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에 오다가 신기한 것을 보았다.

어떤 영어 학원의 차량 뒷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써 있었다.
Do not pass when loading or unloading


해석하자면
타거나 내릴 때 앞지르기 하지 마세요


정도랄까.

그런데, 해석해 놓고 보니까 내용이 참 어색하다. 어째서? 왜냐하면, 여긴 한국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저 문장의 형태는 "명령문"이다. 명령문이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으로, 저 명령의 지시를 받는 사람은 명백히 다른 운전자이다. 그리고 여기는 한국이라는 점. 그렇다면, 저 글을 읽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 운전자일 것이다. 게다가 저 명령문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원에서 타고 내리는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다른 운전자들이 조심해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인 것이다. 학원장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한국인 운전자들이 저런 중요한 말을 읽고 주의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어에 익숙하고 영어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한국사람에게 지시하는 주의사항이었다면 한국어로 적혀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저렇게 중요한 문장을 영어로 적어두어봐야 한국사람들은 절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한국어로 적혀 있어도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겠지만.

그럼 대체 누구보고 읽으라고 적은 걸까. 영어를 잘 하는 학원생들은 당연히 그 글을 읽고 이해할 것이며, 다른 운전자들이 자신의 학원 차량 근처에서 주의하여 움직일 것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운전자들은 그 글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며,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덜 주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 보다는 더 위험한 상황이다.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영어를 잘 할 수도 있겠다. 외국인도 있을 수 있겠지. 그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 글을 읽어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그들이 바보라면 학원장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것이다.

다시말해서, 그 문장을 학원 버스에 적어두라고 한 사람은 누군진 몰라도 학생들의 부모님을 바보로 간주하고 생색내기를 시도할 만큼이나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좀 하고 살자. 특히, 제대로 장사하려면.
by snowall 2008. 6. 5.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