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블로거와 토론하다가 들었던 의문점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하자. 인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한가지 특징은, 그 지적 생명체는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언어체계가 비슷하든, 통역기를 사용하든, 뭐든 관계는 없지만 아무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우리가 이 지적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가?
(올바르지 않은 것을 부정한다면, 그럼 올바른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질문은 별개의 질문이다. 왜냐하면 윤리적인 문제는 아주 나쁜 것에서 아주 좋은 것 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고, 윤리적으로 나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고, 좋은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단, 이때의 윤리학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은 받아들인다고 하자. 인간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죽이고 있으며, 그것은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 보다는 덜 비난받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현실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쳤더니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서 수화를 꽤 능숙하게 사용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http://animalpark.pe.kr/new2005/column/column_view.php?page=20&s_type=&s_code=&no=66

그런데 인간은 여러가지 의약품의 실험을 위해서 침팬지를 죽이고 있다. 즉, 내가 위에서 문제제기한 상황이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동물 보호론자는 아니며, 그렇다고 동물을 죽일 때 아무런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완전 중립적인 태도다.

답은 어떻게 될까?
by snowall 2008.09.21 03:18
  • 꼼지락 2008.09.21 09:41 ADDR EDIT/DEL REPLY

    좀 맥락이 다른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완벽히 개발되어, 그 프로그램과 채팅하는 것이 사람과 채팅하는 하는 것과 완벽히 구별되지 않는 그 시점에서.. 그 프로그램을 지워버리는 것은 그를 죽인는 것일까? 아닐까? 만약 죽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에 따른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 snowall 2008.09.21 09:49 신고 EDIT/DEL

      그 문제가 이 문제와 맥락이 다른 이유는, 저는 어쨌든 "생명체"임은 가정하고 있고, 꼼지락님의 문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생명체인가?"의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지능은 있는데 생명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다시말해서, 생명은 지능이 존재하기 위한 필요조건인가? 이 질문이 먼저 대답되어야 합니다.

  • KNauer 2010.06.28 11:27 신고 ADDR EDIT/DEL REPLY

    "지적 생명체"를 떠나서의 경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네요.
    http://bit.ly/9dZMxi '동물해방'을 바라보는 눈, 허경(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따지고 보면, 윤리적인가를 따지는데에 그 대상에 '지적'이라는 기준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요?

    • snowall 2010.07.13 13:20 신고 EDIT/DEL

      그렇다면 식물인간 또는 뇌사상태의 인간을 죽이는 것과 식물을 죽이는 것 사이의 간격이 없어지게 됩니다.

  • goldenbug 2010.08.01 11:34 ADDR EDIT/DEL REPLY

    엮인글 잘 받았습니다.
    수화하는 침펜지는 예전에 읽을 때도 쓸까 하다 말았지만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에서도 나오죠.^^

  • tag 2013.01.17 00:02 ADDR EDIT/DEL REPLY

    이부분에서 '옳다 그르다'를 따지는 판단기준은 대게 법적인 기준에서겠죠? '법은 유동적인 수학이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거같습니다. 사람들끼리 엄격한 틀과 약속을 정해놓고 그것을 토대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법은 수학과 비슷하지만, 사실, 마치 윤리학이 상식적인것을 인정하듯 우리는 법이 수학보다는 덜 객관적이다는것을 인정할수밖에 없을것입니다. 1+1=2는 절대불변의 진리이지만(적어도 인류가 '수'를 생각한 이래로 수천년간 변함없이 이어져왔지만) '왼쪽에 사람한명 오른쪽에 사람백명이 있을때 기차는 어떤선로로 방향을 틀어야하나'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주관적인 문제입니다.(왼쪽 한명이 영웅이고 오른쪽 백명이 전부 악당인경우 등등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기도하여). 법은 이런 현실의 많은 변수들 속에서 유동적으로 틀을 바꿔나갑니다. 고로 외계 지적생명체의 살상은 살인과 동급인가 하는문제는 그들과 우리, 또 우리내부에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재정의될것입니다.

    • snowall 2013.01.17 00:10 신고 EDIT/DEL

      법적으로는 당연히 아무 문제가 없죠. 그럼 그 법은 올바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성의 전당 2018.08.05 14:45 신고 ADDR EDIT/DEL REPLY

    인식할 수가 있는 ‘태어난 존재’에 대한 구성요소에는, 물질 육체와 그 육체를 생동감 있게 유지시키는 생명력과 이를 도구화해서 감각하고 지각하는, 의식과 정신으로 나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태어난 존재’ 즉 물질 육체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역할을 다한 도구처럼 분해되고 소멸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육체를 유지시키던 생명력은 마치 외부 대기에 섞이듯이 근본 생명에 합일 과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육체와의 동일시와 비동일시 사이의 연결고리인 ‘의식’ 또한 소멸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보충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총체적 단절작용을 ‘죽음’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감각하고 지각하는 존재의 일부로서, 물질적인 부분은 결단코 동일한 육체로 환생할 수가 없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의식’ 또한 동일한 의식으로 환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은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간이자 전제조건으로서, 물질로서의 근본적 정체성, 즉 나타나고 사라짐의 작용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타날 수도 없고, 사라질 수도 없으며, 태어날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불멸성으로서, 모든 환생의 영역 너머에 있으므로 어떠한 환생의 영향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신에 대한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자 실체로서, ‘있는 그대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체에 의한 작용과정으로써 모든 창조와 소멸이 일어나는데,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는다는 것입니까? 누가 동일한 의식으로 환생을 하고 누가 동일한 의식으로 윤회를 합니까?

    정신은 물질을 이루는 근간으로서의 의식조차 너머의 ‘본체’라 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윤회의 영역 내에 있는 원인과 결과, 카르마, 운명이라는 개념 즉 모든 작용을 ‘본체’로부터 발현되고 비추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태어난 ‘한 사람’, 즉 육신과의 동일성으로 비추어진 ‘지금의 나’로 여기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은 스스로 자율의지를 갖고서,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지만 태어나고 늙어지고 병들어지고 고통 받고 죽어지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책임을 외면하기 위해 카르마라는 거짓된 원인과 결과를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거짓된 환생을 받아들이며,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거짓된 속박, 즉 번뇌와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환영 속의 해탈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나는 누구이며 무엇이다’라는 거짓된 자기견해 속의 환생과 윤회는,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누구이며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려면 반드시 비교 대상이 남아 있어야 하며, 대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자율성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는 꿈속의 꿈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뚜렷하고 명백하다 할지라도 ‘나뉨과 분리’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나’에 대한 그릇되고 거짓된 견해만을 바로잡았을 뿐입니다.


    - '불멸의 자각' 책을 추천합니다. www.uec2018.com
    인문학 도서인데, 한번 검토 부탁드립니다.
    '나는 누구인가?'와 죽음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잘 나와 있습니다.

    • snowall 2018.08.06 22:33 신고 EDIT/DEL

      검토를 부탁할 때는 한 권 주면서 부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