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아가 웹3.0으로 인터넷을 강제 진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얘기 아니던가. 우리는 20세기말, 일본과 한국을 열광시켰던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기억해야 한다. 에반게리온의 주제는 "인류 보완 계획". 죽음이 없는 새로운 종으로 강제 진화를 이룩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종해 버린다는, 대충 뭐 그런 얘기이다. 그리고 인류보완계획이 성공한 후, 엔딩은...

모든 인류가 액체가 되고, 두 주인공이 새로운 세상의 아담과 이브가 되어...

...물론 그렇다고 19금은 아니다. 오해 말기 바란다.


그런데, 넷피아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게 있다. 그쪽 사장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CEO든 CTO든, 아무튼 진지하게 조언해주고 싶은게 있는데, 그분들이 이 글을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1. 세상은 윈도+IE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슨 툴바를 배포한다는데, 아마 아직까지도 파이어폭스용이나 오페라, 사파리를 위한 툴바는 없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개발되었다면 광고좀 해달라.

2. DNS를 장악한다는 헛소리는 하지 말자
지금, 나보고 주소창에 한글주소를 쳤을 때, 만약 그 주소가 없다면 자동으로 검색되는 것을 편리하다고 주장할 속셈인가본데, 그건 불편한 거다. 예를들어서, "핸드폰"이라는 일반명사를 이용한 주소를 누군가 가져갔다고 해 보자. 그렇게 되면 "핸드폰"이라는 단어는 검색어가 아니라 주소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다양한 핸드폰 업체가 아니라 단일한 핸드폰 업체로 연결될 것이고, 이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응?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된다고? 글쎄; 그걸 그렇게 쓰라고 할거면 한글 키워드의 의미가 없다는 내적 모순에 빠지는걸.

3. 그럼 한국에선 일본어 도메인은 접속이 안돼나?
물론 DNS끼리는 연동되어 있으니까 상관 없는 것 같다. 이정도는 생각했겠지. 이것도 안된다면 이건 그냥 반쪽짜리 서비스일뿐이고, 인터넷을 한국사람들이 한글 주소로 된 한국어 페이지만 보는 폐쇄형 서비스로 격하시키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물론 영어 주소를 직접 검색해서 들어가면 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4. 국제 표준은 어쩔까나
이미 UTF-8형식의 주소를 이용해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입력하면 영어+숫자 형식의 주소로 자동 변환되는 건 파이어폭스/IE등에서는 되고 있다. 만약 이것과 충돌이 일어난다면, 넷피아는 국제 표준에 역행하는 사업을 벌이는 이상한 회사가 된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5. 윈도우부터 보급해라
전국민에게 웹3.0 툴바를 무상으로 쓸 수 있는 윈도우를 보급했으면 참 좋겠다. 물론 내가 지금 헛소리 하고 있다는 거 잘 아니까 욕은 하지 말아주시라.

6. 쓰고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마라
어떤 기술을 쓰든, 어떤 서비스를 하든, 그건 회사의 기술이고 수익모델이다. 하지만 그걸 소비자에게 강요하는건 상도덕을 버리는 것이다. 한글도메인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서비스이고, 그것을 소비자가 쓰느냐 마느냐는 소비자의 선택 문제다. 지금까지의 넷피아 서비스는 사용자도 모르게 어느새 설치되어서, 제거를 하려고 해도 별별 희한한 이유를 대면서 버티는 프로그램이었다. 제발 그짓만은 하지 말아주길 부탁한다.
더군다나 저사양 PC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툴바가 잡아먹는 리소스때문에 컴퓨터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넷피아만 툴바 서비스 하는거 아니라는걸 제발 알아줬으면 좋겠다. 웹서핑 하다보면 별 희안한 프로그램이 다 깔리는데, 그 사소한 리소스 잡아먹는 것들이 컴퓨터를 느리게하는 주범이라는 걸 왜 모르나. 사용자의 편리를 추구하는 것들이 아주 많아지면, 말 그대로 배는 산으로 가고 컴퓨터는 정지된다. 나? 나야 나름 파워유저인데 당연히 알아서 다 지우지.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PC까지 내가 관리해줘야 하니까 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내가 당신네들 A/S맨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고 안해주기엔 내 폭넓은 인간관계가 문제가 되고.


아무튼, 한국어로 도메인을 쓰는건 좋다고 하자. 난 영어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 따라서, 나에게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곧 윈도우의 시대가 끝나고 운영체제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by snowall 2007. 1. 30.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