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물건을 사고 놀고 돈을 쓰다 보면, 이젠 마케팅 하는 사람들도 양자역학을 공부했나 싶을 정도로 양자화된 할인이 많다.

가령, 롯데리아에서 SK포인트 카드를 사용하면 1000원당 100원을 할인해준다. 1000원이 되지 않는 부분은 할인되지 않는다. 1000원당 100원 할인이라고 하면 10%할인인 것 같지만, 사실은 10%보다 덜 할인된다. 예를 들어, 6000원짜리를 사면 5400원을 지불하면 되지만, 5900원짜리를 사도 54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10%할인이라면, 5900원짜리를 사면 5310원을 지불하면 된다. 90원의 차액만큼 회사는 이익을 본다.

오늘도 어떤 멤버십 카드의 가입 권유 전화를 받았는데, 주유시 10리터에 500원이 적립되는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1리터당 50원이긴 한데, 설마하니 10리터 이하의 주유량에 대해서도 적립할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40리터를 주유하면 2000원이 적립되지만 39리터를 주유하면 1500원이 적립된다. 만약 "1리터당 50원의 비율"로 적립된다고 하면, 39리터를 주유하는 경우 1950원이 적립되어야 한다. 물론 회사는 그 450원만큼의 이익을 얻는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었던 전화요금의 초단위 과금제도가 또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10초당 18원의 요금체계에서, 1분 1초를 걸든지 1분 9초를 걸든지 1분 10초와 같은 요금을 내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차액만큼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요금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1통화에서 대략 10원정도 손해보는 건데 누가 신경쓰겠나.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통화가 이루어지므로 회사에서는 엄청난 이익을 얻는다.

어떤 해커의 경우, 은행 전산망 구축에 참가하면서 이자 계산시에 발생하는 소수점 이하의 돈을 자신이 관리하는 특정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는 코드를 넣어서 엄청난 이익을 본 사례가 있다. 소수점 이하의 돈이 오고갔기 때문에 밝혀지기도 쉽지 않았던 예이다. http://www.dal.kr/chair/cm/cm0612.html 이것 역시 양자화 과정에서 떨어지는 돈이라고 해야 한다.

사실 양자화라는 과정은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물리학의 양자역학 이론 체계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다.[각주:1] 그리고 그것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순간, 사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손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의 실제 사례이고, 그 티끌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왔다. 이런식으로 할인하기보다는, 할인 없이 판매가격을 낮췄으면 좋겠다. 물론 높은 판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러고 있는 것이니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할 뿐이다.
  1. MP3파일을 보면 "샘플링 레이트"가 바로 양자화를 얼마나 촘촘하게 한 것인지 알려주는 수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2. 9.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