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숫자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물론 숫자만 연구하는 학문은 아니지만, 수학의 핵심에는 숫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학에서 다루는 숫자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처음으로 배웠던 숫자는 아마 자연수(natural number, 자연스러운 숫자)일 겁니다. 우리가 하나, 둘, 셋, 이렇게 셀 때 사용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가장 친숙한 숫자이기도 합니다. 자연수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하는 숫자라고 할 수 있겠죠?
자연수는 두가지 종류의 숫자들로 구별되는데, 바로 소수(prime number, 기본적인 숫자)와 합성수입니다. 합성수는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숫자로 나누어 떨어지는 숫자이며, 소수는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숫자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숫자들을 얘기하죠. 소수에 관한 연구는 가장 먼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시작했습니다. 바로, "소수는 무한히 많다"는 증명인데요, 대단히 간단하고 누구라도 알 수 있을만큼 쉽지만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증명이기에 여기에 소개합니다.

"소수들이 유한하다고 하자. 그렇다면 모든 소수들을 전부 곱한 숫자가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숫자에 1을 더한다면 그 숫자는 그 숫자보다 작은 다른 수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숫자는 소수이다. 유한한 소수의 목록이 있으면 항상 새로운 소수를 찾을 수 있으므로 소수는 무한히 많다"

이러한 소수에 관한 연구는 현재 암호학에서 실제로 응용되어 여러분의 인터넷 생활을 안전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연수 다음으로 도입되는 수는 정수(integer, 셀 수 있는 숫자)입니다. 정수는 자연수에,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인 0과 뺄셈을 가능하게 만든 "음수"라는 것들을 합쳐서 구성됩니다. 정수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숫자입니다. 가령, 1-2=-1이라는 계산을 할수 있는 것은 정수에 음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음수가 없었다면, 위의 계산은 답이 없는 문제가 되었겠죠?

정수와 자연수에서는 우리가 곱셈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눗셈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죠. 가령, 6이라는 숫자는 2와 3을 곱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5는 1과 5가 아닌 다른 숫자를 곱해서는 결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나눗셈도 잘 가능하도록 정수에 분수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정수와 모든 분수를 합쳐서 만든 숫자를 유리수(rational number, 분수로 나타내지는 숫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분수를 처음 도입한 사람들은 이집트 사람들인데, 이집트에서는 신기하게도 분자가 1인 단위 분수들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더 신기한건, 2/3은 분자가 1이 아닌데도 사용했다는 점이죠. 이후, 분자가 1이 아닌 분수들도 사용하면서 숫자의 세계는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나눗셈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사실 유리수는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가장 사랑했던 숫자들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유리수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모든 숫자를 분자와 분모가 모두 정수인 숫자, 즉 유리수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종교까지 만들었던 사람이죠.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버렸는데, 그것이 바로 무리수(irrational number, 분수로 안되는 숫자)의 등장입니다. 무리수는 정수로 된 분자와 분모로 된 어떤 분수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숫자를 뜻합니다. 피타고라스는 무리수를 발견하고서 그 발견이 절대로 퍼지지 않도록 애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학적 발견을 피타고라스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다른 수학자들이 차츰 무리수를 발견했고, 결국 무리수는 수학자들이 숫자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무리수를 숫자로 받아들이면서 수학자들이 풀 수 있는 문제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예를들면, 각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숫자로 나타낼 수가 있게 된 겁니다. 그 전까지는 그러한 숫자를 사용하려면 전부 말로만 얘기했었어야 하는데, 더이상 그럴필요 없이 간단하게 "2의 제곱근"이라는 숫자로 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수학자들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학자들은 유리수와 무리수를 합쳐서 실수(real number, 진짜 숫자)라는 숫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실수는 아주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실수라도 자기 자신에게 곱하면 결코 음의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가끔, 자기 자신과 곱헤서 음의 숫자가 나오는 숫자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과 곱해서 음의 숫자가 나오는 수는 처음에 3차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등장했습니다. 1500년대 중반, 유럽의 수학자들은 3차 방정식을 해결하는데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타르탈리아라는 이탈리아 수학자가 처음으로 일반적인 답을 찾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타르탈리아의 풀이법을 전수받은 카르다노가 이 공식을 세상에 퍼뜨리는 바람에 "카르다노의 공식"이 3차방정식의 일반적인 풀이법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수학자들은 3차 방정식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숫자들을 "상상"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숫자들을 수학자 데카르트가 허수(imaginary number, 상상의 숫자)라고 불렀고 실수와는 뭔가 다른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실수와 허수를 통합해서 생각하는 복소수(complex number) 체계가 만들어 졌습니다. 복소수는 아주 신기한 숫자들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복소수에서는 모든 다항 방정식을 풀 수 있다는 겁니다. 다항방정식이란 "x를 두번 곱한 것과 x를 세번 곱한 것을 더하면 x가 어떤 숫자일 때 0일까?" 같은 형태의 문제를 말합니다. 이런 형태의 방정식을 전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건 19세기에 수학자 가우스가 처음으로 증명하게 됩니다. 이 증명은 또한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정리중의 하나로, "대수학의 기본 정리"라고 부릅니다. 대수학이란 위에서 얘기한 다항 방정식을 푸는 수학을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대수학의 기본 정리를 증명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아서 여기서 소개할 수는 없습니다. 수학자들은 당연히 신났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이제 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런 축제 분위기에 분위기 깨는 사람이 한두명쯤은 있는 것, 바로 비운의 천재 갈루아와 아벨입니다

갈루아는 21살때 현대 대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갈루아 이론"에 관한 논문을 다 써놓고서 그 다음날 결투에 나가서 죽었고, 아벨은 5차보다 더 큰 차수의 다항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26살에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아벨이 이룬 업적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모든 방정식을 풀 수는 있지만 5차 이상부터는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잘 모른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by snowall 2006. 10. 27.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