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어떤 친한 친구가 내게 기독교를 굳이 왜 싫어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모태신앙인이고, 독실하며, 건전한 신앙인이며 심지어 내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다. 그때 대화하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걸 정리해서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성경 공부를 제대로 다 해본게 아니라서 군데군데 틀린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1. 신
사실 성경에 제시된 신은 내가 생각한 신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물론 내가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거니와, 알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앞으로도 별로 알아볼 생각은 없다. 부디 날 이대로 내버려두길 바란다. 만약 나에게 뭔가를 더 알게 한다면, 난 신으로부터 더더욱 멀어질 생각이니 이대로 놔두는게 좋겠다.
신은 창세기때부터 배배 꼬여있다. 처음부터 선악과를 안만들면 되는걸, 굳이 만들어 놓고서 "이거 먹으면 안돼요, 혼나요~"라고 말하면, 아마 나같은 성격이었으면 먹어보고 싶어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뱀한테 낚인 이브만 나쁜년 됐잖아. 우주를 만들 정도의 능력자가 만들기만 하고 없애지를 못하면 허접해 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아벨과 카인 형제도 그렇다. 카인이 어릴때부터 그렇게 나쁜놈이었을까? 현대에는 살인자도 죄를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는데(물론 기독교의 영향이 크지만, 죄를 뉘우친 모든 살인자가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다) 카인은 새사람도 못되고 박해만 받는다. 물론 카인이 잘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니 아들을 바쳐봐라" 라고 얘기한 것도 잔인한거 아닌가? 물로 세상을 심판한 얘기, 바벨탑 무너뜨린 얘기, 불로 소돔을 심판한 얘기, 등등은 모두 자기 모순에 빠져있다. 왜냐하면, 서로 싸우고 배척하고 타락할 가능성은 처음 만들어질때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일텐데, 그게 맘에 안들어서 다 없애버린다는건 결국 자기가 인간을 대충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니까.
또한, 예수가 태어날 때도, 그 당시, 베들레헴에서 짱 먹고 있던 헤롯은 무슨 이상한 예언을 듣고서 그동네 아기들을 싸그리 죽여버린다. 예수 빼고. 이건 내 눈에는 예수라서 살아남은게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예수가 되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애들 다 죽을거 뻔히 알았을텐데, 굳이 예언을 가서 전하라고 한 신은 대체 무슨 속셈일까?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다 죽이냔 말이다. 헤롯 왕도 나쁜 놈이고, 예언을 전한 예언자도 나쁜놈이고, 그 예언을 내린 신도 나쁘다. 뭐, 각자는 자기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결과는 누가 봐도 아무런 죄없는 애들만 잔뜩 죽었다. 만약 셋중 하나라도 결백을 주장한다면 그건 정말 무책임한 태도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거 아닌가.

2. 일부 미친놈들
대부분의 정상적인 기독교인은 아무튼 별 문제 없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건, 기독교인들도 싫어할만한 미친 기독교인들이다. 내가 만난 그런 종류의 사람들은 내가 단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악마 취급하고, 건방지고 나쁜 놈으로 취급한다.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원죄를 회개하려면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진심으로 떠오른건 "정말 악마가 되어 줄까?"였다. 그리고 끝내 교회에 안다닌다고 하니까 신이 그렇게 선고한적도 없는데 내가 죽어서 지옥에 갈 거라고 했다. 인간주제에 신이 내릴 결정을 니가 정하는건 월권 아냐?
아무튼, 진정하고 생각해보니 그다지 흥분할 일은 아니어서, 모든걸 이해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대신, 누가 봐도 명백하게 착하고 성실하게 살고서 당당하게 그들이 말하는 지옥에 가 주기로 결심했다.

3. 창조론 VS 진화론
창조와 진화의 얘기를 하면 항상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적혀있기 때문에 창조론이 맞을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성경은 인간이 적은 신의 말씀이고, 자연은 신이 만든 그 자체다. 그럼 인간과 자연중에 어떤 것이 더 믿을만할까? 당연히 자연 아닐까? 따라서, 자연 과학의 결과는 성경의 이야기보다 항상 신의 뜻에 더 가깝다.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신이 만든건 자연이지 성경이 아니다. 더군다나, 성경은 워낙에 오래된 책이라 전수되면서 오타, 오역, 오독의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게 맞다는건 사람이 보장한다. 하지만 자연은 항상 그대로 있으며 누구든지 의심가면 언제든지 실험하여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험결과가 맞다는 건, 인간이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자연이 보장한다.
또한, 창조론이 과학이 되려면 일단 성경부터 없애고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자연 과학에 신이 왜 나오나? 자연이 나와야지. 그리고, 창조론이 옳다고 해도 신의 존재가 증명되지는 않는다. 이미 라엘은 외계 지성체에 의한 인류 창조를 얘기하고 있다.
성경에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는건 알겠지만,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냥 오래된 이야기책이지 그 안에 있는게 전부 맞는건 아니다.


대략 이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를 싫어하는것은 내 종교적 신념이다.
너가 남에게 받고 싶은것을 그대로 남에게 행하라. 예수가 한 말이다. 어떤 기독교인이든, 내 종교적 신념을 바꾸려 한다면 나 역시 그에게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기독교인이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나도 독실한 반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by snowall 2006. 11. 19. 0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