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리눅스 커뮤니티 사이트에, 최근 rosebuntu라는 트롤이 나타났다. 이 트롤은 모든 사용자의 원성을 한몸에 받으며 사이트 전체를 휘저어 놓고 있는데, 현재는 차단당한 상태이다. 흐트러진 흙탕물이 다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만약 내가 운영하는 웹 사이트에 트롤이 나타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한, 사이트 운영 방침과 규칙의 헛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악성 이용자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우선, 완벽한 운영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생각해보자. 실질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운영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그 헛점은 꽤나 크고, 더군다나 악의적인 목적을 위하여 작정하고 헛점을 파고드는 경우에는 관리자가 아무리 신경쓰더라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강화하면 악성 이용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선의의 사용자[각주:1]가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이것은 법이 많을 수록 범죄자가 늘어난다는 것과 통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터넷 뱅킹은 이런저런 보안 장치를 마련했으나, 그 결과 윈도우 운영체제에 종속되는 불편함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다고 완벽한 보안이 되어서 금융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악성 이용자와 선의의 이용자를 구별하는 체계가 필요하지만 이것은 상당한 고수준의 지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계에게 맡겨서 자동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도배 금지라든가, 특정 단어 검열 등의 방법을 통해서 기계적으로 어느정도 막을 수는 있겠으나, 인간이 직접 걸러내는 것 만큼의 효율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둘째로, 관리의 효율성 문제이다. 내 생각에는, 관리자가 사이트 관리를 편하게 하려면 최대한 수고를 덜어야 한다. 사이트 관리를 하기 위한 정신적인 수고를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관리자가 피곤하여 이성적인 대처가 아니라 감정적인 대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법이다. 따라서 많은 것들을 자동화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이트 관리자는 직접 관리해야 할 다양한 사항들을 믿을만한 다른 판단장치로 넘겨야 한다. 판단이 가능한 장치라는 것은 결국 기계 또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데, 두가지 모두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 장치의 문제는 기계적인 판단과 인간의 이성에 의한 판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계적인 판단은 값싸고,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반면에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선의의 이용자가 걸러지는 일이 생긴다. 가령, "야동"이 금지단어이기 때문에 "야동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하기 위해서 성인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것을 검색할 때마다 사람이 판단한다면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계적인 판단 방법과는 다르게, 사람이 직접 판단하는 것은 값이 비싸고 그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사이트 관리자는 이 두가지 자원을 적절히 조합하여 관리를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야 사이트가 발전하는 전체적인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slashdot의 평가-메타평가 시스템을 응용해 보고자 한다.

일단 사이트는 회원제 사이트로 정하고, 최고 운영자는 회원을 탈퇴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 활동은 사이트에 있는 여러가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고 하자. 이제, 내가 제안하려는 것은 사이트의 운영 권한을 이용자들에게 일부 주는 것을 뜻한다. 사이트의 운영 권한이란 다른 사람의 글을 조작[각주:2]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고 하자. 이 사이트의 운영 권한은 누가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모든 이용자들은 애초에 평등하다. 아무 이유 없이 특정 이용자가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두가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특정한 이용자가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웹 사이트에 오는 이용자들은 이 불평등 시스템을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모두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통해서 특정 이용자를 선택해야 하고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투표로서 실현될 수 있다. 간접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는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그들이 원하는 쪽으로 집단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제, 여기에 평범한 이용자를 관리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 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순히 사이트 운영에 참여한다는 자부심 정도로는 평범한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가 없다. 사이트를 관리한다는 것은 사이트가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책임지고 어떤 일들을 하겠다는 것이므로, 그만한 책임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원칙은 위와 같고, 이제 어떤 사람이 관리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논의해 보자. 이 부분은 사실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뻔하다. 이때, 우수 회원은 사이트에서 권장하는 덕목을 많이 수행하는 회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판단하려면 오랜기간동안 지켜보고 직접 면담도 해봐야 하는데 인터넷 기반의 웹 사이트의 회원 중에서 뽑는다면 이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시점부터 이미 회원에 의한 우수 회원의 선발이 필요하게 된다. 관리자가 1만명의 회원을 1시간동안 지켜본다면, 한명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1만분의 1시간, 즉 겨우 0.3초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만명의 회원이 1천명의 우수회원을 1시간동안 바라본다면 적어도 1000명중의 각 회원은 100시간씩의 노출 시간을 갖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관리자가 회원을 관찰하는 시간보다 회원이 다른 회원을 관찰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관리자가 일부 회원을 보고 판단하는 것 보다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것은 그로부터 따라오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회원은 다른 회원들이 "좋은 회원"인지 "나쁜 회원"인지 모든 회원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이성적 집단이 될 수 있다. 관리자가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해당 회원들의 모든 면모를 살펴볼 수도 없다.

이 시스템은 회원에 의한 회원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관리자에 의한 편견이나 자의적 판단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고, 동시에 사이트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게 의식있는 회원들이 운영해 나가도록 할 수 있어서 소속감을 함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상되는 단점은 다음과 같다.
1. 관리 권한을 가진 회원의 권한 남용
2. 칭찬의 반대쪽 끝, 악평만 받은 회원의 정신적 충격

권한을 남용하는 회원은 그 사실이 즉시 운영에 반영되여 권한을 상실하도록 실시간으로 선거가 운영되어야 한다.
악평을 받은 회원의 정신적 충격 문제는, 내가 운영하려고 하는 사이트가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기 때문에 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는데, 어느정도 반성을 하라는 의미에서, 일단 논외로 두도록 한다.

  1. 여기서 "선의"란 "아무런 의도가 없는"으로 해석해야 한다. [본문으로]
  2. 편집, 삭제, 공개, 비공개 등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4. 19.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