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이 산더미같이 밀려 있었으나, 그건 그냥 밤새 처리하기로 하고 퇴근후 광화문으로 갔다.

혼자 갔다. -_-;

회사의 다른 분들은 먼저 출발하셨는데, 난 늦게 가느라...

아무튼, 도착해보니 시청부터 광화문까지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10시경부터인가, 청와대로 가고 싶어서 행진을 시작하였는데, 그 이어짐이 안국동, 인사동부터 종로를 지나 광화문 앞을 거쳐서 서대문, 독립문 사거리까지 길을 한가득 메웠다. 정말로 100만명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받아서 뛰쳐나온 사람이 100만명이면, 그나마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은 1000만명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몇가지 특징적인 점을 올린다.

1. MB노믹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오늘 한몫 제대로 잡은 사람들은 양초 장사, 택시, 출판소, 컨테이너 도매업체다.
아마 양초 공장에서는 이명박이 제발 실권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냐고? 내 돈 내고 샀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한몫 챙기러 온 사람들도 한몫 챙겨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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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름값이 많이 싸진 느낌이다
독립문에 갔더니 광화문-경복궁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버스로 막아놨다.
그런데 누가 버스에 기름을 뿌려 놨더라. 이것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버스를 미끄럽게 해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재 위험을 경고하여 촛불을 끄도록 하는 것이다.
그거나 그거나 참 유치한 생각들이긴 하다.
어쨌든 촛불을 끄는 방법도 가지가지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명박은 우리나라의 기름값은 아직도 많이 싼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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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우리나라는 과연 스타크래프트의 강국이다
왠지 임요환의 냄새가 난다. 최소한 그만큼의 실력자가 있었으리라. 이동식 배럭 (= 닭장차)으로 커맨드 센터(=청와대) 들어가는 길목을 모두 막아놓고, 안에는 벙커를 지어놓고 짱박혀 있으니 이 어찌 환상의 디펜스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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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동물의 왕국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 조류독감에 내성을 가진 새(특히, 철새)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http://www.hani.co.kr/section-001021000/2000/001021000200007271823001.html
눈 감고 귀 막고 머리 처박으면 안보이고 안들리니까 위험이 없어진 줄 알겠지.
그럼 그냥 그렇게 알고 계시오...
(참고로 알려주자면, 위에 링크해둔 사설은 무려 2000년도의 글이다. 최근 글이 절대 아니다!)

5.새로운 관광 명소
컨테이너 박스로 국민이 모이는 광장을 막았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이 한장 나올 것 같다.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 대사가 나올 차례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덧붙임
난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근성이 냄비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냄비는 원래 한번 끓고 식는 것이다. 하도 빨리 끓고 하도 빨리 식기 때문에 냄비라고 한 것 같은데 그거 끓어오르는 것도 한두번이지 계속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다.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고 부른댄다. 그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근성이라고 생각한다.
3월 1일
4월 19일
5월 18일
6월 10일
매월 하나씩은 있는, 우리 국민들이 모였었던 역사적인 날들을 생각해 보자.
광장에 나온 누군가는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다시 광장으로 나올 것이다.

배후세력?
100만을 움직일 수 있는 배후세력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그건 이미 암묵적인 세력이 아니라 엄청난 조직일 것이다. 그만한 배후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by snowall 2008. 6. 11.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