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얘기했지만, 난 최근 도나 기나 사람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세고 있다. 기독교도 세보려고 했으나 대학 다니면서 이미 20번 넘게 싸웠던지라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어느 단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들이 나를 보면 계속 붙잡고 있는 패턴을 파악해 보았다.

일단, 흑석동 학교 앞에서 세번, 혜화동 대학로 앞에서 두번, 그리고 오늘 이수역에서 한번, 총 여섯번이다.
아니, 일곱번이다. 예전에 을지로 2가에서 한번 만났었다.

말하는 방식은 "말씀드릴게 있어서"로 시작하고, "저희는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로 이어지거나 "우주의 가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로 넘어간다. 무슨얘기인가 진지하게 들어보면 전부 같은 레퍼토리다.

단계 1. 세상에는 사계절이 있고, 씨를 뿌리는 계절, 싹이 자라나는 계절, 결실을 거두는 계절이 있다.
단계 2. 우주에도 사계절이 있다.
단계 3. 이제 우주의 가을이 오는 시기이다. 이것은 무슨무슨 책에 의해 누구누구가 계산한 결과로 신빙성이 있다.
단계 4. 가을의 시기는 누구나 결실을 얻어야 하며 그 결실을 얻을 준비를 해야 한다.
단계 5. 그 준비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제사를 크게 올려서 지난 조상들의 업보를 씻어내야 한다. 그것이 너와 너의 자손을 번창하게 하고 부모와 조상이 저승에서도 잘되도록 하는 길이다.
단계 6.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의 운이 다 잘 풀리겠지만, 모든 사람을 그렇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만, 운이 트는 사람에게만 전해주고 있다.
단계 7. 따라서 우리가 말을 걸게 된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다.
단계 8.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실비만 받고 제사를 올려주고 있다.

그리고 단계 5부터 8까지 무한반복이다.

이쯤되면 내가 얼마나 그 사람들을 자주 만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번 8번째 만남때는 위의 8가지 단계를 쭉 읊어주고 내가 잘못 암기한 부분이 있는지 검증받을 차례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어쨌든 그 사람들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이 7번째예요"라고 말하면 "그건 인연이 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라고 대답하지만, 내 생각에 그 사람들이 사람을 보는 관상법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관상법에 의하면 운이 트고 기가 센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인연이 닿아서 그런게 아니라, 누구든 그 관상법에 의해 사람을 고르면 나를 고르게 될 것이다. 물론 나만 고르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고르게 될 텐데, 그 사람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러번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럼 "어? 정말 인연인가? 이건 운명일까?"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 C라는 사람, D라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장소와 전혀 다른 시간에 똑같은 얘기를 듣는다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사람을 고른다면 B, C, D가 전혀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A에 대해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들은 A라는 사람에게 같은 얘기를 해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만들어진 운명이다. 물론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다니는 B, C, D가 이러한 의도를 갖고서 사람을 고른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마 그 종교의 창시자 쪽이 이런 사실을 배우거나 깨닫고 이렇게 지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by snowall 2008. 2. 11. 23:24
  • 꼼지락 2008.02.12 02:00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도 '얼굴에 복이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무슨 기준일까요? 이과생인가..?

    • snowall 2008.02.12 09:08 신고 EDIT/DEL

      이과생이 복이 많다면 그것도 참 뻔한 거짓말이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