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시간동안 수련을 쌓는 한국인의 영어실력이 바닥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http://news.donga.com/3/all/20131106/58705578/1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oid=020&aid=0002490035


우리나라 기사의 특징은 절대로 기사를 작성한 출처의 인터넷 링크를 걸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http://www.ef.co.kr/epi/spotlight/south-korea/


그래서 직접 찾아냈다.


한국의 교육이 반복과 암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한국인 또는 한국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좋아질 수 없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쓸 일이 없으니까...


문법과 단어를 반복하고 암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그렇게 머릿속에 넣어둔 문법과 단어가 실제 언어생활에서 쓸 일이 없다보니 시험 치고나면 싹 잊어먹게 된다는 점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한대로 의사소통중심교수법(CLT)은 실제 언어생활에서 그렇게 사용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이다.


영어교육에 CLT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암기와 독해 위주로 시험을 치르는 수능에서 영어를 빼야 한다. 즉, 높은 교육열때문에 수능과 무관한 교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수능과 무관해지기 위해서는 수능 과목에서 빠지면 된다. 이 경우 영어교육은 CLT든 뭐든 좋은 교육방법을 다 도입할 수 있다.


이제 그 부작용으로 영어교육이 부실해 지는 단점이 나타난다. 이건 교사들의 열정이나 실력과는 무관하게, 높은 교육열 때문에 수능에 나오는 과목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경쟁하다보니, 모든 학생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지만 영어 실력은 전부 다 하락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건 '성공'이 '명문 대학교 입학'으로 정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명문대학교 입학은 '좋은 수능 성적'이 필요하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실생활에서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내가 바로 그 사례인데, 나는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회화 학원을 다녀본적이 없다. 중학교때와 고등학교때에는 남들이 다 비난하는 문법 공부만 했고, 영어학원은 문법만 공부했다. 심지어 내신이나 수능 영어도 공부한 적이 없고 오직 문법만 공부했다. 하지만 논문을 읽고 쓰려면 영어를 써야 했고,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일할 때 외국에서 온 연구원들이랑 일해야 했고, 지금도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이랑 영어로 토론하고 설명해야 한다. 


'영어를 잘 하니까 그렇게 토론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내 토익 점수는 듣기가 350점, 읽기가 450점이다. 문법만 줄창 공부한 결과 읽고 쓰는건 잘 되는데 말하기와 듣기는 별로 잘 안된다. 토플도 읽기, 쓰기 점수가 말하기, 듣기 점수보다 각각 8점 정도씩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일이 많다보니 조금씩 늘었고, 그럭저럭 토론하는데 필요한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물론 이 주장의 결론은 '영어 공용화'인데, 그것도 문제가 많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영어 공부는 의사소통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고 단지 시험 성적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영어는 당연히 한국어를 모르고 영어를 아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배워야 할 뿐인데, 그게 목적이 아니다보니 당연히 영어 공부는 많이하지만 실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로 뭘 얘기해야 할 상황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과 대화할 때이다. 그리고 한국인이든 아니든 한국어 할줄 아는 사람이랑 영어로 대화할 이유가 있을까? 대화하는 사람 중에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모를까, 외국인이 끼어있어도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국어를 할줄 안다면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어로 대화한다.


영어를 왜 잘해야 할까? 하등의 쓸일이 없는 사람조차 잘해야 하나? 필요한 사람이나 언어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들만 재미있게 공부한다면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한 대로 잘 하게 될 것이고, 영어 공부를 안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든가 다른 공부를 더 하든가 할 것이다. 영어를 어느정도 필요한 외국어로서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건 의미가 있지만, 지금처럼 수능 위주로 돌아간다면 결국 소중한 2만시간을 빼앗기고 아무 성과도 없게 된다. 차라리 영어를 못해도 그 시간에 다른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창조 경제 외치지 말고 수능에서 영어부터 빼라. 바보들아.


by snowall 2013. 11. 7. 01:26