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외선을 어쨌든 차단하도록 코팅을 잘 해보자.

지난번 그림을 다시한번 복습해 보자.

일단, 코팅-공기 경계면에서 반사되는 것은 당연히 고정단 반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위상이 180도가 반전된다. 이말은, 다시 바꿔 말하면, 들어갔다가 나올 때의 위치가 뒤집혀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움직이는 방향도 반대로 뒤집혀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림에서 볼 때는, 좌-우가 뒤집히면서(반사) 위-아래가 뒤집혀진 것(위상 반전)을 생각하면 된다. 렌즈-코팅 경계면에서는 어떨까? 이 경우, 코팅은 굴절률이 좀 더 높고 렌즈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유단 반사가 될 것이다. 이것은 곧 들어갈 때의 위치가 그대로 나온다는 뜻이다. 그림에서는 좌-우가 뒤집히면서(반사) 위-아래는 그대로인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제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렌즈-코팅 경계면에서 반사된 빛은 코팅의 두께만큼 조금 더 진행하게 된다. 파동은 언제나 진동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진행하면 그만큼 더 진동되어서 위상이 바뀌게 된다. 즉, 렌즈-코팅 경계면에서 반사된 빛이 코팅을 통과해서 코팅-공기 경계면으로 빠져나오는 순간의 위상과 코팅-공기 경계면에서 바로 반사된 빛이 가지는 위상이 딱 일치한다면 그것은 곧 보강간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유단에서 반사된 빛이 조금 더 진행되어서 고정단에서 반사된 빛과 위상을 맞춰줄 수 있을까? 어차피 파동은 진동한다. 위상이 반전되는 순간은 파동이 갖고 있는 자기 파장의 절반 만큼 진행했을 때이다. 즉, 자유단에서 반사된 빛이 조금 더 진행해서 고정단의 빛과 일치하려면 정확히 반파장만큼 진행하면 된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빛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얼마나 되는 파장을 갖고 있을까?
http://en.wikipedia.org/wiki/Ultraviolet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UV는 UVA, UVB, UVC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UVA랑 UVB다. UVA는 400nm에서 320nm의 파장을 갖는다. UVB는 320nm에서 280nm를 갖는다. 위키백과의 내용을 참고하면 UVA가 UVB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럼 우리의 목표는 UVA를 차단하는 것으로 하자.

아무튼 400에서 320의 파장 대역을 갖고 있으니까, 그 중간정도인 360nm의 파장을 차단하기로 하면 대충 잘 맞지 않을까? 앞에서 얘기한대로, 360nm를 차단하려면 위상을 뒤집어 주는 만큼만 빛이 더 진행해야 하니까 코팅의 두께는 파장의 절반만큼인 180nm로 맞추면 될 것이다. 뭐, 여기에 10%정도는 오차가 있더라도 우리가 차단하려는 자외선의 파장 범위 안에 들어오니까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자. 이제 결론을 짓자. 코팅은 180nm로 하면 된다. 끝?

그럴리가 있나. 우리의 생각이 너무 짧았다. (내 생각이 짧았을지도...)
생각해보면 지금 이 상황은 통과해버리는게 아니라 반사되는 상황이다. 반사라는 것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두가지 과정이 한번에 일어난다. 만약 180nm로 코팅을 해버린다면 빛은 들어갈때 180nm를 진행하고, 나올때 다시한번 180nm를 진행하므로 파장의 전체 길이 만큼 진행하게 된다. 이것은 위상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결과적으로 반사된 빛들 사이의 보강간섭이 아니라 상쇄간섭이 일어나게 되므로 투과율이 높아진다. 선글라스에 이런식으로 코팅을 만드는 것은 안과적 자살행위라 할 수 있겠다. 그러지 말자.

들어갔다가 나올 때의 전체 진행거리가 파장의 절반이 되려면, 코팅의 두께는 파장의 절반의 절반이 되어야 한다. 즉 90nm일 필요가 있다.

이제 90nm두께로 코팅을 만들면 되는건가? 글쎄. 아직 끝난게 아니다. 우린 코팅을 어떤 물질을 사용할지도 정해야 한다. 어떤 물질을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물질의 굴절률을 n이라고 불러보자. 굴절률은 또 무슨 놈인가...왜 snowall은 자꾸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가. 단지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 코팅이 어떤 녀석인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굴절률은 빛이 물질을 지나갈 때 얼마나 느려지는지 알려주는 수다. 그냥 하나의 숫자로 주어진다. 절대굴절률과 상대굴절률이 있는데, 절대굴절률은 진공에 대해서 물질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수이고, 상대굴절률은 진공이 아닌 다른 물질에 대해서 서로 빛의 속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주는 수이다. 솔직히 말해서 절대굴절률은 진공에 대한 물질의 상대굴절률을 뜻한다. 진공의 굴절률은 1이다.
http://en.wikipedia.org/wiki/Refraction
다시한번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를 찾아보자. 스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매질에서든지 굴절률과 빛의 속력을 곱하면 일정한 수가 된다. 진공의 굴절률이 1이니까 그 일정한 수라는 것은 결국 빛의 속력과 같은 수이다. 아무튼 매질에서는 빛의 속력은 진공에서보다 느려지기 때문에 매질이 가지는 굴절률은 언제나 1보다 크다. 그럼, 빛의 속력이 바뀌면 대체 뭐가 어떻게 되길래 우리가 앞에서 계산한 코팅의 두께가 틀렸다고 하는 걸까?

빛은 파동이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보자. 파동이 가지는 여러가지 특징중에서, 파동을 특정하는 여러가지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진폭(Amplitude), 파장(Wavelength), 진동수(주파수, Frequency), 종파/횡파/편광 방향(Polarization) 등등. 이중에서 빛의 경우 진동수는 색과 관련이 있다. 빛의 색이 물질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뀔까? 그렇지 않다. 물질의 색은 그 물질이 어떤 빛을 좀 더 흡수하고 좀 더 반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 빛 자체가 바뀌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빛의 색을 바꾸어주는 물질은 굉장히 특별한 놈이고, 따라서 비싸다.

빛의 색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진동수가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빛은 느려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뀔까? 바로 파장이 바뀌게 된다. 빛의 속력은 진동수와 파장의 곱이다. 즉, 빛이 느려지면 파장은 짧아진다.

일단은 출근시간이 다 되어서...나머지는 3부에서 쓴다. http://snowall.tistory.com/1408


by snowall 2009. 7. 16.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