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에서, 그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 일을 잘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더 칭찬해줘야 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은 갈궈야 하며, 일을 안하는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 일단 평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평가의 기준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31792&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

성과를 어떤 수치로서 측정하고, 그 수치에 따라 등수를 매긴 후,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으로 나눠서 포상과 징계를 한다면 조직원들은 그 수치를 높이는데에 주력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폐해는 이미 전국의 학교에서 일제고사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에 나온 경찰서장의 이야기에서, 만약 담당 구역에 범죄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경찰서의 범죄자 검거율은 100%인가 0%인가.

1000명의 범죄자 중 900명을 체포한 경찰서와 10명의 범죄자 중 1명을 체포한 경찰서 중 어느쪽이 칭찬을 받아야 할까?

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고객상담실의 업무 실적을 계량화 한다고 하면서 고객 불만 전화의 처리 건수를 셌다. 고객상담실은 고객 불만 전화가 오지 않으면 실적이 쌓이질 않는다. 아무리 친절하게 해 봐야 소용 없고, 오히려 불친절하게 해서 한통 더 받고 전화 건수를 늘리는 게 실적에 유리하다. (물론 그랬다는게 사장 귀에 들어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 아버지는 정부 청사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시는 공무원이다. 정부 청사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윗사람들은 우리 아버지와 동료분들이 아무 일도 안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업무 태만이다. 잘해야 본전도 못받는데, 야근은 자주 한다.[각주:1]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업무의 경우,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를 수량화 하면 객관적으로 실적을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업무의 경우, 얼마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수량화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회의 안녕과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본업인데, 범죄자 검거율로만 성과를 내려고 하니까 없던 범인도 만들어진다.

숫자가 발명되고 모든것을 수치로 표현하면서 세상이 빨라지고 효율화 된 것 까지는 좋지만, 그 몇개의 숫자 속에 들어가 있는 인간성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수학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다.
  1.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 야근을 하루에 세번 할 수는 없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0. 8. 17.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