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Askhow에, 2001년 1월에 올라왔던 질문이었다.
50대 주부입니다. 요즘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요.이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말할 때 아날로그라 합니다.
디지털시대의 감성.. 운운하며 모든 상품에 디지털이라는 접두사가 붙습니다. 많이 사용하는 고로 얼추 뜻도 알고 자주 사용하기도 하지만정작 어느 60대 아주머니가 알아듣게 설명해 달라고 해서 설명하려니 그제야 나 자신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우선 사전적인 뜻만 말하자면...나름 괜찮은 글이라 생각하여 올려둔다.
아날로그란 연속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것을 이야기하죠.
아무튼, 60대 아주머니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드리겠습니다.
컴퓨터 = 디지털
이것만 이해할 수 있다면 끝납니다. -_-;
컴퓨터의 신호는 무조건 "전기가 흐른다"와 "전기가 안흐른다"로 구분됩니다.
우리는 "전기가 조금 흐른다" "전기가 많이 흐른다" "전기가 안흐른다" "전기가 흐르다가 만다" "전기가 흐를까 말까 한다" 등등등, 수많은 표현을 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무조건 두가지로 생각합니다.
흐르냐, 흐르지 않느냐.
바로 이것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입니다.
디지털은 무조건 "예" 아니면 "아니오"
아날로그는 "적당히 하지" "할까말까" "안할래" "한번 해보고"
...대충 감은 잡으셨죠?
(디지털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설명하면 될겁니다)
그래도, 역시 모르겠다면, "시계"를 생각해 보세요.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시계.
아날로그 시계는 "10시 10분쯤"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디지털 시계는 "10시 10분"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저 "쯤"의 차이...
아날로그 시계의 바늘은 9분에서 10분으로 넘어갈 때, 그 9분과 10분 사이에 있는 모든 부분을 다 휩쓸고 지나가잖아요 (연속적!!)
하지만 디지털 시계는 9분에서 10분으로 넘어갈때, 숫자 1개가 바뀔 뿐이죠. (불연속적!!)
디지털 시계를 개량해서 '초'까지 나타낼 수 있다고 해도, 결국 9초에서 10초로 "순식간에"넘어갈 뿐 9초와 10초, 그 사이의 영역은 건너 뛰고 맙니다.
...이젠 아시겠죠...(후우...그래도 이해 못하시면 저는 방법 없습니다ㅠ_ㅠ)
요즘을 디지털 시대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컴퓨터가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겁니다. (삼성이 디지털을 선도한다고 자랑하는 것도 컴퓨터를 잘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이 컴퓨터를 대표한다면, 아날로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적인 것을 대표합니다. 자연적인 것 중에 딱 구분되는 것은 없죠. 선과 악도 어떤것이 선이고 어떤것이 악인지 엄밀히 구분할 수 없듯이.
(뭐, 그래서 자연을 연구하기 위해서 카오스 이론이나 퍼지 이론 같은것이 나타났고, 그걸 컴퓨터에 적용시켜서 카오스 세탁기니 퍼지 세탁기니 하는게 등장한 겁니다)
사실, 인간이 디지털화 된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넌 나쁜 놈이야!"라고 결정되면 두번다시 되돌릴 수 없듯, 디지털이라는 것은 그런 극도의 이분법적 사고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넌 나쁜 놈이지만 다시 착해질 수 있어"라고. 아날로그적으로 사고하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은 "부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좀더 정밀하고 좀더 정확한 것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부정확한것은 살아날 수 없다는...
"자로 잰 듯이"라고 말해도, 인간이 잰 것과 컴퓨터가 잰 것은 분명 다릅니다. 인간은 잴때마다 얼마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 있겠지만 컴퓨터는 잴때마다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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