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신화와 설화와 전설과 동화를 보면 수많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는 단군 신화가 있고 서양에는 피노키오가 있다.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서 신에게 부탁도 하고, 피노키오는 무생물인 주제에 인간이 되려고 천사에게 부탁한다. 이러한 내용은 그 뒤에도 계속 나오는데, 현대에는 I, robot이나 A.I같은 영화에서 피노키오 전설을 재현하고 있다. 또한, 전설에 내려오는 수많은 요괴들은 인간을 닮았다. 도깨비도 사람의 모습에 다리가 없거나 뿔이 달렸거나 하는 정도이고, 켄타우르스도 말의 몸통에 사람의 몸통을 접붙인 모양이다. 거기에 동물이나 곤충들이 아주 오래오래 살면 신선이 되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우리들 옆에서 같이 살아간다고도 한다. 서양에서도 신이 자신의 모습을 베껴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천사와 악마의 모양은 어쨌든 인간의 모습에 날개가 달린 것 뿐이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오크, 호빗, 드워프 등등은 모두 인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외계생명체들의 모습을 볼 때도 우리는 인간의 모습(머리, 팔, 다리, 몸통)을 찾아내려고 한다. 화성에 있는 신비로운 것 중의 하나가 인간의 얼굴 모습을 한 돌덩어리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유명한 영화인 스타워즈에서도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머리와 몸통과 팔과 다리를 갖고 있다. 영화 맨 인 블랙에서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간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현대 과학 기술은 인간과 흡사한 표정을 갖는 로봇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중이다.

이런 공통점을 보면서 느끼는 궁금함은, 도대체 왜 곰이나 호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했을 것인가 이다. 피노키오는 왜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왜 인간이어야 할까? 곰은 사슴이 되고싶지는 않았을까? 호랑이는 토끼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까? 단군 신화에서, 만약 마늘 대신에 양파를 먹고 백일간 동굴에서 잠수탔으면 곰은 어쩌면 어여쁜 꽃사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피노키오가 천사에게 "저는 그냥 말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면, 피노키오는 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들이 인간이 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여기서, 나름의 답을 찾아본 바에 의하면, 그 사람들은 결국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부러워할 것이라는 공통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특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생명체는 진화 속에서 살아남게 된 형태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유리한 형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는 형태인 것이다. 만약 지구의 환경이 달랐더라면, 가령 방사성 물질이 좀 더 많았다거나, 대기에 산소보다는 수소가 더 많았다거나, 그런 환경이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무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명의 형태들이 존재할 것이다. 오히려 외계 생명체는 인간의 형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주 어딘가에는 우리가 "용"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생긴, 상상 그대로의 모습을 가진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옆동네에는 공처럼 굴러다니는 동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부러워할 것인가. 전혀. 그들도 마찬가지로 다른 생명체가 자신들의 생김새를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각을 한다면...)

인간은 그다지 우월하지 않다. 그다지 우등하지도 않으며, 의외로 허약하다. 아마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아니었다면 멸종했을 것이다.
by snowall 2009. 6. 23.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