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에 갔었다. 뭐랄까, Fragile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예술을 보는 눈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왜 주제가 fragile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몇가지 건져온 것은 있다.

어떤 작가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3차원의 어떤 형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57개를 벽에 걸어둔 작품이 있었다. 이걸 보고 한글이 생각났다. 만약 문자가 3차원으로 되어 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만약 4차원이라면?

사실 시공간의 4차원에서 돌아다니는 문자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우리가 "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변화하면서, 공간적으로 공기 분자의 진동 패턴을 통해서 뜻을 전달한다. 시각적이지 않을 뿐 문자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3차원적으로 알파벳을 만든다면 어떨까? 자음과 모음의 결합이 평면 위에 있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회전 대칭성에 대해서는 회전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므로 대칭성을 점진적으로 깨지도록 하는 형태로 구성될 것이다. 가령, 구면 위에 튀어나온 손잡이가 있고, 그 손잡이에 대해서 얼마나 멀리 떨어지도록 가져다 두었는지가 글자를 만드는데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다면체 5종을 기본 모음으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ㅏㅔㅣㅗㅜ를 하나씩 배치한다면 정확히 들어맞게 된다.
by snowall 2010. 1. 17.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