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1월 4일에 쓴 글을 다시 복사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눈앞에 과학의 결과물 하나가 펼쳐져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것 아닌가?
모니터에는 엄청나게 많은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다.

잠시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자. 주변에 자석이 있다면 모니터나 TV 근처에 가져가 보자. 자석 근처의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무지개빛으로 이쁘게 변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행위는 모니터와 TV의 고장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며 A/S도 유상수리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기 바란다. 정 궁금하면 해보기를...

물론, 자석을 근처에 가져가도 아무 변화가 없는 모니터가 있다. 그것은 LCD모니터다. LCD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할 꺼리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왜 자석의 영향을 받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전자와 전자기장의 상호작용"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어려워보이는 거창한 개념이지만, 사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곱셈과 나눗셈을 할줄 알면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중학교때 배우는 2차방정식을 풀 수 있으면 계산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물리학과에 들어온다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배울 것이다.

난 여러분들이 사칙연산을 할 줄 안다고 가정하고 설명하겠다. 만약 곱셈이나 나눗셈을 할줄 모르는 사람은 손을 들고 질문하기 바란다.
이제부터 설명하려는 내용은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모니터에 화면을 표시하도록 하는 주인공은 "전자Electron"라고 하는 아주 작은 입자다. 입자는 그냥 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전자는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킬로그램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 (0의 수가 한두개 틀릴 수 있는 것 같다. 정확히는 29개 붙어있다)
이렇게 작은 녀석이 뭘 할 수 있냐고? 놀라지 마시라...전자는 당신이 알고 있는 기계 전부를 작동시킬 수 있다. 심지어 생명의 신비도 전자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엄청 중요한 입자다.

"전자전기공학과"에 가면 전자가 작동시키는 기계를 설계하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무지하게 머리아프지만 무진장 돈 되는 분야다. 관심있는 사람은 이쪽으로 전공을 바꿔도 좋을 것이다.

자, 이제 텅 빈 공간을 하나 생각해 보자. 그리고나서 여기에 전자를 가져다 두자.
(이 작업들은 전부 당신의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이라면 역시 손들고 질문하기 바란다. 그림으로 그려줄 수도 있다)

진짜 전자는 아무리 가만히 가져다 두더라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도 없고 뿌옇게 흐려진 상태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공 모양으로 생긴 가짜 전자를 이용해야 한다. 아무튼간에 전자를 텅 빈 공간에 가져다 두면 그녀석은 가만히 멈춰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전자로 할 수 있는건 없으므로 우리는 전자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녀석을 움직이게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간단하다. 손으로 밀면 된다. 하지만 전자는 너무 작아서 손으로 밀면 저 멀리 튕겨져 나가게 된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있는 곳을 불편하게 바꿔주는 방법을 이용한다. 전자는 좀 불편해도 우리를 위해서 희생해 주기 바란다.

전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힘 "전기력"을 느낀다. 이것은 중력이랑 비슷하다. 우리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는 전기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진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아래"는 우리의 발바닥 방향이 아니다.

전자공학자들은 전기력을 이용해서 전자를 마음대로 조종한다.
모니터 뒤쪽의 툭 튀어나온 부분, 그 부분이 없다면 모니터의 두께가 엄청 얇아질 것이다. 그러나 LCD나 PDP를 이용하지 않는 한 그 부분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부분에는 "전자총"이라는 것이 있어서 전자를 화면을 향해 발사하는 장치가 있다.

전자총이 하는 일은 마치 화면을 향해 공을 던지는 것과 같다. 예를들어, 아까 말한 가상의 공간에서 공을 던져보자. 다른 영향이 없다면 공은 직선으로 날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힘이 작용한다면 휘어져 날아가게 될 것이다.

모니터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모니터를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거나, 또는 돋보기를 이용해서 자세히 보게 되면 아주 작은 점이 보일 것이다. 이 점 하나를 "화소pixel"라고 부른다. 모니터에 붙어있는 수십~수백만개의 화소가 빛을 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것 전체를 하나의 화면으로 보게 되고, 드디어 이 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화소는 어떻게 빛을 내는 걸까?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화소는 빛을 잘 내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물질의 이름은 "형광물질"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을 때는 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자가 와서 이 형광물질을 흥분시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이 야구공을 머리에 맞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부분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할 것이다.
분자가 전자에 얻어맞으면 길이가 좀 더 늘어나거나 또는 전체적으로 진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진동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곧 진정하게 되고 진동은 멈춘다. 그럼 진동하고 있던 에너지는?
우리 세상에는 "에너지"라는 숫자가 있어서 그 수를 전부 더하면 항상 같은 값을 가진다. 이 단순한 법칙이 물리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진동은 분명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진동이 멈추었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변신했을 뿐이다. 이쯤 얘기했으면 다들 짐작했을 것 같은데, 아무튼 답은 "빛"이다.

전자가 분자를 때리면 분자가 약간 진동했다가 다시 멈추면서 빛이 방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빛을 보는 것이다. 색깔의 표현은 진동하는 정도가 큰지 작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관해서도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전자가 전자총에서 발사되어 모니터에 와서 빛을 낸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만약 전자총에서 발사된 후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다면 앞으로만 쭉 날아갈 것이므로, 한 점에서만 빛이 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까 말했다시피, 화소는 모니터에 뿌려져 있다. 전자가 이것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하시 위해 전자공학자들은 전기장을 이용해서 전자를 조종한다.
이때, 보통의 전기장이 아니라 1초에 60번, 7000번 진동하는 전기장을 사용한다.
모니터는 아주 작은 바둑판 모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왼쪽 위의 첫번째 줄부터 시작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줄씩 그리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아주 정확하게 전기장을 조절해서 전자가 정확한 위치의 화소를 때리도록 한 것이다.

전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는것을 1초에 7천번,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1초에 60번씩 반복한다.

이제 자석의 영향을 받는 이유를 설명해 보자.
방금 말했듯이 전자는 전기장의 영향을 받는다. 전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전기장을 만들면 되는 거다. 그런데 전기장을 만드는 방법은 한가지가 아니다. 분명히, 전기를 띠고 있는 물질을 근처에 가져다 두면 그 근처에 전기장이 생긴다. 하지만! 전기를 띠고 있는 물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기장이 변하는 경우이다.

이것을 발견한 것은 패러데이인데, 코일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이면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보고 발견했다고 한다. 코일이란 전선을 나선형으로 감아둔 것이다. 전류가 흐르기 위해서는 전기장이 생겨야만 하므로, 자석이 움직일 때 전기장이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되는 것이다.

이때, 자석과 전자가 움직이는 것은 어느쪽이 움직이든 상관 없다. 즉, 전자가 가만히 있고 자석이 움직이거나 자석이 가만히 있고 전자가 움직이는 것은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상대성 원리이고, 특수 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모니터에 자석을 가져오게 되면 자석을 그냥 가만히 대고만 있더라도 전자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전자가 흘러가는 방향이 바뀌게 되고, 결국 전자는 자기 갈 길을 잃고 엉뚱한 화소를 때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색이 변하는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면, 자석을 가져다 댔다가 떼었을 때, 원래의 색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요새 모니터는 이런 색상의 변질을 보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에 관해서는 모니터 설명서를 참고하도록 하고, 그런 기능 없이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참고하자.
(A/S센터에 맡기면 되지만, 꽤 비싸다...-_-; 이건 빼도박도 못하는 100% 사용자 과실이기 때문에...)

자석을 가져다 대서 색이 변한 경우, 모니터 내부의 금속이 자성을 띠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자성을 없애주면 되는데, 여기서 사용하는 것이 Hystersis Loss이다. (우리말로 "겪음손실"이라고 번역하는데, 대단히 어색하다...-_-;;;; 무엇을 겪는다는 것인가...)

Hystersis란 철과 같은 자성체에 자기장이 가해졌을 때 철이 어떤 자성을 띠게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무튼간에, 철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서 이리저리 흔들면 자기장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철이 자화되는 방향도 계속 변하게 된다. 이때 철 자체의 성질때문에 자화되는 방향이 완전히 변하지 않고 계속 손실되는 성분이 있게 되는데, 자석을 흔들면서 점점 멀리 가져가면 이 손실되는 성분을 보충해줄 자기장이 약해지므로 철의 자화된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약해지게 된다. 그러다가 자화된 것이 없어지게 된다.

무슨얘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아무튼간에 자석때문에 고장났으면 자석으로 해결하라는 뜻이다.
이것으로, 모니터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겠다.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나중에 고치도록 해야겠다.

2003.11.04
by snowall 2006. 12. 15.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