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립톤 아냐?


이런거?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한방울 이슬과도 같은 립톤 아이스티! TV광고도 한다.
글쎄, 내가 말하고 싶은건 LEPTON이다. LIPTON과는 분명히 한글자 다르다. 그럼 렙톤이 뭐냐고?

참고로 이 그림은 입자물리학 표준 모형 도표다. http://pdg.web.cern.ch/pdg/particleadventure/index.html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입자물리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http://www.askhow.co.kr/opennote/board/ah_view_ru.asp?nid=96063&idx=1&no=2&page=1&keyword=&searchitem= 를 참고하기 바란다.
입자들은 스핀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스핀이 정수인 것과 정수의 절반값을 갖는 경우로 나누어 진다. 그중에서 스핀이 정수인 것을 보즈 입자(보존Boson)이라고 부르고, 스핀이 정수값의 절반이 되는 경우를 페르미 입자(페르미온Fermion)이라고 부른다. 보존들은 페르미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달하고, 페르미온은 물질을 직접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페르미온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페르미온은 다시 그 특성에 따라서 쿼크Quark와 렙톤Lepton으로 나누어 지는데, 각각 6개씩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 도표를 좀 확대해 보면 이런게 나온다.

그림을 잘 보면 Flavor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맛”이나 “향”이라는 뜻이 있다. 그냥 얘기를 재밌게 하기 위해서 맛이라고 해 두자.

우선, 쿼크쪽 얘기부터 살짝 해 보자. 쿼크는 3가지 맛이 있고, 각각의 맛은 다시 두 단계로 나눠진다. 예를들어, 위쪽up 쿼크와 아래쪽down 쿼크가 행동하는 모습은 비슷한데, 전자기력에 대한 반응이 1단위만큼 차이가 난다. 뭐, 그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자. 우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페르미온이 바로 위쪽 쿼크랑 아래쪽 쿼크다. 왜 이렇게 많이 있냐면, 질량(Mass)을 봐라, 입자의 가격은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나 질량으로 얘기하는데, 아주 싸다. 우주 초기에 바겐 세일 이벤트라도 있었는지 이거 물량, 진짜 많이 풀렸다.
그 결과 위쪽 쿼크랑 아래쪽 쿼크로 만드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우주에 있는 물질을 대부분 만들게 되었다. 아무데나 있는 거니까 별로 신기할건 없고, 그 아래에 있는 예쁜charm쿼크랑 이상한strange쿼크를 보자. 일단 눈에 뜨이는 점은 가격이다. 100~1000배나 비싸다! 이런, 너무 비싸잖아? 이렇게 비싼 걸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우주 초기였는데 그런 좋은 시절은 지나갔고, 요즘은 입자 가속기 안에서나 가끔 보인다.
그 아래쪽을 보면 꼭대기top 쿼크랑 바닥bottom 쿼크가 있다. 이건 더 비싸다. 완전 초 레어 아이템인데, 처음으로 봤다는 사람이 나온지 이제 겨우 12년밖에 안됐다. 15000000000년의 우주 역사랑 비교하면, 얼마나 레어 아이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힉스 스칼라 라고 하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전설의 아이템이 하나 남아있긴 하다.)

아무튼, 이런 쿼크들이 갖고 있는 3가지 맛은 사실 그냥 구경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쿼크들이 갖고 있는 또다른 성질이 “색”이라는 건데,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의 세가지 기본 색하고, 안빨강Anti-red, 안초록Anti-green, 안파랑Anti-blue, 이렇게 세가지 반대 색이 있어서, 항상 “하얀색”만 보이도록 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색색깔의 음료를 섞어서 칵테일을 만드는데, 우주의 칵테일은 항상 하얀색 칵테일만 만들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뭐...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왜 맨날 하얀색만 구경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은 도전해도 좋다. 적어도 지구에 사는 사람 중에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렙톤은 쿼크랑 비슷하게 6개가 있고 3가지 맛이 있다. 각각은 역시 2가지 단계로 나눠지는데, 짜릿한 맛이랑 짜릿하지 않은 맛이 있다. 짜릿한 맛 부분은 세가지 맛의 특성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다. 전자Electron는 우주에 무진장 많이 있고 가격도 싸다. 뮤온Muon은 전자만큼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자주 구경할 수 있는데, 1분에 1개정도 당신의 머리를 스쳐지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느끼지는 못하지만. 타우Tau는 초 레어까지는 아니고 레어 아이템 정도는 된다.
짜릿한 맛 부분은 뭐 괜찮은데,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렙톤에서 짜릿하지 않은 맛 부분이 어떤 조리법으로 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예를들어, 렙톤 아이스티가 있는데 여기에 레몬맛, 복숭아맛, 녹차맛, 이렇게 3가지 맛이 있다고 하자. 우리가 마실 때는 레몬맛이거나, 복숭아맛이거나, 녹차맛이거나, 한가지만 먹을 수 있고 섞어서 마시지는 않는다고 해 보자. 뭐, 취향 독특한 사람 아닌 이상 녹차맛과 레몬맛을 섞어서 먹진 않을 것 같긴 하다.
자, 공장에서 렙톤 아이스티를 생산할 때는 이 세가지 맛 중 하나로 정해져서 생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실 때는 다른 맛으로 변해 있다면??

바로 욕 튀어 나온다. 이런 xx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_-;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공 장에서 렙톤 아이스티를 생산했는데, 레몬맛만 100캔을 만들었다. 그래서 레몬맛으로 포장해서 가게에 배달했고, 그 해 무더위 때문에 100캔이 전부 팔려나갔다. 그런데 그중 30명이 환불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왜? 레몬맛 캔을 땄는데 녹차맛이 나왔거든... -_-;

아, 30명중에서 5명 정도는 복숭아 맛이 나왔다.

자, 생각해보자. 이건 분명 무더위 때문에 레몬맛이 변질되어서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만약, 순수하게 “레몬맛”이라는 물질만 넣었다면 이게 더위에 상한다고 해서 다른 맛으로 변할리는 없을 것이다. 분명 몇가지 물질을 섞어서 레몬맛, 녹차맛, 복숭아맛이 되게 섞은 것이다.
이 부분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레몬맛 음료수라고 해서 진짜 레몬이 들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맛을 내는 물질 몇가지를 섞어서 레몬맛이 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그러면“진짜 바나나가 들어간 우유” 같은걸 누가 사먹겠냐.

그럼, 3가지 맛을 다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맛 물질은? 당근 3개다.

2개만으로 섞는 비율을 다르게 해서 3가지 맛을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뭐 대충 어떻게 해서 만들 수는 있겠지만, 가령 2개만 섞어서 “레몬맛”이랑 “복숭아맛”을 만들었는데 그걸 아무리 어떻게 다시 잘 섞는다고 해도 레몬맛이랑 복숭아맛을 같이 먹는 이상한 느낌만 나지 거기서 녹차맛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이제 3가지 맛을 만들기 위한 기본 맛을 1번, 2번, 3번 맛이라고 이름붙여 보자. 그럼 1,2,3번을 적당히 섞어서 세가지 맛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무더위 때문에 3번맛이 변질되어서 없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당연히 원래 섞여 있던 비율에서 달라져서 다른 맛이 나오게 될 것이다. 2번, 1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맛을 결정하는 건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율”인데, 무더위 때문에 다른게 없어지면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잠깐! 그럼 무더위 때문에 없어지는 속도가 다 똑같으면? 그럼 당연히 맛이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맛이 달라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없어지는 속도가 모두 달라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에 의해 실험적으로 관찰된 사실에 의하면, 3가지 기본 맛 중에서 2개는 비슷한 속도로 없어지고 1개는 전혀 다른 속도로 없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속도로 없어지는 2개를 1번, 2번으로 이름 붙이고 전혀 다른 속도로 없어지는 나머지 한개를 3번으로 이름 붙였다. 문제는 3번이 없어지는 속도인데, 이게 1,2번보다 더 빠른지 느린지 알 수가 없다는게 문제다. 3번이 없어지는 속도가 1,2번보다 더 빠르냐 느리냐는 입자물리학에서 아직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중에 하나이다.

다시 잠깐!!! 1번이 완전 레몬맛이고 2번이 완전 녹차맛이고 3번이 완전 복숭아맛이면???
그 런 경우 레몬맛을 만들기 위해서 1,2,3번을 섞을 필요가 없이 1번만 넣으면 된다. 그럼 당연히 1번이 무더위 때문에 없어진다고 해도 레몬맛이 유지될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무더위때문에 맛이 변하려면 1,2,3번이 각각 순수한 맛이 아니라 그걸 굳이 섞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지금까지, 중성미자 진동이라고 하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 이상한 설명을 해 보았다. 중성미자 진동 현상은 처음에 만들어질 때의 중성미자 형태와 나중에 관찰될 때의 중성미자 형태가 달라지는 현상인데, 이 사실로부터 중성미자가 반드시 질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증명된다. 문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의하면 중성미자는 질량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고, 확장된 표준 모형을 가정해서 설명하려고 현재 노력중이다.


by snowall 2006.08.16 21:43
  • 신촌 속의 J 2007.03.31 04:47 신고 ADDR EDIT/DEL REPLY

    하아아암~ 나는 오늘도 겐세이~ 물이 상했을 수도 있어~~~ 또는 자동화 기계가 미쳐서 잘못 넣었을 수도 있어~~~~ 라고 ㅋㅋㅋ

    • snowall 2007.03.31 13:42 신고 EDIT/DEL

      그랬으면, 내가 지금 이 삽질을 안하겠지 -_-;

  • ExtraD 2009.04.20 20:57 ADDR EDIT/DEL REPLY

    립톤과 렙톤이라..재밌는데요. ^^

  • 탠저린양 2010.05.01 12:21 신고 ADDR EDIT/DEL REPLY

    헉 ㅋㅋㅋㅋㅋㅋ
    기발하네요 ㅋㅋㅋㅋ 진짜 보온밥솥형 블로거시네요 ㅋㅋㅋㅋ
    아 왤케 재밌지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립톤에서 렙톤으로 넘어가실 생각을 ㅋㅋㅋㅋㅋ

    • snowall 2010.05.02 08:39 신고 EDIT/DEL

      ㅋㅋㅋㅋ제가 지금 읽어도 재밌어요 ㅋㅋ

  • 나모 2010.06.11 13:44 ADDR EDIT/DEL REPLY

    립톤 아이스티를 먹다가 가루입자가 고와서 연기처럼 날리는 것을 보고 입자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구글링을 했더니, 여기 블로그가 검색이 되네요... 검색 키워드의 단어들이 다 있네요..(립톤, 입자)

    • snowall 2010.06.11 14:32 신고 EDIT/DEL

      음...그 입자의 크기를 재는 것도 재미있는 실험이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