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한, 가장 큰 것은 우리 우주이다. 적어도, 우리 우주보다 더 큰 것은 우리가 아는 물리학에서 다루지 않는다. 우주의 크기는 약 150억광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알아냈을까?


우주의 크기를 알기 위해서는, 지구의 크기, 태양의 크기, 달의 크기, 달까지의 거리, 태양까지의 거리, 태양계 다른 행성들까지의 거리, 다른 별까지의 거리, 은하의 크기, 다른 은하까지의 거리, 은하단까지의 거리를 순서대로 알아낸 다음에 우주의 크기를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지구의 크기부터 재 보자.


지구의 크기는 반지름이 약 6500km이다.


from http://visibleearth.nasa.gov/


사진을 찍었으니, 이제 자로 재면 된다.


아, 반칙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텐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과학이다.
단지, 남들이 다 믿게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할 뿐이다.


지구의 크기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잴 수 있는데, 옛날옛날에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그리스 철학자가 최초로 쟀었다. 이 방법은 막대기 하나만 있으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하지까지 기다려야 하고, 도와줄 노예나 하인이나 그런 역할을 해 줄 친구가 한명 있어야 하며, 정확하게 재고 싶으면 국제전화가 필요하다.


위의 사진에 기호를 좀 더 붙여보았다. 지구 중심을 O라고 하자. 


한여름에 하지가 된 어느날에는,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떠 있게 된다. 이 날은 어느 위치에서도 태양이 바로 위에 있으므로 그림자가 없게 된다. 이 지점이 그림의 A지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당시에 시에네에 살았으므로, A지점을 시에네라고 하자. 하지만 같은 시각, 지구의 다른 위치에서는 여전히 그림자가 생길 것이다. 지구 어디에서도 하지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지구는 무한히 크고 평평한 존재였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느 동네에서는 하지인 순간에, 다른 동네에서는 그림자가 생긴다 그 동네가 B지점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자기 하인을 알렉산드리아에 보냈다.


여기서 바로 국제전화가 필요한데, B지점에서 막대기 하나를 세워놓고 그 그림자의 길이를 재야 한다. "지금!"이라고 말한 순간에 재는 것이 좋다. 이 그림자의 끝 지점을 D라고 부르자. 그럼, BC와 BD를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쓰든지 코사인 법칙을 쓰든지 삼각함수를 쓰든지 각 BCD의 크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은, 선분 AO와 선분 CD는 평행하다. 그럼 각 BCD와 각 AOB의 크기가 평행선에서의 엇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따라서 두 각의 크기가 같다.


그리고 이제 그 친구를 B지점에서 A지점으로 오라고 부른다. 왜 노예가 필요하냐면, B에서 A까지 오면서 거리를 재야 하기 때문이다. 오다가 잊어먹으면 처음부터 다시 재야 한다. 아마 친구였다면 A에서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심각하게 폭행하고 싶어질 것이므로 노예인 것이 좋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 사람인 에라토스테네스는 그 일을 해줄 노예가 있었다.


지금은 그냥 차 끌고 오면서 미터기로 재든가, GPS에서 거리를 찍으면 되지만, 옛날에는 그런거 없었다. 그냥 걸음 수.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얼마더라?


그렇게 해서 A와 B사이의 거리를 알면, 원주AB의 거리를 알아낸 것이고, 원주각 AOB의 각도를 알고 있으므로, 원주각과 원주의 길이가 비례한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의 반지름과 둘레길이를 알아낼 수 있다.


사실, 에라토스테네스가 이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태양이 매우 커서 지구에 들어오는 빛이 충분히 평행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사방으로 갈라지고 있었다면 선분 AO와 선분 CD는 평행하다는 사실이 성립하지 않고, 그럼 지구의 크기는 진짜로 사진 찍어서 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아니면 한바퀴 돌든가.


실제로 1미터를 정할 때 사람들이 지구의 둘레를 그냥 4만킬로미터라고 하기로 정한 다음, 1미터를 알아내기 위해서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를 쟀었던 적도 있다. 정말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하여튼, 이렇게 하면 지구의 크기를 대충 알아낼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지구의 크기는 수치 하나로 나타낼 수 없는데, 지구가 매끄러운 공 모양이 아니기 떄문이다. 높은데도 있고 낮은데도 있고, 그리고 솔직히 아무리 대충 퉁 치더라도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지구는 돌고 있기 때문에 적도 방향으로 조금 부풀어 올라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대충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어차피 지구 반지름의 정확한 수치를 안다고 해서 우리 생활이 더 풍요로워지지는 않으니까.

by snowall 2012. 11. 9.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