바란다.
http://www.antiyesu.net/bbs/board.php?bo_table=103&wr_id=88&page=13
그것이 당신네들 신의 이름을 더욱 위대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나한테 전도하려다가 욕만 먹고 기분나빠하는 것보다, 전도지 나눠주면서 환경오염에 기여하는 것보다도 위대한 일이다.
by snowall 2008. 2. 3.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