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크기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크기"가 뭔지 따져야 한다.


흔히 그렇듯,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했다. 이것은 속담이지만 물리학적으로 올바른 진술이다. 우리는 대보지 않으면 그 어떤 것의 길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대보는 기준으로 "자"라는 도구를 발명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를 발명한 것은 대략 기원전 2000년전 쯤인 것 같다.[각주:1] 그로부터 약 4천년이나 지난 후, 사람들은 자가 주변 온도에 따라서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각주:2] 자의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땅을 겨울에 사는 것과 여름에 사는 것이, 같은 자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여름 한철에, 그것도 대낮에만 땅을 사고팔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단 잘 늘어나지 않는 금속을 사용해서 자를 만들었다.


금속으로 된 미터 원기. http://en.wikipedia.org/wiki/Metre


하지만 이것도 온도 변화에 따라 전혀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화학적 변화때문에 손상될 수도 있고, 만약 누군가 테러를 일으켜서 이 원기가 부숴지기라도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길이가 다 틀리게 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여기서 나는 "틀리다"라는 표현을 썼다. 왜냐하면 1미터는 미터 원기에 의해서만 정해지기 때문에, 미터 원기가 변한다면 그 밖의 모든 길이는 다 틀린 값이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변하지 않는 정의를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빛을 쓰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빛의 속력을 "측정"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결국은 그걸 포기했다. 그리고 빛의 속력을 "정의"했다. 즉, 빛의 속력은 정확히 1초에 299,792,458미터를 가는 속력이다.[각주:3] 이 수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가 아는 과학,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빛의 속력은 더이상 측정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1미터는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빛이 2억 9천 9백 7십 9만 2천 4백 5십 8분의 1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이다.[각주:4] 요새는 여기에 일반상대성이론을 고려해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에서"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즉, 무중력 상태에서 재든가, 아니면 충분히 짧은 거리에서만 재보라는 뜻이다.


무슨 수로 3억분의 1초와 3억분의 2초 사이에서 조금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논리적 순서로는 시간부터 쟀었어야 했지만 글의 시작을 이렇게 했으니 어쩔 수 없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대략 100억분의 1미터 수준에서 길이를 맞출 수 있으니, 땅의 크기가 100억분의 1미터 커지거나 작아졌다고 해서 화를 내지는 않도록 하자.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깐깐하게 따지나? 하지만 따지자면 따질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빛을 사용해서 실제로 길이를 어떻게 재는지 알아보자.



  1. http://en.wikipedia.org/wiki/Ruler [본문으로]
  2. http://en.wikipedia.org/wiki/Thermometer 온도계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본문으로]
  3. http://en.wikipedia.org/wiki/Speed_of_light [본문으로]
  4. http://en.wikipedia.org/wiki/Metre [본문으로]
by snowall 2012. 7. 16.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