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인터넷이 소개되었던 시절,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은 야후와 MSN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거의 MSN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버디버디가 끼어들었고 드림위즈의 지니, 세이클럽의 타키 등등이 곁다리로 존재하고 있었다.[각주:1] 그리고 네이트온이 출현하면서 메신저 시장이 평정되었다. 메신저 프로그램은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 프로그램인데, 소셜 네트워크는 가입자 수가 많을수록 더 빠르게 가입자 수가 많아지는 허블의 법칙에 따라 성장한다.[각주:2] 이 시기에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어느 하나로 통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MSN에도 친구가 몇몇 있고, 네이트온에도 있고, 버디버디도 써야하고 등등.[각주:3] 결과적으로 여러개의 창을 화면에 펼쳐놓고서 써야 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최근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채팅 및 메신저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글톡, M&톡, 카카오톡, 다음의 마이피플, 이제는 네이버 톡까지. 그리고 기존에 있던 메신저 프로그램들의 모바일 버전까지. 만약 이 모든 메신저에 골고루 친구를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전화기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포기하고서 이 모든 프로그램을 모두 돌리고 있어야 한다.

Pidgin에서 네이트온의 플러그인이 늦게 등장한 이유는 SK에서 네이트온의 프로토콜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공학으로 프로토콜을 알아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공개된 듯 하다. 만약 네이트온 프로토콜을 공개했다면 네이트온 호환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가 SK에 회원가입을 했을 것이다.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이 난립하게 되면, 그중 가입자 수가 많은 서비스가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셜 네트워크 자체가 가진 특징인데, 가입자가 많을수록 서비스에 편입되지 않은 사람들을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많은 서비스 중에 한두개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망하거나 근근히 유지만 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런점에서 카카오톡은 아주 잘 하고 있는데, 시장 경쟁자가 거의 없을 때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네이버와 다음이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카카오톡이 갖지 못한 무기를 들이밀고 있으니 긴장해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은 PC와의 연동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언젠가 이 서비스들이 프로토콜을 공개해서 통합 메신저가 등장하거나 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폐쇄성은 당장은 서비스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지 않는다면, 프로토콜이 공개된 MSN이나 구글톡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네이버톡이나 다음 마이피플은 잘해야 한국에서만 좀 쓰는 그저 그런 채팅 프로그램밖에 안 될 것이다.

프로토콜이 공개되어 있지 않으면 제작사에서 제공해 주지 않으면 어떤 기능도 쓸 수 없다. 결국은 사용자가 제작사에 종속되고, 소셜 네트워크는 거대한 그물이 되어 자유라는 이름 하에 사용자를 가둘 것이다.
  1. 정확하진 않다. 통계자료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내 기억속의 자료니까. [본문으로]
  2. 허블의 법칙 =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빨리 멀어진다. [본문으로]
  3. 그래서 나는 Pidgin을 쓴다. Pidgin의 네이트온 플러그인이 나오기 전에는 네이트온에 접속 자체를 안 했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2. 17.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