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방명록에 질문을 올렸다. 난 교수는 아니지만 교수 되면 좋지... 그래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적어둔다.

전 물리학과 교수가 되고싶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길 바라거든요 교수가 되려구 박사과정까지 밟을 생각을 하고있는데요 고등학교과정에서 물리는 누구나 다 똑같은 주제를 다루는데 대학교부터는 물리학이 여러가지 분야로 나뉘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전 입자쪽이랑 전체적인 현상을 다루는 두개가 상반되는 느낌이라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주제를 다루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데요 이런 분야는 어느 전공에서 공부할 수 있는거죠? 대학교가면 다 알게된다고 하는데 미리 사전지식을 갖고 시작하는거랑 아무래도 다르겠지 싶어서...ㅎㅎㅎ 핵물리 입자물리 유체물리 이런거 있잖아요 전공과목으로 정하는거요

대학교 가면 다 알게 된다. 그리고 물리학과는 이공계 학과 중에서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전과목 다 잘해야 대학원 가서도 잘하게 된다. 가령, 화학과는 유기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양자화학, 분석화학... 등 중에서 하나만 잘해도 대학원 가서 그 과목을 파면 된다. 생물학과도 동물학, 식물학, 분자생물학, 해부학, 생리학 ... 등에서 한두개만 잘해도 대학원 가서 그 과목을 파게 된다[각주:1]. 그런데 물리학과는 고전역학, 통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광학은 기본적으로 다 잘해야 하고, 고체물리, 입자물리, 핵물리, 수리물리 등을 두루 잘 알아야 대학원 가서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물리학과 교수님들은, 이공계 학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교수님 전공에 상관 없이 아무 과목이나 강의해도 된다. 화학과는 유기화학 전공한 교수님이 무기화학을 강의하지는 않는다. 모르진 않겠지만, 무기화학 전공자 만큼 잘 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리학과는 고체물리 전공한 교수님이 입자물리를 강의하는 경우도 봤다.[각주:2]

답 - 대학교 가면 다 알게 된다. (진짜임) 대학교 가서 분야가 나눠지는 건 맞는데, 교수 할거면 어차피 다 잘해야 한다. 양자역학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고전역학 못하면 연구고 뭐고 망함.

한줄요약 - 물리학과 전과목 다 잘할 것.

참고로, 유체역학은 공대로 완전히 넘어간 연구 분야이다. 네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이 유체역학의 기본 방정식인데, 이거 풀면 클레이 수학 재단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못푼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전산 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이 잘 자리잡았고, 엄청나게 많은 툴이 있어서 유체역학 기초만 배우고 컴퓨터 시키면 컴퓨터가 대충 정답을 내놓는다. 따라서, 유체역학에 관심이 있다면 공대로 진학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긴 하는데 생각처럼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든요..ㅎㅎ 그래도 전 석사랑 박사과정쪽에 더 욕심이 있는데요 석사랑 박사과정을 국내에서 밟느냐 국외에서 진행하느냐가 국내에 다시 와서 교수로 자리잡는데 영향을 미치나요? 전 개인적으로 국외유학을 욕심내고있거든요 시각을 넓히는 기회도 될 수 있고 아무래도 학력사항이 영향을 받겠지 싶어서요

교수가 되는 방법은 교수 임용공고를 보고, 지원자가 지원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후 임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되는 여러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건 그때쯤 되서 조언을 듣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금 입시 준비하는 학생이면 교수 되려면 10년~15년정도 남았는데, 그때쯤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을 듯.)

기본적으로 교수 임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논문 실적과 추천서이다. 논문이 많을수록, 추천서가 강력할수록 좋다. 유학 갔다온 사람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국내 박사라고 해도 논문 실적이 좋으면 교수 임용에는 아무 문제 없다. (교수 임용과 관련된 상세한 얘기는 대학교 합격 후에 술 한잔 사면 해줄 수 있음. 이 얘기는 함부로 꺼내면 내가 망하는 얘기라...)

또 하나 궁금한게 학사는 4년, 석사는 2년인데 박사는 기간이 없더라구요? 얼핏 듣기론 논문작성하고 그 논문이 인정받으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는데 정확하게 박사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거죠?

질문이 많긴 한데;; 한 나라의 꿈나무 뿌리에 양분좀 쥐어준다 생각하시고~~답변부탁드려요ㅎㅎ
박사학위는 수업 듣는 기간이 2년이고 그 이후부터는 연구과정이다. 대체로 총 5년정도 공부를 하게 된다. 천재 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3년(수업 2년 듣고 수업 들으면서 논문 쓰고, 1년간 졸업논문 작성) 걸린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노력하면 4년 걸린다. 아니면 대충 5~6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건 개인차가 있다. 졸업은 1. 논문자격시험 통과 2. 졸업요건 합격 3. 학위논문 심사 통과의 과정을 거친다. 셋 다 통과해야 한다. 석사도 마찬가지다. 논문자격시험(Qualifying exam)은 박사과정 수업들으면서 배운 내용이 문제로 나온다.
http://www.stanford.edu/dept/physics/publications/oldquals/
예를들어, 스탠포드 물리학과 박사과정의 논문자격시험 기출문제는 위에 있다. 참고로 나도 현재 수준에서 저 문제들은 책 찾아보면서 풀어야 한다.

졸업요건은 대체로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출간하는 것이 많다. 한국은 거기에 추가로 영어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위 논문은 자신이 박사 학위를 받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이다.

박사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정식화 하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과 이론을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각주:3] 박사 학위 논문은 이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박사학위 이후의 진로에 대하여 제대로 된 책을 보고 싶다면 "박사학위로는 부족하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 블로그 어딘가에 좋은 글들이 파묻혀 있다는 정보도 알려준다.

중요한건, 일단 대학교 물리학과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서 잘 하는 것이다. 미리 겁주는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물리2와 대학교 물리는 차원이 다르다.[각주:4] 꿈을 포기하지 말기를.
  1. 이상, 내가 주워들은 지식에 의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실일 수도 있음. [본문으로]
  2.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본문으로]
  3. 참고로 석사는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되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본문으로]
  4. 물리2는 1차원, 2차원 문제를 주로 풀고 대학교 물리는 3차원 이상에서도 놀줄 알아야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도 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4. 11.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