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량 보존 법칙이란, 관찰자가 관성계에 있으면,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주어진 계 전체의 운동량의 합은 변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왜??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라그랑지안을 다음과 같이 쓰자.
$L = L(q, \dot{q} ; t)$

이제, 라그랑지안 $L$을 이용해서 운동 방정식을 찾아내자.
$\frac{\partial L}{\partial q} - \frac{d}{dt} \frac{\partial L}{\partial \dot{q}} = 0$

여기서, 외력이 없다는 건
$\frac{\partial L}{\partial q} = 0$
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 \frac{d}{dt} \frac{\partial L}{\partial \dot{q}} = 0$
이다. 근데 우리는 $\frac{\partial L}{\partial \dot{q}} $를 "운동량"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따라서 운동량은 시간에 대해서 상수가 된다.

한마디 더 말하자면, 에미 뇌터의 대칭군과 보존법칙에 관한 정리에 따르면, 운동량은 공간적인 평행이동에 대해서 라그랑지안이 대칭성을 갖기 때문에 보존되는 양이다. (원래는 이 정리를 써서 운동량이 보존량임을 증명해야 하지만, 어차피 위의 수식도 이해하기 힘든 마당에 이 정리까지 설명하려면 지면과 시간이 모두 부족하다.)

이게 뭔 개소리여...-_-;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면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고, 물리학 전공자도 대부분은 이렇게 얘기한다.)

쉽게 가자.

일단, 운동량이 뭔지부터 좀 알아보자. 운동량이란 쉽게 말해서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이다. 우선, 우리는 "질량"이라는 것이 뭔지 감은 잡고 있다. 대충, 물체가 무겁고 가벼운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속도"라는 것도 뭔지 알고 있다. 어떤 물체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를 화살표와 화살표의 길이를 이용해서 나타낸 것이다. 질량과 속도를 곱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간단히 말해서, 화살표를 하나 그리고, 그 화살표의 길이에 질량에 해당하는 수를 곱해서, 그 화살표와 함께, 우리는 "운동량"이라고 부르기로 하는 것이다.

아니, 대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면 된거지 걔가 왜 무거운지 가벼운지를 따져야 하나?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한 질문이다.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는 물리학적인 소질이 있는 것이니까 각 대학 물리학과로 입학 문의 바란다.

왜 따질까? 그건, 우리가 "충격량"이라는 것을 어떻게 좀 해보기 위해서이다. 아무리 빨리 움직이더라도 그것이 가볍다면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어떤 공기 분자는 초속 1000km로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그 공기 분자는 매우 가볍기 때문에 우리 몸을 아무리 때려 봤자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공은 시속 30km로 움직이든 시속 10km로 움직이든, 맞으면 아프다. 어떤 자동차는 완전히 정지해 있는데, 그런 자동차는 내가 직접 가서 들이받지 않는 한 나를 때리지 않을 것이다. 즉, 얼마나 처 맞아야 아플지 안아플지는 걔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얼마나 무거운 놈인지 둘 다 관련있다는 뜻이다. 물론, 무거운놈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나한테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량이라는 것을 어떤 물체가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빠르고 어디로 가는지를 한번에 표시하려고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기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뉴턴이 이미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그럼 이제 운동량이 어떻게 보존되는지를 한번 살펴보자. 간단히, 물체가 1개 있다고 하자.

텅 빈 우주 공간에, 나는 그냥 둥둥 떠다니는데, 눈앞에 축구공 하나가 있다. (축구공이 싫으면 맘에 드는 연예인, 자동차, 뭐 아무거나 좋다. 그냥 그런거 하나가 눈앞에 있다 치자. 물론 난 그것을 축구공이라고 부르겠다. 소녀시대 태연을 눈앞에 두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두고 내 글에서 축구공이라는 단어를 태연으로 알아서 치환해서 읽을 것.)

이 축구공은, 처음에 가만히 멈춰 있었다. 그리고 나도 가만히 멈춰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축구공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겨운 일이다. 축구공은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운동량을 "질량과 속도의 곱"이라고 말했다. 분명히 축구공의 질량은 0이 아닐 것이다.[각주:1] 하지만 속도는, 아무리봐도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0이다. 당연히 운동량도 0이다. 질량이 아무리 커봐야 0이다. 내가 보기에 축구공의 운동량은 보존된다.

그런데, 친구가 마침 내 옆을 스쳐지나가고 있다. "어, 안녕? 뭐하냐?" 라고 물어보기에 "축구공 관찰중. 건들지 마" 이렇게 대답해줬다. 친구는 '이새끼 이짓을 왜하고 있나?'라는 바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나간다. 그 친구가 보기에 축구공의 운동량은 어떻게 될까? 이 친구 역시 가던 길이 있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지 않고 빠르기를 바꾸지도 않고 계속 갈 것이다. 그럼 축구공은 이 친구가 멀어지는 속도로, 이 친구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가령 그 친구가 나로부터 1초에 3미터씩 멀어지고 있었다면, 축구공으로부터도 대략 1초에 3미터 정도씩 멀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친구가 보기에는 축구공은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이 친구의 관점에서 볼 때는 축구공의 운동량은 0이 아니다. 그럼? 당연히 축구공의 질량에 그 친구가 움직이는 속력의 반대방향 속력을 곱한 것이 그 친구가 보기에 느끼고 있는 축구공의 운동량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보고 있는 축구공의 운동량은 바뀔까? 바뀔거야? 응?

이 친구가 보기에도 솔직히 자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축구공은 계속 가던 방향으로 움직인다. 당연하겠지만, 따라서 그 친구가 스스로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축구공의 움직이는 방향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움직이는 빠르기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관점에서 보기에 축구공은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고, 만약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축구공이 움직였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럼, 그 친구의 관점에서도 축구공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 될 것이고, 축구공은 가던 방향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물리 법칙의 대칭성이라는 개념을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내가 보든 니가 보든 물리 법칙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엄청나게 위대하고 엄청나게 중요하고 엄청나게 어렵지만 말로는 쉽다. 내가 보기에 축구공을 아무도 안 건드렸으면, 다른 누가 보기에도 축구공은 건드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곧 움직이면서 축구공을 보던 사람이 적당히 속도를 조절하면 축구공이 멈춰있는 것 처럼 보이도록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더라도 축구공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 없다면 축구공의 운동량은 보존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한명은 그것이 가능하다. 앞서 예로 들었던 사람 중에서 적어도 나는 축구공이 멈춰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내 앞에서 멈춰선다면, 그 사람들도 똑같이 축구공이 멈춘 것으로 보일 것이다.[각주:2] 당연히 축구공의 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공의 운동량은 보존되었다.

축구공을 관찰하는 사람이 가만히 있든 움직이든 상관 없이 축구공의 운동량은 보존된다. 여기서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게, 아니! 보는 사람이 바뀌면 운동량이 바뀌잖아? 라는 점이다. 운동량 보존법칙 뿐만 아니라 모든 보존법칙은 보는 사람은 바꾸지 않기로 약속하고 있다.[각주:3]

(2편에 계속...)
http://snowall.tistory.com/1684
  1. 언젠가는 이 블로그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질량이 0인 축구공은 멈춰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빛"이라고 부른다.(빛만 있는건 아니지만...) 걔들은 멈추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난감하다. [본문으로]
  2. 내가 보는 것을 상대도 똑같이 보고 인지할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인식론에 관한 질문은 여기서는 하지 말자. 제발. -_-; [본문으로]
  3. 그리고 사실은 보는 사람이 바뀔 때에는 적당한 공식을 사용해서 원래 얼마얼마의 운동량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운동량이 어떻게 바뀌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을 "로렌츠 변환공식"이라고 한다. 속도가 느릴 때는 속도끼리 그냥 더해도 괜찮은 "갈릴레이 변환 공식"을 써도 적당히 맞는다. 축구공의 크기나 축공의 질량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 따지게 되면 그것을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9. 12. 27.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