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보면, 판타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항상 승리한다. 원래 주인공이 이기는 이야기니까 그렇기도 하거니와, 숨겨둔 필살기라든가 특출난 재능인가 뭔가가 있어서 적이 생각하지 못한 헛점을 찌르고, 그렇게 승리한다.

그건, 적이 멍청한 것이다.

현실의 적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판타지 소설을 보면, 생명이 아닌 것들, 인간이 아닌 것들이 사람을 공격하고 잡아먹는다.
이건 현실도 마찬가지다. 온갖 도구와 기계들은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자본은 마치 그 실체가 없는 마족처럼 인간을 정신 세계에서부터 파멸시켜 간다. 현실의 마법은 마력이 아니라 자본력으로 승부가 갈린다. 필살기라 할 수 있는 "드래곤 슬레이브" 급의 현금 유동성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금색의 마왕, 로드 오브 나이트 메어의 힘을 빌린 마법 정도를 사용하려면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 정도의 돈이 필요하달까나.

판타지 소설은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보다 리얼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의 생존 방법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

비극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는 세상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이기지 않으면 진다. 비기는 건 없고, 도망가는 것도 없는 거다. 어느 분야, 어느 직업이든 그 속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양하다.

손자 병법에 이르기를, 적이 멍청할 것을 믿을 것이 아니라 나의 준비가 튼튼한 것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적이 나오고 어떤 미래가 다가오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어떻게든 이기는 그 무언가의 힘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꿈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 나의 좌절은 얼마나 클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 그리고 설령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나는 얼마나 실패할 것인가.

세상은 크다. 매우 크다.
by snowall 2008. 9. 22.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