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검열

최근 모 아이돌 그룹에서 어떤 멤버가 4년전에 한국이 싫다고 욕해놓은걸 갖고 사람들이 서로 욕하다가 결국 그 멤버는 탈퇴하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 사람은 결국 한국이 더 싫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런식으로 자기가 아무생각없이 말한 것에 대해서 수년 뒤에, 수십년 뒤에도 책임져야 한다면 결국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자기검열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당장 국가 정보 기관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정부에 대해 비판 (비난이 아닌...) 한것 갖고도 처벌하고 고소하는 상황인데 국가 기관도 아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그냥 개인이 이런식으로 여론을 몰아간다면 그거야말로 참 우습다.

애초에, 모든 한국인 또는 한국인처럼 생긴 사람들 또는 한국인의 유전자나 혈통을 이어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을 좋아하고 사랑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해외 동포나 한국계 사람들에 대해서 뭐 챙겨주거나 잘해주거나 한 것도 없으면서 (예를 들어, 북한에 잡혀갔던 두명의 한국계 미국인 여자 기자들을 다시 데려온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지 한국 정부 관계자가 아니다. 사실 김선일씨 납치살해사건이나 용산 참사를 보면 한국계 미국인 아니라 한국인이라도 잘해주거나 챙겨주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 사는 미국인에겐 잘해줄지도 모른다.) 한국계 외국 국적인들이 뭔가 잘하면 한국인이라고 자랑한다. 예를 들어, 천재로 소문난 쇼 야노라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계 미국인과 일본계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근데 이친구는 그냥 미국인이지, 이 사람의 혈통이나 유전자 속에 한국인과 같은 뭔가가 들어있으니까, 이 사람이 뛰어난것은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아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자위행위밖에 안된다. 그럼, 이친구는 일본에서 기사가 나올 땐 일본계 미국인이라고 기사가 나오겠네? 도대체 이 사람은 그렇다면 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 미국인인가. 한국계면서 일본계인 그냥 미국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이다. 난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민온 "한국인" 중에서 그렇게 뛰어난 사람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다. 아제르바이잔은 한국 여자 하키 선수들을 귀화시켜서 세계 최강의 하키팀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물론 돈으로 꼬셔간것 맞다. 연봉 2천만원을 연봉 4천만원 주기로 했다더라. 겨우 한 사람당 연 2천만원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 하키팀이 한국에서 사라졌다. ) 그 하키 선수들이 세계에서 1등을 하면, 그때 한국 신문들은 한국인의 승리라고 할 것인가? 그건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승리다. 한국인의 승리라고 하고 싶으면 도와준게 있었어야지. 어쨌든, 쇼 야노는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았으니까 한국을 좋아해야 할까? 좋아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당연한게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성격에 따른 것일 뿐이다. 쇼 야노가 한국을 욕하거나 싫다고 하면 "너가 그러면 안되지!"라고 하면서 매도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한국에서는 한국을 욕하면 안된다는 건데, 결국은 획일화된 "애국심"이라든가 "단일 민족" 같은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한심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난 물론 한국을 좋아한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대단히 많은 모습 중에서, 좋아하는 부분도 있고 (예를 들어,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점.) 싫어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영어를 쓰려고 노력한다는 점.) 내가 한국이 싫다고 말하고 한국을 욕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싫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끝으로,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전문을 연결해 둔다. 읽어보자. http://snowall.tistory.com/707
by snowall 2009. 9. 11.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