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99... = 1

위 등식이 성립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너무 많이 이루어져 왔다.

수학에서 두 수가 같은지 판단하려면 빼서 0이 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양변에서 0.99999...를 빼 보자.
0.0....1 = 0
물론 ...사이에는 0이 무한히 많이 들어가 있다. 사실 1이 언젠가 나오기는 할까? 결코 인간은 1을 구경할 수 없다.

이것은 "극한"의 개념에 대한 이해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무한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에 논리라고 하는 갑옷 속에서만 그것을 다뤄볼 수 있다. 마치, 우주에 맨몸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우주복을 입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음과 같은 수열을 생각해 보자.
0.1
0.01
0.001
0.0001
...
이 수열의 규칙은 (내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으므로) n번째 항은 1을 10으로 n번 나눈 값이라고 한다.
이 수열은 0이 되는가? 알다시피, 이 수열은 어떠한 정수 n에 대해서도 0이 되지 않는다. n을 아무리 큰 값을 가지고 오더라도 결코 0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수열이 n이 커짐에 따라 0에 점점 가까워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모든 정수 n에 대해서 정말 그렇게 되는지 전부 조사해 볼 수도 없다. 10억보다 작은 n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100억보다 작은 n에 대해서는? 100억보다 작은 n에 대해서도 물론 성립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1000억보다 작은 n에 대해서 이 수열이 점점 0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것을 보증해 주지는 못한다. 조사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자들은 "극한"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수렴성"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하였다.
임의의 양의 실수 d에 대해서, 어떤 숫자 N이 존재하여 n>N이기만 하면 |a(n)-a|<d 인 경우, 수열a(n) 은 a에 수렴한다고 정의한다.
저기서 나온 작대기 두개는 절대값 기호다. 즉, 아무 숫자라도 좋으니, 아무거나 갖고 오라는 거다. d로서 어떤 숫자를 제시하더라도 정수 N을 제시할 수 있어서, N번째 항 이후의 모든 항이 특정한 값인 a에 d만큼의 거리보다는 가깝게 있도록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d는 양의 실수이다. 0이 아니다. 아무리 작아도 좋고 아무리 커도 좋다. d를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421로 잡아보자. 난 N을 40을 제시할 수 있다. 더 작은 값을 갖고 와도 좋다.

즉, 이 수열은 0으로 수렴한다.

수식에 무한대 기호가 등장한다면, 그 기호는 무한대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한대 기호는 대부분의 경우 "일단 계산부터 하고, 나중에 무한대에 해당하는 n을 무한히 커지는 극한으로 보내서 계산을 완료한다"는 뜻이다.

다시, 원래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0.9999... = 1

위의 등식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좌변과 우변 사이에 0이 아닌 차이가 있어야 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양 변의 차이가 0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0이 아닌 그 어떠한 숫자를 갖고 와서 그 차이와 비교하더라도 그 숫자보다 더 작다.

즉, 좌변에서 우변을 뺀 값의 크기는, 0이 아닌 양의 실수 중 아무거나 (작거나, 크거나, 어떻든) 갖고 와서 비교하도라도 항상 그 실수보다는 작다. "아무거나" 적용해도 성립한다는 것은, "모든" 수에 대해서 성립한다는 뜻과 같고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 크기(절대값)를 비교했을 때, 0이 가장 작은 수가 된다. 만약 0이 아닌 다른 수가 온다면, 그 수와 0의 사이에는 항상 다른 수가 있어서 그보다 더 작은 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작은 수가 되지 않는다.

좌변과 우변의 차이는 0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좌변에서 우변의 차이를 계산했는데 0이 나왔다면, 우리는 그 두 수를 "같다"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표현 방식일 뿐이다.

by snowall 2009. 5. 26.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